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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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가톨릭교육원에서 근무하시던 환희도 수사님이 생각났다.
멕시코 출신의 마리스타수도회 수사님이신데
벗겨진 이마에 환한 웃음으로 사람을 반겨주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교육원에서 교구청으로 출퇴근을 하셨는데 낡은 자전거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셨다.
가끔 손에 들린 2차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보며 생경해 했지만,
그래도 낯선 나라에 와서 헌신하며 사시는 모습은 어린 신학생이었던 내 눈에 경이로웠다.
도대체 수사님에게 예수는 어떤 분이시기에 이런 환경을 기쁘게 받아들이시며 사시는 것일까.
원주를 떠나 귀국하셨다가 지금은 중국에서 선교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킨다.
예수님을 증언한다.
미사 때마다 이 말씀을 듣는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예수님과 함께 잔치상에 앉은 것이 복된 것이 아니라
예수의 몸을 먹고 삶의 자리로 파견되어 예수를 증언하도록
소명을 받았으니 복되다고 말한다.
신앙은 내 원의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
그분의 뜻을 기억하며 삶의 자리로 파견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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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일에 사목회 분과장들을 임명하였고
이번 금요일엔 차장들까지 함께 하는 회의를 준비중인데
오늘 각 분과의 차장들을 다 임명하였다.
흔쾌히 수락하시며 함께 하시겠다고 답해주셔서 감사했다.
자격을 논하며 그릇이 안된다 하셨지만,
그릇은 그릇 주인이 국을 담든, 김치를 담든 비어있으면 되는법,
그릇이 무엇을 담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주님께 내어 맡기며 함께 하는 이들과 마음을 맞추면 좋고 선하신 하느님께서
좋은 결과를 맺으실거라고 격려와 위로(?)를 전하며 고맙다고 했다.
서울 빈소에 다녀오기위해 성모회 첫 월례회의 후
점심먹고 한시경 출발, 원주 거쳐, 순천향대학병원 빈소까지
그리고 다시 원주거쳐 영월까지...집에 오후 9시 도착.
전례분과 회의는 수녀님께 맡기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헤아리며
오늘 하루도 감사.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