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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고 여선생' 백지희 2단 아세요? 한국바둑고등학교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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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 바둑고등학교가 있다? 없다? ![]() 어중간한 바둑팬이라도 명지대나 세한대(구 대불대)에 바둑학과가 있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바둑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딱 1년전 이맘때,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국내 최초로 바둑특성화 학교인 한국바둑고등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주암종합고등학교가 바둑특성화고로 전환해 교명을 바꾸고 2013년도 첫 신입생 40명을 받는다는 소식이었다. 최현 교장의 인터뷰도 여기저기 실렸다. - 일찍이 명지대와 세한대에 바둑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바둑을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고등학교는 한국바둑고등학교가 처음이다. - 그간 충암고, 선린인터넷고, 세명컴퓨터고, 경성고 등 몇몇 학교에서 체육특기생으로 바둑특기자를 뽑아왔지만 아예 학교명에 ‘바둑’을 못박아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바둑전문 고등학교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 바둑을 통한 글로벌 리더의 양성을 교육목표로 일반교과와 바둑교과로 편성, 학습하며 바둑교과에는 바둑기술의 연마와 더불어 바둑문화, 바둑철학, 바둑마케팅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 - 그리고 올해 3월부터 2개 학급의 바둑과에 40명의 입학생을 받아 수업을 시작했다. 관심은 여기까지였다. 이 학교 태생에 대한 관심은 요란했지만 이후 1년 가까이 지나고 다시 내년 2기 신입생 모집에 나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바둑고등학교에 여전히 눈길을 돌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벌써 다들 까맣게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둑언론이나 협회, 이른바 바둑제도권조차 시야에서 잠시 놓아버린 학교. 이 학교는 요즘 2014년 신입생 원서 접수중이며(11월5일까지), 40명의 정원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면 바둑특성화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아직 박한 모양이다. 이는 “바둑은 잡기에 불과하고, 바둑 배워 대학 갈 수 있겠으며, 어디 밥벌어먹고 살 수 있겠느냐?”는 사회인식과 맞닿아 있다. 한국바둑고등학교에는 스물여덟 살 아리따운 여선생님, 백지희 2단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 3월 개학에 맞춰 프로기사 휴직계를 내고 바둑선생님(강사)으로 부임했다. 격주로 귀가하는 기숙학교라 아이들과 동거동락하며 지낸다. 교단에 선 ‘선생님 백지희’의 모습도 담고 싶었고 한 살이 돼가는 한국바둑고의 실상을 소개할 겸 순천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개학 후 학교의 모습을 제대로 담은 기사는 본 적이 없다. ![]()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학굣길 학교가 있는 주암면이 순천시에 속한 행정구역이라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찾았다가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다시 40여 킬로미터나 가야 하는 곳이란 말을 듣고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면서 차창으로 접하는 순천의 산야는 아름다웠다. 가을이라서가 아니라 이 지역이 원래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그런데 국도에서 꺾어져 학교로 들어가는 300여 미터의 학굣길을 대하고선 ‘헉’ 하는 소리가 또 한번 새어나왔다. 이같이 아름다운 등굣길을 내 걸어본 적 있던가.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와 편백나무 숲이 양쪽으로 늘어선 길을 들어서노라니 마치 왕질이 신선들이 바둑삼매경에 빠진 석실산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세계로! 미래로! 바둑이 있어 행복한 학교! 그랬다. 바둑이 있어 행복한 학교. 기자생활 스무 해를 넘기도록 운동장 조회대 이마에 바둑글귀를 당당하게 붙인 학교는 처음이었다. ![]() ![]() 기숙사 이름도 명인관 21억원을 들여 전교생을 수용할 수 있게 지은 4층 규모의 첨단 기숙사 이름은 바둑의 명인(名人)을 뜻하는 바로 그 명인관이었다. ‘국수(國手)’도 대상에 올랐으나 먹는 국수를 연상케 할 우려가 있어 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비가 전액 공짜일 뿐만 아니라 기숙사비도 75%를 지원하고 있다. 주암댐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다 보니 수자원공사에서도 여러 모로 지원하고 있다는데 그중 교복비도 절반 대준다고 한다. ![]() 바둑돌 소리가 들리는 교실 단풍이 곱게 물든 운동장 가로수를 지나 2층 교동 아래로 다가서니 귀에 익은 청아한 소리가 먼저 들린다. 바둑돌 놓은 소리. 복도 끝에서부터 다가오는 착점 소리에, 가을잠자리마냥 날갯짓하는 아이들의 꿈을 읽는다. 오매 단풍 들것네! 바둑 두는 학생의 어깨너머 창밖 교정에 한창 오색단풍 드는 가을나무들이 눈부시다. 그만 부러워졌다. 