1967년 7월, 모스크바 근교인 도모데도포(Domodedovo) 공군기지에 소련의 신형 전투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외관에서 풍기는 강력함이 기존 전투기와 차원이 다를 만큼 인상적이었다. 바로 MiG-25 폭스배트(Foxbat)의 역사적인 등장이었다.
서방을 공포에 빠뜨렸던 북극곰의 무기, MiG-25
이 신예기에 대해 서방측이 두려움을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시무시한 속도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투기를 평가하는 제1의 잣대가 속도였다. 본격적으로 일선에 배치 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반부터 나토의 방공레이더망에 포착된 MiG-25는 최고 마하 3의 속도로 비행하며 고도 70,000피트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어 이전에 알려진 첩보 내용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MiG-25의 등장은 마침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을 추진 중이던 미군 당국을 서두르게 만든 채찍이 되었고, 그 결과 F-14가 1974년에, F-15가 1976년에 서둘러 배치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F-14와 F-15가 채택한 고주익(高主翼), 쌍수직미익(雙垂直尾翼) 구조가 MiG-25를 카피한 것이 아닌가하는 수군거림이 있었을 만큼 MiG-25의 외형적 메커니즘은 탁월하였다. 이전에 소련이 새로운 전투기를 차례로 등장시켰을 때마다 미국은 충분히 맞설 수 있는 기종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1970년대 초반에 배치된 F-4 팬텀 같은 서방 전투기로는 MiG-25을 맞상대하기 불가능해 보였고 공포는 극에 달하였다. 그런데 두려워만 하던 괴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는 결정적인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1976년 9월, 일본 북부의 하코다테(函館)공항에 소련 극동공군 소속의 MiG-25P가 비상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미국행을 원하던 조종사 벨렌코(Viktor I. Belenko)의 망명사건이었는데 그 파장은 엄청났다. 미국은 생각지도 않은 귀한 손님의 암살을 염려하여 이동 중에 여러 명의 가짜를 투입하였을 만큼 난리법석을 떨었다. 당시 포드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안전한 망명지 제공을 약속할 정도였다. 그만큼 당대 소련의 1급 기밀이라 할 수 있는 MiG-25를 고스란히 분석하게 된 미국의 흥분은 대단하였다. 타는 목마름으로 MiG-25를 향해 달려든 미국의 기술진들은 철저한 조사를 마치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알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무서운 놈 알고 보니 별 것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초고속 비행을 연구하면서 기체의 소재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다. 비록 미국도 마하 3을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SR-71이 있었지만 전투기가 아닌 정찰기였다. 결국 초고속 전투기는 무리라고 결론을 내려놓았다가 MiG-25의 등장으로 인하여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좌절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MiG-25의 재질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조사해보니 허무하게도 자석이 짝짝 달라붙는 강철이었다. 정확히 스테인리스스틸 80퍼센트, 알루미늄 11퍼센트, 티타늄 9퍼센트로 이루어진 합금이었는데 당연히 내구성은 좋았지만 동급의 서방 전투기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무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를 내려면 당연히 엔진이 강력하여야 했다. 그런데 탑재된 투만스키(Tumansky) R-15 엔진은 강력한 힘을 낼 수는 있었지만, 수명이 미국제 엔진의 1/10 정도로 짧아서 효율적이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장착된 전자장비는 최신예 전투기라는 환상을 깨게 만들었다. 당시 서방의 전투기들은 트랜지스터를 사용한데 반하여 MiG-25는 일부 장비에 진공관이 장착되어 있었다. 후에 고고도의 극저온에서 작동할 때 안정성이 좋아 일부로 장착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트랜지스터를 생산하지 못할 없을 정도로 소련의 전자기술이 뒤져있다는 증거였다. 속도와 더불어 비행 능력의 주요 지표인 선회력은 가히 극악한 수준이어서 과연 MiG-25가 전투기로 적합한가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들었다.
