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뻥뻥(비중격만곡증 수술 후기)

[좋은날에]

몇 년 전 운동하다 코가 부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과정 중 처음으로 코 안의 뼈가 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때 공기가 통하는 통로를 비중격이라고 하는데 그쪽이 휘어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코뼈라고 부르는 콧대 말고, 코안의

다른 뼈입니다.

어쩐지... 고등학교때부터 비염에 시달렸고, 술 마시면 콧물이 계속 나왔고,

환절기마다 휴지를 달고 살아야했던...

20대때는 콧물만 나와서 버틸만 했는데,

30대 중반 넘어가니 콧물 없이도 한쪽 코가 자주 막혔고,

말을 계속 하면 코에 이어 귀도 막힐때도 종종,

어떤 날은 한시간 내내 재채기만 나올때도 있었습니다.

말하는 걸 계속 해야 하는 직업인데 계속 이럴 수는 없어서, 올해 휴직해 시간이 많을때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 수술병원 결정 및 입원

검색창에 '비중격'이라 검색하면 수많은 병원들과 수술후기 들이 나옵니다.

개인병원에서 해도 되고, 대학병원에서 해도 됩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검색했는데, 몇년 전 코뼈를 봐주셨던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선생님께 수술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난생 처음 입원하는거라 긴장했는데

돌아보니 의사&간호사 선생님들의 친절한 안내가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추석연휴 전 수술을 실시했으며, 입원은 수술 하루 전에 했습니다.


2. 마취 및 수술, 회복실

제가 받은 수술의 정확한 명칭은

'비중격조정술 및 하비갑개 절제술'입니다.

이 수술은 전신마취나 부분마취 둘 다 가능한데

전 병원의 권유에 따라 전신마취 실시했습니다.

전신마취는 처음이었습니다.

마취를 기다리는 순간이 많이 떨렸고, 수술방이 꽤 추웠습니다.

제가 누운 수술침대는 좁게 느껴졌구요.

마취선생님들이 와서 인적사항 확인하고,

그들끼리 안부 전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이어 '왜 이비인후과 사람들 안와?' 라는 목소리,

'얼마 넣을까요? '

'250'

알코올 냄새가 목끝부터 올라오는

느낌이 1~2초 들었다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눈을 뜨고 회복실의 천정이 먼저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갈증과 코의 아픔이 콜라보되어 전해지더라구요.

살면서 느꼈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물리적 고통이었습니다.

군대에서 화생방실 들어갔던 깊이만큼 느껴졌어요.



몇분을 앓다가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2시간 정도 지났더군요.

이어 들리는 다른 환자들의 신음과 비명 소리! - 회복실에는 저 혼자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건네는 안부 확인 음성, 그들끼리 이야기하는 사적인 대화


그렇게 20여분 정도? 후에 다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3. 입원 치료


비중격 수술로 3박 4일을 입원했습니다.


그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수술당일부터 이틀이 지날때의 시간입니다.


수술 후 통증은 진통제 덕분에 괜찮은데,

코 안을 틀어막은 솜으로 인해 입으로만 호흡하는 불편함이 상당합니다.


음식이나 물을 삼키기 힘들어 안 먹게 됩니다.

잠을 잘때 입으로 숨쉬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잘 수 없고

잠깐 자고 일어났을때도 입안에 피딱지가 고이거나

입술이 말라서 헐어버립니다. 그로 인한 불쾌함이 정말 커요.


그리고 눈이 아픕니다.

어느 순간 막 눈물이 나올정도로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럴때 안약을 넣으면 괜찮아졌다가 몇 시간 후 다시

눈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비중격 수술 후기를 보면 3~4일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수술이나 입원 과정에서 보호자가 크게 필요없다 하는데

저의 경우에는 아니었습니다.

눈 쪽의 고통때문에 옆에서 안약 챙겨주고,

도와줄 사람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수술 후 약 1주일 정도까지는 눈쪽의 고통이

이따금 밀려와서 안약 항상 휴대하고 운전 자제하였습니다.

나중에 후기 찾아보니

고통 심하신 분들은 피눈물 흘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수술 후 이틀이 지나면 코 안을 틀어막은 솜을 제거합니다.


예전 코뼈 부러졌을때 경험도 있고,

후기 찾아볼때도 워낙 ㅎㄷㄷ한 고통이 느껴진다해서 각오 단단히 하고 갔습니다.