이 같은 교정과 교실에서 날마다 수담을 나눌 수 있는 너희가. ![]() ![]() 위기십결이 걸려 있는 창 교실 창마다 위기십결(圍棋十訣), 위기오득(圍棋五得) 같은 바둑격언과 속담이 써진 롤블라인드가 보인다. 너희는 교정의 풍경만 바라보는 게 아니로구나. ![]() 교실마다 바둑 온라인 실전대국을 통한 기력향상을 도모하는 기력향상실, 바둑정신과 예절을 배우는 바둑예절실과 그룹대국실...자동카메라 추적 녹화시스템과 영상강의 시스템을 갖춘 바둑교실은 멀티미디어 강의가 가능하다. ![]() 디지털대국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지털대국실에서 수업 중인 바둑과 1반을 찾았다. 열공 중! 오호, 저기 설탕단풍처럼 마악 물이 든 옷을 입고 등을 보인 채 수업하고 있는 저 분, 얼굴 보지 않아도 누구인 줄 알겠다. ![]() ![]() 바둑고의 프로기사 여선생님 백지희 2단이다. 프로기사로서의 특기를 살려 주로 바둑기술적인 실기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업시간이 잡혀 있지만 학생들과 기숙사생활을 하며 일주일 내내 그때그때 지도를 한다. 명지대 대학원 3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바둑고에서 실기강사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별 기대를 않고 “한번 넣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가 오게 되었다는 백2단은 “입단하기 위해 도장생활만 한 편이라 학교생활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게 많아 생소했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지내는 게 무척 행복하다. 애들도 배우고 싶어 하고 가르칠 수 있으니 보람 있다.” 말한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살짝 털어놓는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공립학교가 바둑학과를 내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바둑특성화 학교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다만 우리학교의 정착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관망하고 있다는데, 그만큼 한국바둑고등학교의 성공은 중요하다. 그런데 서울과 거리가 먼 곳이어서인지 프로기사나 한국기원 등 바둑계의 관심이 아쉽다.” ![]() 바둑교사 이강지 선생님 일반사회 과목이 전공인 이강지 선생은 인근 고흥고등학교에 적을 두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한국바둑고에서 바둑교사를 겸임하고 있다는데, 갓 출발한 학교의 여건상 바둑교사직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교사자격증을 가진 일선교사 중 바둑을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정교사가 드문지라 아마5단의 이강지 선생님이 절실했고 도교육청의 배려로 겸임교사를 하게 됐다. 주로 바둑이론을 가르친다. 바둑학교가 선을 보인 게 처음이기에 교사양성 시스템이 있을 리 없다. 당연히 교원 수급이 가장 난제이다. 당장 신입생 2학급이 더 늘어나는 내년에는 교사공모를 통해 프로기사 1명을 더 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강지 선생은 현재의 국가 교육정책 차원에서도 한국바둑고등학교 바둑과는 특별한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고교생활에 만족도가 낮은 요즘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게 하여 행복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란다. “중학교시절 교과에는 취미가 없어 바둑으로나마 방황을 면하고 있던 학생들은 고교입학 후 다시 무의미한 생활을 할 확률이 높은데, 그 학생들에게 3년간 방황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그 기간 오히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의욕을 북돋우고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지어낸 말이 아님을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밝다. 운동장이건 복도에서건 식당에서건 마주치는 아이들 족족 “안녕하세요!”라고 밝은 표정, 명랑한 목소리로 외부인인 기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여러 학교를 가본 사람은 이 행동 하나만으로도 학교의 건강 지수를 짐작할 수 있다. 입시경쟁만 앞세우는 일반학교에서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큰소리로 먼저 인사하는 학생, 그리 많지 않다. ![]() 여선생님의 교실책상 백지희 선생의 책상엔 학생의 기보기록장과 출석부와 인쇄한 사활문제 묶음이 놓여 있다. 그리고 수업중 꺼놓은 휴대폰. 잠시 학생들의 바둑수업 모습을 보자. 칠판에 써놓은 백지희 선생의 알림 글씨도 새롭다. 바둑학교에선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다. ![]() ![]() 손재원 학생(맨왼쪽)은 전주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바둑학원을 다니며 배웠고 지역 어린이대회에서도 2번 우승한 아마4단의 기력이다. 아빠가 신문을 보고 바둑고에 대해 알려줬고 바둑이 좋아 자원 입학한 학생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다. 학원에서 배울 때보다 바둑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다. 교재도 다양하고 맞춤형 지도도 마음에 든다. 학교 환경도 정말 좋아 즐겁다. 여학생이 적다 보니까(바둑과 여학생은 모두 5명이다) 한꺼번에 다 같이 어울려 다니기 때문에 왕따를 시킨다거나 짝을 이뤄 끼리끼리 노는 문화도 없다.” ![]() 바둑학교라 하여 바둑공부만 하냐고요? 한국바둑고등학교에는 바둑과 2개 학급 외에 보통과(일반 인문계)와 기계과 각 1개 학급이 있다. 교육목표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다. 