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금으로 넘어간 4·15총선 재판
최근 헌법재판소는 4·15총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 투표용지에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넣은 것은 선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민경욱 전 의원 등이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QR코드는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고 선거 관리상의 행위라 헌법소원 대상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헌법기관의 투표에 관한 핵심 업무가 관리 행위라니요.
공직선거법 151조 6항엔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하여야 하며, 바코드에는 선거명·선거구명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을 함께 담을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바코드 아닌 QR코드를 왜 강행했나요. QR코드는 일련번호와 유권자 명부를 연결하면 특정인이 어느 후보와 정당을 선택했는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당일의 본 투표용지에서는 일련번호가 담긴 투표지 끝을 떼어내고 투표용지를 주는데 이는 정보의 추적을 차단하기 위해서랍니다.
4·15총선에 139건의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인천 연수 을에서 낙선한 민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쟁이 강렬했죠. 그는 사전투표의 득표율이 여러 곳에서 여야 63대 36이라는 데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증거를 대지 못했다며 기각했습니다. 그는 증거를 재판부가 찾아야 한다고 반론했습니다. 재검표로 그는 279표를 더 얻었죠. 이상한 여야 득표 비율에 미국의 부정선거 탐지 전문가인 미베인 미시간대 교수나 우리나라의 박영아 물리학자가 불가능한 확률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총선 소송 늑장 재판으로 대법관 13명 전원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었습니다. 선거 재판은 180일 이내 끝내게 되어 있죠. 이는 원고를 배려함과 동시에, 소송을 당한 사람들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랍니다. 김명수 대법원은 시민단체들의 비난과 시위에도 버티다가 임기 말에 재판 없이 무더기로 기각해 버렸습니다. 의원 임기 보장이었나요? 판사를 장으로 둔 선관위가 피고가 되는 선거 재판은, 피고를 의식한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판사를 선관위 구성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한통속처럼 역대급 배 째라 식의 늑장 재판을 했나요? 이제 그들도 재판을 받게 되겠죠.
"4·15총선은 부정선거다"라고 말하는, 선거수사 전문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단체의 부정선거 규탄 유인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4·15총선에서 일어난 표의 의혹 양상을 나열했습니다. 투표지의 투표관리관 도장이 일장기처럼 빨갛게 뭉개지고, 투표지 색깔이 다르고, 한쪽으로 치우쳐 절단되고, 신권 다발 같이 빳빳한 투표지가 있었습니다. 투표용지의 종이 무게가 다르기도 했답니다. 전주 완산에서는 사전투표에서, 교부보다 10매나 많은 투표지가 나왔습니다.
4·15총선 재판은 파이낸스투데이, 스카이데일리, 안동데일리 등 마이너 매체만 줄곧 보도했습니다. 메이저들은 1960년 4·19혁명 이후 5·16혁명재판소가 부정선거 원흉인 최인규와 홍진기(후에 사면) 등에게 사형을 선고한 일이 너무 오래 전이라 이제는 부정이 있을 수 없다고 착각한 모양입니다. 하기야 우익이라는 원로 언론인까지 21세기에 무슨 부정선거가 가능하냐고 가세했죠. 부정이 일어나려면 많은 가담자가 필요해 보안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음모론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투표로 70여 년을 지낸 많은 국민들은 그들의 강변에 쉽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기만성은 국정원의 검증으로 깨졌습니다.
얼마 전 국정원은 석 달 간 선관위, 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중앙선관위에 대한 보안 검증을 실시한 결과 해킹의 위험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선관위의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투표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투표 안 한 사람은 한 사람으로 할 수 있고, 개표 결과까지 더하고 빼는 조작이 외부에서 가능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선거인명부, 유권자 등록 현황과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까지 해킹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 이렇게 조작된 결과를 방송한다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가상자산 화폐를 뚫어 자금을 조달한다는 북한의 해킹 수법이 떠오르는데 선관위 시스템 접속 비번이 12345였답니다. “어서 오세요”인가요?
투·개표를 왜 옛날처럼 단순화하지 못하나요? 21대 총선은 사전투표자가 전국 3,508개의 투표소 어디에서든 자신이 사는 지역 선거구의 투표용지를 출력하여 투표했죠. 사전투표율은 점점 높아져서 이번 강서구의 보궐선거에선 작년 선거 때의 2배였다고 합니다. 객이 안방을 차지한 격이죠.
그 관외 사전투표지는 우편으로 개표소로 갑니다. 사전투표지는 개표일까지 며칠 묵히다 보니 4·15 총선의 보관함들은 곳곳에서 CCTV가 없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영등포을에서는 재검표하려고 보니 법원 내 증거보존 장소의 출입문 손잡이 봉인이 바뀌어 원고가 항의했으며 경찰은 원인을 못 찾아 수사를 중단했답니다. 투표함 보관의 무결성을 손상한 자체가 재선거의 요인이 아닐까요? 인천 연수을 재검표 때 선관위 측은 원 투표지와 대조해 무결성을 가리려고 만드는 투표지 스캔 이미지 파일을 파기했다고 답변해 논란이 되었답니다. 물론 검찰이 수사 중인 선거구도 있다고 합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018년 유엔 안보리 연설에서 콩고가 도입하려는 전자 투·개표에 대해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수개표로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자 투·개표 장비는 이라크, 콩고 등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부재자투표(우편투표)에서 70만 표 이상 부정이 있었다는 것은 선거 무효다"며 대통령 선거의 재선거를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도 4·15 총선의 사전투표지 이동 경로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최근 주간조선의 수도권 여론조사 결과, 전체 조사자의 38.2퍼센트가, 보수층의 52.5퍼센트가 선거에 투·개표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선관위와 검찰, 법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는데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선거 제도의 이상한 관리입니다. 중앙선관위원장 노정희는 작년 3월 대선 사전투표 날에 출근도 하지 않았고 방만한 소쿠리 투표지 보관 등의 문제로 여론에 몰리다 사퇴했습니다.
여야 모두, 총선에서 이기려면 공정한 선거관리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야당은 ‘여당이 선관위 장악’ 운운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뻔뻔하게 자기 대선 캠프 출신이라고 논란이 일던 조해주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하여 4·15 총선을 치르고도 끄떡없었죠. 오죽하면 작년 1월 선관위 전직원 2,900명이 반대해 그가 연임을 못했을까요. 나는 겉만 번드레하게 전자화한 우리나라의 선거 제도가 이처럼 후퇴했다고 단언합니다. 1960년대에도 이렇지 않았다고 봅니다.
사전 투표를 없애고 모든 투표용지는 중앙선관위에서 인쇄하여 위원장 직인을 찍고, 이를 전국으로 배송해서 투표해야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차단돼 공정한 선거가 보장된다고 믿습니다. 선거는 단일한 중앙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데서나 출력하는 사전 투표용지가 너무 허술해 보여 싫습니다. 일본은 책임 있게 내각 산하의 중앙선거관리위에서 선거를 관리하죠. 투표용지에는 후보자의 이름을 손으로 써야 합니다. 얼마나 고전적인가요? 조작 가능성이 없죠.
자유민주주의가 선거 개표의 속도에 희생될 수 없습니다. 개표의 속도가 중요하다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선거재판도 속도를 냈어야 했습니다. 공정한 선거를 지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기본이니까 내년 총선을 전에 제도를 고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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