보통 입원환자들은 외래 진료 시작 오전 9시 전에 가서

담당 선생님께 진료를 받는데요, 제가 입원했던 기간은 추석연휴라

젊은 당직? 선생님이 코 안의 솜을 빼주셨습니다.

20대 후반 쯤 되는 선생님 앞에서 울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견딜 수 없이 아픈 정도는 아닌데, 그냥 눈물이 나요.

'괜찮으세요?'

'아흑~ 괜ㅊ... 괜찮습니다'

말은 이렇게 나오는데 눈물도 같이 나옵니다.

저는 울고, 의사선생님은 생긋 웃고...





끝나긴 끝나서 솜을 제거하니

숨쉬기가 한결 편해집니다.





4. 퇴원 후 관리, 수술 후 달라진 점



하루 3~4회 정기적으로 코세척하고

인근 병원에서 주1회 정도 소독 및 피딱지 제거 하며

벌써 한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한 달 동안 코세척 꾸준히 했고, 술 마시지 않았고, 무리한 운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수술 경과 확인하러 갔는데,

아직 점막이 다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부터 운동도, 음주도

괜찮다고, 수술 경과 좋다고 안내받았습니다.




이제 코 세척은 하루 이틀에 한번 정도 합니다.(코세척 한 후 개운한 느낌이 좋습니다)


수술 전에는 한쪽 코가 거의 막혀있었는데(숨구멍 크기가 수술 전 좌우 9:1 정도라 하더군요)


지금은 양쪽 코로 호흡하는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뜬금없지만 노래부르는 것도 달라집니다.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노래좀 하네?

'이런 이야기를 노래방 갈 때 자주 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대학때는 민중가요 노래패 활동 하며 노래연습 종종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대학교 축제 노래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지역 청소년 축제에서도 상도 받은 적이 있습니다.


30대 초반까지는 친구들이나 직장에서 노래방 갈때마다 괜찮았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노래를 못하게 되더라구요.

회식 후 노래방 가는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노래 부를 일은 차에서 흥얼거리는 정도였는데

얼마전에는 여자친구에게 노래 못한다고, 음치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허허

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코가 믹힌채로 노래부르니

고음도 힘들고, 음정도 계속 나가더라구요.



그러다가... 코 수술 후 차에서 노래를 불러봤는데

노래부르기가 한결 수월해지더라구요.


'거리에서' 같은 노래들이 어느 순간 따라부르기조차 버거웠는데

진성 가성 왔다갔다 하는게 조금씩 되더라구요.



나중에 노래방 가서 한번 해보려구요.





5. 수술 비용 및 여담



수술 전 검사 및 입원비용까지 다 하면

100만원 조금 넘었던 것 같습니다.


병명은 '비중격만곡증'인데 비중격만곡증 치료는 대다수 실비보험에서

보험 적용항목이라 하니 혹시 하실 생각있으신분들은 보험사 문의해보세요.



몇년 전 코뼈 부러지는 사고가 없었다면

저는 비중격만곡증이라는존재가 있는지도 몰랐을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코는 휘었는데 어릴적 물리적 충격이나 성장기 코가 자라며

저처럼 휘어짐 정도가 큰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평소 콧물이 나지 않아도 코막힘 증상이 유달리 심하거나,

비염이 심하신 분들은 관련 정보 검색해보셨으면 합니다.





제 경우 바로 수술을 권하지는 않았고


약물치료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처방을 두 달 정도 진행한 뒤


호전되지 않아 수술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비중격수술 후 당일 바로 퇴원하고 다음날부터

일상생활 가능하다는 안내도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다르겠지만,

제 경우 돌아봤을때 다음날 일상생활은 굉장히 힘들었을것 같고,


1주일정도는 푹 쉴수 있는 상황에서 수술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 안쪽을 만지는 수술이라 수술 후 외관상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간혹 코 성형을 함께 진행하는 분도 있다던데,

제 경우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코 안쪽만 만져도 이렇게 아픈데, 코뼈까지 높이는 수술하라고 하면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좌 우 콧구멍으로 호흡하니 삶의 질이 한결 올라감을 실감합니다.