굳이 장점이라면 고고도까지 빨리 치고 올라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막연한 공포와 달리 '몰랐기 때문에 무서웠던 것이었다'라는 결과물을 얻었고 당연히 그동안 MiG-25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졌다. 이러한 결론이 결코 만용은 아니었다. 대응차원에서 서둘러 배치한 F-15가 F-4로 요격에 실패한 MiG-25를 실전에서 잡을 수 있었을 만큼 미국 전투기들의 성능이 훨씬 좋은 것으로 판명 났다. 1981년 격추당한 시리아 공군 소속의 MiG-25R은 정찰 기종이고 이스라엘이 사전에 요격계획을 잘 세워 놓은 덕분이었지만 만일 공대공전투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MiG-25로 F-15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소련이 MiG-25라는 괴물을 만든 목적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MiG-25의 존재가 F-15의 개발에 자극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작 소련이 MiG-25를 만든 목적은 미국 전투기를 제압하는 공중우세기를 보유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웃기는 사실이지만 소련이 괴물을 만든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미국의 판단 착오 때문이었다. 소련이 MiG-25를 보유하자 미국은 지금까지 우세를 보였던 공대공전투능력이 역전당할 것을 우려하여 공포를 느꼈지만, 오히려 서둘러 MiG-25를 만들어야 했을 만큼 소련은 미국이 추진 중인 하나의 프로젝트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공군의 핵심 전략은 '폭격기 만능론'이었는데 특히 핵폭탄의 등장은 이러한 확신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그러나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폭격기 만능론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바로 MiG-15의 등장이었다. 미 공군은 한국전쟁에 참가하자마자 제공권을 확보하였고 당시 최고의 전략폭격기인 B-29는 한반도 상공을 유유자적하게 날아다니며 임무를 펼쳤다. 하지만 1950년 11월에 홀연히 등장한 MiG-15가 비호같이 날아와 요격에 나서자 둔중한 중폭격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도 MiG-15에 맞설 수 있는 F-86이 등장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이후 이 둘은 진정한 제트시대를 개막한 라이벌로 전사에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종종 간과하는 사실인데 비슷하게 생긴 이 두 라이벌은 탄생 목적이 달랐다. F-86은 공중우세확보목적의 제공기였지만 MiG-15는 소련 본토 공격에 나선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탄생한 방공 요격기였다.
공중 장갑차의 개발
MiG-25도 아버지인 MiG-15처럼 그러한 목적을 위해 태어난 요격기였다. 비록 B-29를 효과적으로 요격하는데 성공하였지만 20여 년이 지나도 미국의 전략폭격기는 여전히 소련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국전쟁에서 MiG-15에 예상하지 못한 아픔을 겪은 미국은 개발 중에 있던 차세대 폭격기의 개념을 속도에 맞추었다. 소련의 요격기들이 쫓아오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고공비행이 가능한 폭격기라면 적진까지 안전하게 날아가 폭탄을 던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러한 야심만만한 구상을 가지고 1950년대 중반부터 개발에 착수한 것이 고고도에서 마하 3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차세대 전략폭격기 XB-70 발키리(Valkyrie)였다. 경악한 소련은 XB-70의 비행고도 및 속도와 맞먹는 요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하여 다른 모든 것은 필요 없고 오로지 고고도로 빨리 치고 올라가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요격기의 개발에 전력투구하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MiG-25였다.
그런데 XB-70의 개발사상은 이미 시대에 뒤쳐진 것이었다. 전략핵폭탄을 목표지점까지 실어 나를 수단은 폭격기가 아닌 대륙간탄도탄 같은 장거리미사일로 넘어가고 있었고 강력하고 정밀한 방공 체계의 등장은 폭격기의 침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추락사고 등이 겹치면서 XB-70은 개발이 취소되며 막을 내렸지만 막상 서둘러 대응 수단의 개발에 나선 소련은 MiG-25를 이미 배치하고 있던 단계였다.
MiG-25, 서로를 모르고 두려워했던 냉전시대의 산물
그런데 자신들 때문에 벌어진 MiG-25의 탄생 배경을 제대로 모르던 미국은 MiG-25에 되레 겁을 먹고 전전긍긍하였다.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던 어처구니없는 순간이었고 그것이 바로 냉전시대의 자화상이었다. 알았을 때는 자신감이 생기지만 모를 때에는 무모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단순해지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다 필요 없고 오로지 XB-70같은 고고도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한 단일 임무를 위해 탄생하였지만 막상 목표 대상이 사라지자 엉뚱하게도 본의 아니게 서방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알려졌던 MiG-25는 그래서 무기사의 재미있는 이단아라 할 수 있다.
제원 길이 23.82m, 높이 6.10m, 넓이 14.02m, 최대이륙중량 3만 6720㎏, 최고속도 마하 2.8, 실용상승한도 2만 700m,
항속거리 2,575㎞
PS : 이미지 사진은 성능개량된 MIG-31 입니다여.. ^^
출처 http://bemil.chosun.com/
http://www.airliners.net/
첫댓글 전체적인 외관이, 특히 뒷태가 압뷁...왠 터널이 두개 뚫려있네 ㄷㄷ
무겁다보니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고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려니 기체가 커지고, 악순환의 결과물로 저런 경악스러운 외관이 만들어진듯 하군요.
전파방해를 씹어먹는 초강력 레이더 덕분에 작은 동물은 레이더파로 즉사시켜버릴수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죠?
조종사들 사이에서 '무덤 대령'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 소문은 소문이지 않을까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