그러기 위해선 외국어 교육은 필수다. 해외 바둑보급은 바둑과의 진로 중 중요한 목표인데 영어와 일본어 외에도 중국어를 방과후학교 시간에 개설하여 누구나 외국어 한두 개는 막힘없이 구사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대학 진학은 포기할 수 없는 현실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공부뿐 아니라 대학입시 공부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대다수 학교가 겪는 고민- 바둑도 잘 두고 좋은 대학도 보내고자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학부모들의 욕심 앞에 힘이 드는 건 사실. 그러나 대학진학 또한 중요한 목표다. 학생 수가 적기에 수준별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있는 건 정규학교보다 자유로운 특성화교, 작은학교의 장점이다. 사진은 모형을 활용한 수학수업. 최현 교장은 “현실적으로 전 학생이 프로기사가 될 수는 없다. 1~2명이 된다면 대단한 성과일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방면의 바둑관련 진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고,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가령 명지대나 세한대 학생들의 방문, 교류를 통해 멘토와 멘티 개념 등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둑을 하면서 다른 학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도 있다. 수능과 내신관리도 신경써 주어야 할 부분이다. 서울의 유명 국영수 강사들이 하는 화상강의를 매일 저녁7시~10시에 수강한다.”고 말한다. ![]() 천풍조 9단의 특강 마침 취재를 하던 날 천풍조 9단이 ‘해외 바둑보급과 외국어의 필요성’에 대한 특강과 지도다면기가 있었다. 바둑의 전문가뿐 아니라 타 분야의 전문가들도 수시로 초청하여 세상 살아가는 지혜와 혜안을 배우고 있다. ![]() 담양에서 온 정민우 학생(대국자)은 바둑TV를 보고 배우다 바둑이 좋아서 입학했다 한다. 3월 입학하기까지 입문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로 10급을 둔다. 프로기사와 처음 지도다면기를 둬 봤다는 정군은 “어휴~ 그래도 9점이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프로바둑의 매서움에 진저리쳤다. “쌤, 오늘 청소는 어떻게 해요?”“(지도다면기 등이 있어) 안해도 돼!” “아싸~!” 이때 선배인 듯한 한 학생이 준엄하게 던지는 이 한마디에 바둑고 학생의 바둑에 대한 태도가 담겨 있다. “바닥에 떨어진 돌은 주워야지!” ![]() ▲ 한국바둑고등학교에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저녁식사 자리에서 기자가 학문으로서 바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썩 호의적이지 않은 실정과 진로를 걱정하자 최현 교장은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가 생각 이상 높다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교육관을 풀어놓는다. “향후 10년~15년을 전망하면 미주나 유럽, 동아시아 시장에서의 바둑의 미래 전망은 밝다. 가령 동아시아는 지금 한자권의 유교문화가 주도하고 있지만 그땐 바둑문화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국제화시대가 확산되면 우리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이 세계보급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 바둑고를 이끌어가면서 현재 가장 아쉬운 점을 물었더니 두 가지를 말한다. “첫째는 한국바둑고의 학생들은 한국기원의 지역연구생 자격, 그러니까 지역연구생 입단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으면 한다. 바둑고는 사교육 기관이 아니다. 국가에서 제도권 공교육으로 인가한 유일한 전문학교란 사실을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그런데도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지역연구생 입단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역연구생 입단대회에 나가려면 13개월 이상 지역연구생으로 적을 둬야 하고 주말리그(월 4회)에 50% 출석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2주에 한번 귀가하는 기숙학교 학생 처지에서 주말에 또 자기 연고지로 달려가 꼬박꼬박 출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옵션 탓에 학부모와 학생이 좌절하고 자퇴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학교로선 좋은 인재를 놓치는 꼴인데, 프로를 지망하는 학생의 입장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는, 얼른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바둑이 초중고 제도권교육에 들어오게 되고 교장들이 관심을 갖고 선수육성을 하게 된다. 그래야 바둑전문인들이 선수 코치로 갈 길이 트인다.” ※ 한국바둑고등학교는 내년 신입생 원서를 11월5일까지 받고 있다. 신입생 모집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래 학교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학교주소 및 연락처] 전남 순천시 주암면 구산강변길 44-25 교무실(061-759-1818) 행정실(061-759-1801) ○●한국바둑고등학교 홈페이지 ☜ 클릭 ○● 전국 최초의 바둑특성화고 최현 교장 인터뷰 ☜ 관련기사 보기 클릭 |
첫댓글 1년만 일찍 생겼으면 진지하게 생각해봤을텐데...
바둑고등학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