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조조영화 조지다가 조져짐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던 대학생때 겪은 일임....
당시 나는 아침 8시반 조조영화 약속을 잡을 정도로 패기 넘치는 청년이었음...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곳은 백화점 맨 위층에 위치한 cgv였는데, 지하철을 내려 백화점으로 가니 오픈시간 전이라 문들이 다 잠겨있는 거임;
길을 모르면 친구한테 물어보면 될것을... 당시 도시에 처음 상경한 시골쥐마냥 친구에게 영화관 가는길을 묻는 것은 노간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입구를 찾기위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음...
근데 몇몇 사람들이 백화점 근처 어떤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그들을 나처럼 영화보러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나는 패기롭게 그들을 따라 들어갔음...
사람들은 모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러온 사람치고는 다소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다들 일행이 없이 혼자 온것처럼 보였음...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운수좋은날의 김첨지처럼 애써 불길한 마음을 떨치며 그들과 어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음ㅎ...
하지만 그들이 관객이 아닌 백화점 직원들이란걸 알게 되기까진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음ㅎ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오른쪽에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비상구?가 보였는데 나와 엘베를 같이 탄 열명 남짓한 사람들은 모두 왼쪽으로 가는 것임;;
두세명쯤은 나와 같은 동지일줄 알았는데 애석하게도 영화관을 가려고 직원용 엘베를 탄 멍청이는 나혼자뿐이었음...
(뻘쭘)
조금 당황했지만 가오에 육체를 지배당한 나는 아무렇지 않은척 오른쪽으로 당당히 걸어갔고 그렇게 나혼자 텅빈 백화점에 들어오게 되었음;
정말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백화점에서 나는 cgv를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음...
근데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하는 거임;
존나 당황했지만 나는 이정도 난관은 가소로운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채 발걸음을 돌려 에스컬레이터로 향했음...
다행히 에스컬레이터는 작동했고 그제서야 안심한 나는 백화점을 통째로 빌려 쇼핑하는 재벌3세에 빙의해 여유를 즐겼음ㅎ
그렇게 마지막층에 도착한 나는 어른스럽게 위기를 넘긴 내 자신에 도취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cgv입구라고 적힌 문을 힘차게 열었음
근데 문이 잠겨있는 거임ㅅㅂ;;;
그때부터 멘붕이 오고 땀이 좔좔 나기 시작했음;;
직원들이 나를 도둑으로 볼것 같고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 차가운 표정으로 어떤 머저리가 영화보러 직원용 출구로 영업 전인 백화점에 들어가냐고 나를 몰아세울 것 같았음ㅠ
(억울)
런닝맨에서 김종국에게 쫓기는 이광수 심정이 이런걸까?...
잘못한건 없지만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은채 나는 조용히 주위를 살피며 각 층마다 비상구 문이란 문은 다 열어보았음...그와중에 뛰어다니면 진짜 도둑같을까봐 선량한 시민인척 침착하게 걷는 센스는 잊지 않았음;
하지만 통탄스럽게도 모든 문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마냥 굳게 닫혀있었고... 움직이는 것이라곤 에스컬레이터와 내 몸뚱이뿐인 멈춰버린 이 공간이 현실인지 꿈인지 점차 헷갈리기 시작했음...
차가운 거리에 홀로 남겨진 성냥팔이 소녀의 심정이 지금 이것과 같지 아닐까... 다만 성냥팔이 소녀에겐 성냥이라는 작은 불씨가 있었고, 나에겐 나를 이 거지같은 악몽속에 집어넣은 하찮은 가오만이 있었음...
도둑으로 몰려도 좋으니 나를 이 나잇메어같은 공간에서 꺼내주기만 한다면 나는 요정과 그 어떤 거래도 할수 있을것 같았음...
(절실)
그렇게 폐허가 된 백화점,, 모든 것이 다 파괴된 아웃도어층 가운데 서서 홀로 마지막 무도회를 즐기는 미쳐벌인 왕이 될때쯤, 다행히 어떤 문에서 경비아저씨가 들어오는게 보였고
그때 느꼈던 환희와 안도감은 추가합격으로 간신히 재수생 신세를 모면할수 있었던 몇달전 어느날을 떠올리게 했음...
나는 가오따윈 집어던진채 스파게티 나오는 날 급식실에 달려가는 고등학생마냥 헐레벌떡 아저씨께 뛰어가 영화관을 가려다 여기서 길을 잃었다고 고백했음;
(누가봐도 영화관 가려다 백화점에 갇힌 사람)
다행히 누가봐도 내 얼굴은 영화관 가려다 길을 잃은 모지리였고... 경비아저씨께서 별다른 의심없이 열쇠로 cgv가는 문을 열어주셔서 시베리아 기단보다 싸늘했던 그곳을 간신히 탈출할수 있었음...
힘겹게 올라간 cgv에서는 따뜻한 표정을 하고 일행들과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수 있었음...
불과 몇미터 차이로 180도 바뀐 공간의 온도는 몇분전 냉혹한 나잇메어 속을 헤메던 나를 비웃는듯 감쌌고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만 길을 못 찾았다는 수치심은 내 가오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
나는 눈물이 차올랐지만 고개를 들어올리고 흐르지 못하게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었음...그리고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며 다소 늦은 영화를 관람하러 홀로 상영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음...
그렇게 조조영화 조지러 갔다가 내가 조져졌던 경험은 경비아저씨와 나 둘만의 비밀로 남겨질뻔 하였으나... 왠지모를 날이 선듯한 강한 이끌림에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됨...
여샤 또보러와서 웃고감니다ㅋㄱㅋㄱㄱㅋㅋ끌올할게요!!!
아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