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속에서 맞이한 관음보살의 가피력◈
제가 배를 20년 이상 탔어도 풍파를 심하게 만난 적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동지나해를 비롯하여 동해, 서해, 남해의 여러 해역을 전전하며
어로작업을 하면서 몇번의 폭풍우와 풍랑을 당해보았으나
그때마다 100톤급의 배여서 다소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90년 8월 14일 오후 3시경 동경 33°43′30″
서경 126°45′50″ 해상에서 갑작스레 맞이한 돌풍은 마치
태풍과도 같아 우리 쌍용선단은 사경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당시 선단 구성은 30톤 미만이 3척, 90톤이 2척이었습니다.
선단 중 한 척은 침수되어 한쪽으로 기울며 배가 넘어가기 시작하여
선원들은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제가 타고 있던 31쌍용호도 선상으로 바닷물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감당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부처님, 부처님, 부처님의 참 불제자가 되길 맹세합니다.
쌍용선단과 선원 44명 모두 무사하게 하여주십시요’ 하고
계속 관음정진을 하였습니다.
산더미같은 파도가 정말 삽시간에 성난 맹수처럼 우리들을
집어삼킬듯 요동쳤습니다.
기관실까지 물이 들어와 배는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기관실에서는 물퍼내는 기계(동키)를 계속 돌려 물을 퍼내면서
항해를 했습니다.
선장은 조타실에서 키를 잡고 있었고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가
‘풍파가 너무나 심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 각자 침실에서 나와
선상 위 높은 곳이란 높은 곳은 다 찾아 저마다 올라갔습니다.
‘악마같은 저 폭풍우가 언제나 멎을까.’
금방이라도 삼킬듯이 날뛰는 성난 맹수같은 파도를 정신없이
바라보며 비를 홀딱 맞고 앉아 있는 것이 비오는 날
전신주에 제비가 비를 맞고 앉아 뭐라고 재잘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원들도 비를 홀딱 맞으며 손으로 잡을 만한 곳은 모두 꼭
잡고 앉아 풍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각자 자기들 나름대로
상념에 잠겨 있었습니다. 악마같은 파도,
배를 타보지 않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 악마같은 풍파.
그 순간 모두가 ‘내가 어떻게 되면 우리 가정,
우리 식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하고 생각했겠지요.
이번에 무사히 육지에 도착하면 다시는 배를 탈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벼르며
‘직업을 바꾸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천번, 만번 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인간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그 순간만은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악마같은 파도, 말로써나 글로써는 그 고통받던 순간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조타실에서 그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계속 관음정진을 하며
‘우리 쌍용선단이 무사히 육지에 도달하게 하여주십시요’하고
기원했습니다.
또 ‘부처님, 부처님의 참다운 불제자가 되겠습니다.
우리 선원들이 무사하게만 하여주십시요’ 하고 기도하며
입에 침이 마르고 목이 메이도록 계속 관음정진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수 시간, 우리는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으로
풍랑 속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육지에 다가갈 수 있었고
그러자 파도가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자대비하옵신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으로 가까스로 육지에
도달하는가’ 생각하니 관세음보살님의 고마움은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에나 비할까 이루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정말 배를 타고 20년 이상 책임자로 다녔지만,
그렇게 험난한 풍파를 만났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였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습니다.
육지에 다달아 선원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짓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로장으로서도 아니고 책임자로서도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정말 얼마나 기쁜지 저는 저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루루 흘렀습니다.
저는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심한 풍랑을 만났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풍랑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가슴 속에 되새겨보았습니다.
대자대비하옵신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으로
우리 모두는 육지 가까이 인도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관세음보살님의 고마움에 감동되었습니다.
우리들은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이 없었더라면
모두들 뿔뿔이 흩어져 고기밥이 되었을 것입니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육지 가까이 와서 닻을 내리고 모두 환희의 기쁨으로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악몽같았던 그 순간을 잊어버린듯 선원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파도에 휩쓸린 어구들을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젖었던 손을 문지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을 바라보니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이 그 얼마나 큰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잔잔한 바다는
관세음보살님이 미소짓고 있는 것같이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저는 오늘도 대자대비하옵신 관세음보살님 가피의 고마움을
천번, 만번 되새기며 다시는 그런 악몽같은 풍랑을 만나지 않기를
관세음보살님께 계속 빌며 정진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님, 정말 감사합니다.’
신상용(부산 삼광사 신도)
출처 : 상방대광명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