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37) 성사 : 일곱 성사 (1) 세례성사
세례성사는 한 마디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성사입니다.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다른 성사들로 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 세례는 물로써 그리고 말씀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13항). 세례성사에 관한 주요 내용이 다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세례성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
세례성사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라는 말은 세례성사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자 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우리는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납니다. 달리 말하면 하느님께서는 세례 때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주십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또한 하느님의 생명 안에서, 곧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세례성사를 "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세례성사를 받지 않으면 다른 성사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례성사를 "다른 성사들로 가는 길을 여는 문"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가톨릭교회는 일곱 성사 가운데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성체성사를 특별히 입문성사라고 부릅니다. 이 세 가지 성사를 통해 우리는 가톨릭교회에 입문해 가톨릭신자로서 온전한 자격을 갖추고 더욱 성숙한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세 가지 성사 가운데서 가장 기초가 되는 성사가 세례성사입니다.
세례 의미와 효과
'세례'(洗禮)는 라틴어 밥티스무스(baptismus)를 번역한 것인데 '물에 담금' '물에 잠김' '씻음'이라는 의미를 지니지요. 그리스도교 세례 예식은 원래 물속에 잠겼다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물 속에 잠긴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물에서 나온다는 것은 또한 깨끗이함, 깨끗해짐을 뜻하지요.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죽었다가 깨끗하게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세례 받기 이전, 하느님을 알기 이전의 내가 완전히 죽고 하느님의 자녀로 깨끗히 새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세례성사 핵심 예절은 세례받을 사람의 이마에 물을 부으며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에게 세례를 줍니다" 하는 것인데 이마에 물을 붓는 것은 세례 물에 잠겼다가 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를 대신해 죽으셨으나 부활하시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드셨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진리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죄에 죽고, 그리스도 부활에 동참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죄에 죽는다는 것은 곧 죄에서 해방되어 깨끗해진다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우리는 원죄와 본죄(本罪), 곧 우리 자신이 범한 모든 죄를 사함받고 깨끗한 상태로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들게 되지요.
나아가 세례성사를 받을 때 우리 영혼에는 지울 수 없는 영적 표시인 인호(印號)가 새겨집니다. 이 인호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리스도께서 수행하신 사제직에 참여하며 교회 안에서 저마다의 부과 역할에 따라 교회의 지체로서 한 몸을 이룹니다. 그리하여 교회 사명인 하느님 나라 건설에 참여하는 사명을 함께 수행하는 것입니다.
알아둡시다
세례성사를 주는 사람은 통상적으로 성직자(주교, 신부, 부제)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에는 평신도가, 나아가 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세례 집전에 합당한 의향을 지니고 있을 경우 세례를 줄 수 있습니다. 합당한 의향이란 교회가 세례를 줄 때에 의도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의도를 가지고 세례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56항).
한 가지 더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이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신앙 때문에 죽음을 당한 사람들과, 예비신자들, 그리고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구원받을 수 있다"(1281항).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양심에 따라 하느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교회는 "화세"(火洗) 또는 "열망의 세례"(熱洗)라고 부릅니다. 또 하느님을 위해,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의 경우에는 "피의 세례"(血洗)라고 부릅니다.
[평화신문, 2008년 11월 9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