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도 중늙은이 얼어죽을 추위까지도 이제 다 지나간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두터운 옷을 입으면 덥고 얇은 옷을 입으면 춥게 느껴지는 날씨가 며칠째다.
날이 이렇게 따뜻해지니까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마음속에 남아있는 겨울 찌꺼기를 쓸어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겨울에 한번 다녀왔던 해운대해수욕장 앞 바다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 바다가 내 눈에 그리움을 안고 다가왔다.
꺼릴 것 없는 백수이니,머뭇거리고 싶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바로 해운대해수욕장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경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해 해운대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1,30경이었다.
점심 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음식집을 찾아들어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던가?
식사후,해운대 해수욕장에 들어서자 갈매기들의 묘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람선 승객이 과자로 유혹하는대로 갈매기들이 야료 부리듯 하고 있었다.
동백섬에 있는 인어공주상도 혹한에 떨던 지난 겨울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인어공주가 내놓고 있는 젖무덤까지 봄 날씨만큼 시원해보였다.
봄 날씨가 선물한 관능적인 변화였다.
그 변화는 그 옆에서 해산물 채취작업을 하는 여인의 손길에서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끝물에 접어든 동백섬의 동백꽃에서는 봄이 빠르게도 도망을 치고 있음을 느껴야했다.
최치원 동상까지 돌아보고 해수욕장쪽으로 되돌아오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맞은 쪽에서 오고 있던 7명의 할머니들과 '해운대 엘레지'노래비 앞에서 만났다.
할머니들은 노래비를 보더니 멈추어서며,함께 '해운대 엘레지'를 부르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세월이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잊어 내가 운다
산책객들중에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멈춰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할머니들은 소싯적에 유행가라면 한 가락씩 한듯한 노래 솜씨를 보였다.
노래속에 추억을 더듬어가면서 울컥해지는지, 목소리들이 하나같이 젖어들고 있었다.
그 젖은 목소리들이 사람의 매마른 가슴속을 파고 들어와 같이 축축하니 젖게 만들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해운대를 떠올리면 할머니들의 노래가 생각날 것 같다.
첫댓글 글을 읽으면서 제 가슴도 축축하게 젖어 오네요
단편 소설을 읽은듯 합니다.
마음이 여린 분인가 봅니다.
서툰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부산파견 근무할때가 그리워지네요
부산파견 근무시의 여러 아름다운 추억거리들이 계기만 주어지면 연상되곤하지요?
그 그리운 추억거리들을 하나씩 이곳에 펼처봄이 어떨까요?
부산근무시 해운대에 참 많이 갔습니다. 집이 연산동이라 버스타고 가면 되니까요. 벌써 25년이나 지났군요. 당시는 전철은 있었으나 단선이었는데 지금은 경전철까지 있다니 참 감회가 서리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백섬을 배타고 지나가면서 조용필의 노래를 들었을 때와 남해와 동해가 합쳐지는 부근에 있는 횟집에서 식사를 했을 때가 아닌가 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설애아빠님도 위의 류블류님과 같이 부산에 대한 추억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연산동에 거처하셨다면 25년전이라 하더라도 해운대 가는 것은 이웃나들이 가는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유람선과 횟집 이야기 등,부산근무시의 추억 보자기를 풀어놓으면 풍성하겠는데요?기대되는데요.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학교를 부산에서 다녔고 어른이 되어서는 부산에서 근무를 한적이 있죠. 옛날의 해운대가 그리워요. 지금은 낯설고요.
어느해 여름 아버지가 해수욕을 가서 튜브를 태워주셨는데 너무 세게 밀어서 그 짠 바닷물을 잔뜩 먹고 울었든 기억도 나고
무엇보다고 가보고 싶네요.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볼 수 있는 님이 부럽습니다.ㅎ
중학교를 다녔고 어른이 되어서는 근무까지 하셨다면 부산이 제2의 고향쯤 되겠습니다.
해수욕을 가서 짠 바닷물을 잔뜩 먹고 울었다는 기억에도 해운대가 가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버님의 실수로 인한 사건이었지만 그실수에도 사랑이 철철 넘쳐있었음을 헤아려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의 그 사랑속에 깃들어있는 추억이 이제는 아름다워보알 것 같습니다.
저는 태어난곳이 전라도라 아직도 해운대를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저도 섬이 좋아 '여수'앞바다의 금오도를 다녀왔습니다만 , 님의 해운대 바닷가의 풍경과 함께 '해운대 엘레지를 부른 할머니들의 순수하시고
감정적으로 즉석에서 '해운대엘레지'부른 노래소리가 여기 까지 들리는것 같습니다. 봄의 전령사가 우리곁에 온 것 같습니다
여수 앞바다 이야기하시니까,향일암을 목적지로 관광을 갔다가 여수 앞바다를 둘러본 기억이 나는군요.
가까이 있으면 자주 찾고 싶은, 욕심이 나는 아름다운 바다였습니다.
네,그날 할머니들이 부른 '해운대엘레지'노랫소리가 또 이명이 되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시간을 내으셔서 여수 항일암 백도 거금도 금오도 남해의 섬의 아름다움을 찾아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