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분들은 아실것입니다.. 잠깐 뉴스에 나왔던 어린이집 천장붕괴사건..
그 사건이 이젠 어둠속으로 조용히 묻혀 가기에..
이렇게 유가족들의 아픔과 서러움을 달래기 위해..
제가 홍보차원겸 널리 이 소식을 알리고..
국가의 올바른 대처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올립니다..
운영자님..읽어보시고.. 바로 지우지 말아주세요..운영자님도..
사람이시잖아요... 단 하루만이라도 게시하게 해주세요..
강등.차단의 위험을 무릎쓰고 저도 이렇게 올리고 갑니다..
2004년 2월 27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나에겐 여느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지나갔을 하루가 저녁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 되어 버렸다.
전화를 받던 엄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왜? 왜?' 라는 말만을 반복하셨다.
무슨일인가 싶어 난 그저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은 엄마의 한마디는 그야말로 청천벽력-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주석이가... 주석이가 죽었대.'
잠시 나는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유치원 천장이 무너져서 주석이만 죽었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니, 꿈이어야만 했다.
TV에서나 보아오던 일이 실제로 내 조카에게 일어날 순 없어. 절대로.
절대로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가슴이 콱 막혀 오며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먹던 음식이 다시 넘어와 모두 토해내고도 시원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답답함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
TV를 켜 뉴스를 틀었다.
국회의원들이 싸우고 카드사 직원들이 농성을 하고...
그 시간이 몇년처럼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곧이어 끔찍한 사고소식이 보도 되었다.
'유치원 지붕이 무너져...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원생중 맹모군이 숨지고...'
그리고 이어지는 형부와 언니, 이모의 모습들...
난 그저 '어떻게해 어떻게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눈에는 눈물이 차올라 점점 TV화면이 흐려져 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걸고...
가까이 사는 이모님들과 엄마를 모시고 대전으로 향했다.
병원 위치를 몰라 물어 물어 가면서도 난 내가 그곳까지 어떻게 운전해서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안실에 들어서자 아득하게 향냄새가 풍겨왔다.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그래, 이건 꿈이야... 꿈일꺼야...
하지만 눈 앞에는 거짓말처럼 주석이의 이름이 붙어있었다.
빈소로 들어서자 너무나 예쁜 우리 주석이의 사진이 국화꽃에 둘러싸여 놓여있었다.
그리고 언니가 그 앞에 무너지듯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두서없이 쏟아지는 언니의 말들에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왔다.
'난 울지도 않았어. 난 내가 그렇게 독한 줄 몰랐어.
그 이쁜 얼굴이 다 쪼개져서.. 여기 한덩이 저기 한덩이... 내가 막 다 주서가지구...
눈이라도 감겨줬으면 좋았을걸... 그 이쁜 눈도 못감겨주고...
안아볼수가 없었어... 이 품에 꼭 안아주고 싶었는데.. 머리가 다 쏟아져서... 안아주지도 못했어.. 우리 아기...
다들 우리 애기보고 차돌맹이 같다고 했지? 뭐가 차돌맹이야? 그렇게.. 그렇게 조각조각...
머리 뼈가 다 보이는데.. 그렇게 얇을수가 없어... 그렇게 조그마할 수가 없어...
열군데도 넘게 돌아다녔어.. 고르고 골라서 넣은데가 거기야...
애가 뛰어노는거 좋아해서 답답할까봐.. 제일 공부도 많이 안하고 제일 넓고 제일 햇볕 잘드는 곳으로 고르고 골라서 찾아간건데...'
언니는 아이의 피가 묻은 옷을 입은 채로였다.
사고가 나고 그 직후 언니가 올라가 아이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한다.
단 몇분전까지만해도 그렇게 예뻤던 아이의 머리가 조각나 뒹구는 모습을 본 언니의 심정을...
조각난 아이를 주워들어야했던 언니의 심정을...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놀라고 기가막혀 눈물도 흘릴 수 없었던 그 마음을 누가 알까?
그런데 그 유치원 원장이라는 여자가 들어와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불고 하더랜다.
언니가 너무 시끄러워 나가달라고, 제발 부탁이니까 나가달라고, 우리 애기가 시끄러운거 제일 싫어 하니까 나가달라고 했단다.
사람들은 다친 아이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우리 주석이는 조사해야 한다고 나뒀다고 한다.
그 무시무시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널려있는 차가운 마루바닥에...
머리가 깨져 쏟아져서 안아주지도 못하고 그저 차가운 마루바닥에 눕혀놨다고...
가슴이 미어질 듯이 아파왔다.
눈도 감지 못하고 이렇게나 일찍 떠난 우리 귀여운 조카를...
이제는 다시 볼 수도 없는데...
2004년 2월 27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나는 사랑하는 나의 첫 조카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