[Bobby Ray]

저도 작년초에 했었죵 삼성병원에서 ㅎㅎ 왜 더 일찍 안했을까 이좋은걸.. 만족하며 삽니다 ㅋㅋ 맨날 이런날씨되면 죽을맛이었는데 아무렇지 않네요 ㅋㅋ 그많던 재채기 콧물 그런게 휘었던 코뼈때문이었다는게 신기할따름.. 물론 찬바람 알레르기? 때문도 있지만용

[조던황제]

한달 좀 넘은 후에 다시 막히기 시작한다는게 가슴 아플뿐이죠

한달 동안 뻥뚫렸을때 그 코안의 미칠듯한 상쾌함..정말 신세계였죠 ㅠ

그걸 한달 후에 막히기 시작하니 눙물이..그래조 수술전과 비교하면 훨 나아졌는데 다만 제 경우엔 코안이 이전보단 쉽게 건조해지더군요

[데굴이]

글 보면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ㅠ

[King james]

딱 참고 고 하시죠

[좋은날에]

제가 엄살이 심해서 그럴수도 있어요 ㅎㅎ 수술 후 1주일이 힘들고, 그 다음에는 큰 통증 없습니다~

[[LAL]AZK1]

2012년에 수술을 받았는데.. 위에 적으신대로 검색하면 나오는 병원 중 한 곳에서 했구요.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이 아니라 전신마취도 아니었구요.

[키세]

전 고등학교때 받았는데 레알 신세계죠 ㅎㅎ 전 사계절 내내 비염도 달고 있어서 정말 상태 심각했습니다 콧물 평소에도 많은데, 잘 안나와서요. 지금은 콧물 많아도 잘 뺑하면 나오고 해서 수술 받기 잘한거 같습니다 어차피 비염은 수술로 안되니 문제 하나 해결하니까 살거 같아요 심할땐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여서 가래도 맨날 뱉었었고 가래 밷는 버릇도 고쳐졌죠 덕분에

[취해봐]

헣...저도 항상 코 1개 막혀있고 재채기ㅜ많이 하고 그러는데 코가 휘어서 그런거겠네요.. 두개로 숨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궁금하긴하네요 ㅋㅋ

[King james]

신세경입니다

[좋은날에]

저도 코막힘과 계속되는 환절기 재채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좋습니다. 다양한 후기 검색해보세요~~

[구리구리]

저도 이제 수술한지 얼추 10년 다되가는데 저는 매우 만족입니다

[Charles #34]

저도 그거한지 3주 됐는데 ㅋㅋㅋ 전 부분마취했구요

[King james]

저도 한 4년전에 그 수술을 받았었지요 수술하고 나서 이틀동안 진짜 잠을 못잤습니다 말씀하신 코가 완전히 솜을 틀어막혀있는데 얼마나 그게 고통스러웠던지 ㅜㅜ

지금은 다 낫고 축농증과 비염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지요

[둠키]

저는 이런 경험글 감사하더라구요. 빨리 완쾌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댜. 고마워요

제코가 시원한것 같아요

[Chicago Bulls]

비중격이 휘어 있는건 이비인후과에서 진단이 가능한가요??특별히 다친적은 없는데 비염이 너무심해서요 ㅜㅜ

[좋은날에]

네~ 엑스레이 말고, 얼굴 부분만 3d ct? 같은 영상장치로 촬영한다음, 의사 선생님이 영상 자료 보여주며 안내합니다. 특별히 다친적 없어도 휘어짐이 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비염 같은 경우는 코 휘어짐일수도, 알레르기 일수도 있어서 이비인후과 가서 검사받고 촬영하면 불스님 상황에 맞는 안내해주실겁니다~

[mahyuk]

저도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받던 중 수술을 권장받았는데 알아봐야겠네요~

[Raptors-VC]

저도 수술했는데 수술하고 나서 노래를 더 못하게 됐습니다... 낮은음에도 그냥 음이탈이 나더라고요 허허...ㅠㅠ

[오마이줄리아]

전 쓰신건 아닌데 부비동염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코 안의 뼈가 휘어서 한쪽으로만 숨쉬고 있습니다...수술 생각을 하긴 했는데 글 보니 무서워서...

[David Robinson]

수술 끝나고 코안에 솜 넣고 그날 밤에 잠 한숨도 못 잤네요.
며칠 있다 솜 빼는데 저만큼 들어갈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나와서 놀랐었네요.
암튼 괴롭긴 했지만 하는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전 성 현]

저도 코뼈가 많이 휘어 같은 증상이라
병원에서 여러번 권유 받았었는데 후기 보니
ㄷㄷㄷ 하네요.....

[레인맨]

저도했는데 별효과가 없네요ㅠ ...

[클라이드 드렉슬러]

몇년지나면.. 똑같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괜히했다..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