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風水)
어린 종의 신이한 풍수 -1-
옛날에 아무개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에게는 친한 벗이 있었는데 풍수에 능했다.
그러나 그 벗은 매우 빈궁했던지라 아무개 선비에게
다년간 의지하고 살았다.
어느날 선비가 병이 들어 장차 죽을 지경에 이르자
아들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죽은 후 아무개를 찾아가 알현하고 내가 묻힐
산소를 구해달라고 간청하면 반드시 나를 위해 길지를
택해 줄 것이다."
그 말을 마치고 선비는 죽었다.
성복하는 날 형제 세 사람이 서로 상의하였다.
"부친께서 남기신 말씀이 이 같으니 가서 간구해보도록
하자."
마침내 맏 상제가 말에 안장을 갖추어 타고 아무개를
찾아가 알현하고, 그 부친의 말을 전하며 같이 가서 산을
구하자고 청하였다.
아무개는 평일의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더니 인하여
말했다.
"오라고 청하지 않더라도 너의 부친상을 듣고 내가 어찌
산지를 구해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렇지만 오늘은
연고가 있어 몸을 일으킬 수 없으니 내일 내 스스로
찾아가겠다."
상제는 그 말을 믿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부터 발돋음을 하고 아무개를 기다렸으나
날이 저물어도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또 그 아우를
시켜 말에 안장을 갖추고 찾아가게 하였다. 그러자
아무개의 말이 전날과 같이, 내일 마땅히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득이 빈손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 기다렸어도 또한 전날과 같이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막내를 시켜 가서 청하게 하였다. 아무개의
말이 또 전날과 같았으나 이번에도 끝내 오지 않았다.
이에 삼형제가 분노하여 탄식하며 아무개를 매도하였다.
"그 사람 골격은 비록 그의 부모가 만들어주었을지라도,
살은 우리 집에서 붙여준 것이다. 천하에 어찌 이처럼
의리없고 막되먹은 인간이 있을 수 있는가! 이제 다시
청하지 말자. 다른 지사*를 구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겠다."
*지사 : 풍수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사람. 지관.
이같은 말들을 서로 주고 받았다.
그 집안에는 나이 겨우 15,6세 된 어린 종이 있었다.
어리석고 게으른지라 전혀 일을 맡기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주인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었고, 의복도 제
때에 맞추어 입지 못했다. 밤에는 방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매일 부뚜막 입구에서 잠을 잤다.
남루하고 볼품이 없어 사람으로 세어 주지도 않았다.
그때 마침 그가 마루 아래에 있다가 주인댁 형제들이
지사에 대해 분노하여 꾸짖는 말을 듣고 자청했다.
"소인이 가서 그분을 모셔오겠나이다."
주인은 벌컥 화를 내며 꾸짖었다.
"우리 세 사람이 연이어 가 누차 청했어도 오지 않은
자인데, 네가 어떻게 청해 올 수 있단 말이냐?"
다른 노비를 시켜 그를 내쫓도록 했다.
어린 종이 말했다.
"그렇지만 소인이 가면 당장에 청해 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차례 간청하자, 막내 상제가 말했다.
"만약 저 아이를 시켜 오시기를 청하도록 하면
그 자에게도 욕이 될 것입니다. 시험삼아 보내본들 뭐
해 될 것이 있겠습니까?"
맏형이 이를 허락했다.
어린 종은 늘상 한 작은 철을 갈아 뾰족한 칼을 만들어
주머니 속에 숨겨두었었다. 드디어 말의 안장을 갖추어
끌고 갔다. 말을 아무개 집의 문에 매어두고 문안으로
들어가 불렀다.
"생원님! 생원님 계십니까?"
아무개가 물었다.
"어데서 왔느냐?"
"모댁에서 왔습죠."
아무개는 그 말을 듣고 그 모습을 다시 보니, 전날
모가에서 익히 보던 어린 종이었다. 인하여 물었다.
"무엇 때문에 왔느냐?"
"생원님을 청하려고 왔습죠."
아무개가 크게 노하였다.
"너의 주인이 오지 않고 네가 와서 나를 청한단 말이냐?
갈 수 없다."
그 어린 종은 마루 위까지 올라가 청하였다.
"청하옵건데 가십시다."
아무개는 더욱 꾸짖고 욕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상주를 꾸짖고 욕하였다. 그 어린 종은
또 재삼 청하더니,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와 가시자며 또
여러 차례 청하였다. 그러나 아무개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어린 종은 불쑥 앞으로 나와 아무개를 발로 차
넘어뜨리더니 가슴을 타고 앉아, 왼손으로는 목을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주머니의 칼을 꺼내 찌를 듯
하면서 큰 소리로 꾸짖었다.
"너의 뼈와 피부는 비록 너의 부모가 낳은 것일지라도
너의 살덩어리는 모두 다 나의 주인댁에서 붙여준 것이다.
네가 은혜 배반하기를 어떻게 차마 이 같이 하느냐?
너같은 놈은 죽여도 아까울 것이 없다."
아무개는 일어날려고 했지만 어린 종의 무게가 태산
같아 달리 움직일 수 없었다. 몹시 두렵고 겁이 난지라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정성이 이와 같은데 내가 어찌 가지 않겠느냐?
가마. 가도록 하마."
그러자 어린 종이 몸을 일으키고 칼을 주머니 속에
감추더니 말을 끌고 와 빨리 가시자고 청하였다.
아무개는 부득이 말을 타고 오는데, 길 옆에 장사 지내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종이 아무개에게 말했다.
"저 장사지내는 산지가 어떻습니까?"
"쓸만하다."
"생원님이 아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오? 산지는 비록
좋지만, 지금 하는 것은 도장*이니 그 흉함이 막대합니다.
*도장 : 원래는 자손의 무덤을 조상의 무덤 윗자리에 쓰는 것을
의미하나, 본 이야기의 맥락에서는 시신의 위 아래 위치가 바뀐 것을
이르는 듯 하다.
어째서 가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습니까?"
"그것을 네가 어찌 아느냐?"
"가서 보시기만 하면 곧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장례는
인륜의 큰 일입니다. 속히 가서 구해준다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나서는 산을 향해 말을 몰았다. 아무개는 이미
그 어린 종에게 겁을 먹고 있었던지라 부득불 산에 올라
그 상주에게 조의를 표했지만, 차마 도장이라는 말만은
할 수 없었다.
어린 종이 옆에서 계속 말하라고 재촉했다. 그 때 이미
천회*를 쌓는 것이 반절 이상 진행되고 있던 차였다.
*천회 : 관 위를 다지는 석회
아무개는 할 수 없이 그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상주가
크게 놀라 반신반의하였지만, 강력하게 말을 하는지라
마침내 묘혈로 가 천회를 철거하고 횡대*를 열고 보니
과연 위 아래가 도치되어 있었다.
*횡대 : 무덤을 넣는 공간의 위를 덮는 것.
그래서 즉시 한 금정*을 내려 새로운 묘혈을 열어
장사지내도록 지시하고 갔다.
*금정 : 묘혈을 파는데 사용하는 기구
그 상주는 아무개의 은덕을 크게 치하하며 한사코
붙잡았다. 아무개가 말했다.
"갈길이 매우 바쁜지라 머무를 수 없습니다."
마침내 하산하여 왔다.
집에 십여리 쯤 못미친 곳에서 동노가 말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