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최재형’ 두 정치 신인이 정치 선배를 눌렀다!
국민의힘 첫 TV토론…하태경-홍준표의 ‘조국 과잉수사’ 공방은 토론회 하이라이트!
조샛별(조갑제닷컴)
정치 신인들은 기대 이상이었고, 정치 선배들은 기대 이하였다. 지난 16일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1차 TV토론회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결과를 보여줬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과거 대선 후보로써 쌓은 TV토론의 경험이 있으니 훨씬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정치 신인 윤석열·최재형에 밀렸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인 나머지 후보들과 달리, 홍준표 의원의 ‘불리한 답변’ 회피, 상대 후보를 향한 비아냥 등은 노회한 정치꾼처럼 비쳤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윤석열의 토론회 데뷔는 기대 이상이었다.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지 않고 적극 해명하는 ‘정면승부’의 모습을 보였다.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홍 후보의 다소 감정적 공세에는 차분하게 맞받아쳤다. 수사 경험과 법적 논리에 바탕을 둔 설명은 ‘당당하다’는 인상을 줬다. 정책 관련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풀어냈고 금융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힐 때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단점은 말의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정도였다.
<윤석열-당당, 최재형-온화, 원희룡-소신, 안상수-경륜, 유승민-노련, 황교안-음모론>
최재형 후보는 온화한 성품을 잘 드러냈다. 주로 정책 위주로 질문했고, 정치 신인답게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유승민 후보의 경제 공약이 마치 민주당 공약 같다’며 지적한 내용은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유 후보를 당황케 만든 ‘한방’이었다.
원희룡 후보와 안상수 후보는 각각 제주지사와 인천시장으로써 정책을 집행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정책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었고 자신들의 성과를 잘 드러냈다. 원 후보는 ‘소신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돋보였는데, 최근 이준석 대표와의 ‘녹취록 공방’에 대해서도 ‘당시 공정한 경선 관리와 선관위 구성을 위해, 나라도 나서서 쓴 소리를 해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태경 후보는 이날 홍준표·윤석열, 양 후보를 나란히 비판하는 질문을 했는데, 특히 홍준표 의원을 향한 ‘민주당 대변인이냐’ 발언은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서는 ‘말 바꾸기’를 지적했고, 윤 후보를 향해서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그러나 유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가장 토론을 잘했던 후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토론회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황교안 후보는 시종일관 ‘지난 4.15.총선은 부정선거였고 무효다’, ‘부정선거를 밝히는 데 모든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태경-홍준표의 ‘조국 과잉수사’ 공방은 토론회 하이라이트!>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조국 수사’에 대한 질문을 던진 하태경 후보와 홍준표 후보 사이의 공방이었다.
하 후보는 "홍 후보가 조국과 페이스북도 공유하는 등 조국 교수와 썸타고 있는 듯하다"며 '조국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라는 홍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나.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수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과잉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대답했다.
원희룡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조국 가족에 대해 '도륙을 했다'고 여러 번 말씀 하셨는데, 정경심 교수가 2심에서 유죄에다가 실형 판결까지 나왔는데 아직도 도륙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조국이라는 사람이 '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들어갈 테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라' 그렇게 윤석열한테 이야기하고 자기가 들어갔으면 가족 전체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 아니냐"며 "말하자면 부인, 딸, 동생, 사촌, 조국 본인까지 가족 전체가 들어갔다"라고 답했다.
이 발언에 하 후보는 "가장이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보고 조선 시대 경국대전에 나오는 법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인이 잘못했으면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자유민주사회의 헌법적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의 비아냥·시간끌기·답변회피>
홍 후보의 ‘말 바꾸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홍 후보의 솔직함을 좋아하긴 하지만, 순간은 솔직한데, 지나고 보면 말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홍 후보의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 ‘탄핵 당해도 싸다’ 등의 발언과 ‘노무현은 뇌물받고 자살한 사람’등의 발언 사례를 거론하며 ‘말이 너무 많이 바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유 후보가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홍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는 대신 엉뚱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끌거나,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답변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태경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박지원 국정원장의 심각한 정치 개입 발언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는가"라며 "민주당 대변인이랑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는 “(박지원의) 공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직 팩트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하 후보를 향해 “계속 나를 몰아붙이는데, 그건 아주 못된 소리”라며 감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홍준표, 尹에게 “과거 적폐수사, 對국민 사과하라”>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과거 적폐수사와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공세를 폈다. 홍 후보는 ‘(윤 후보가) 박근혜를 구속시킨 공로로 출세했고 보수진영 궤멸에 앞장섰다’며 ‘지금이라도 당원이나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당시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했고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 처리를 했다”며 “검사로서의 한 일에 대해 지금 사과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변했다.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홍 후보 캠프 인사가 박지원-조성은 만남에 동석했다고 특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윤 후보는 ‘홍 후보 캠프 인사라고 특정한 적 없다’고 해명하며 ‘통상 수사를 의뢰할 때, 언론계에서 지적하는 동석자 부분도 추가 수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최재형의 부드러운 ‘한방’에 유승민 당황>
최재형 후보는 이날 유승민 후보의 경제 공약이 ‘좌파적’이라며 비판했다. 최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나온 이 공약이 어느 후보의 공약으로 보이냐’며 질문했다. 최저임금 1만 원,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외고와 자사고 폐지, 신규 원전 자제, 탈원전 등이 ‘유승민 공약’이었다며 마치 민주당 공약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후보는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고,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당시 경주 양산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할 때여서 건설을 보류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최저임금은 ‘경제가 좋아질 땐 올라가는 게 정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윤희숙 전 의원도 ‘유승민의 경제관은 민주당 쪽에 가깝다’고 언급한 바 있어, 향후 검증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