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38) 성사 : 일곱성사 (2) 견진성사
견진성사는 세례로써 하느님 자녀가 된 신자를 신앙 안에서 더욱 굳세고 성숙하게 해주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견진성사란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한다. 견진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더 깊이 뿌리 내리게 하고, 그리스도와 더 굳게 결합시키며, 교회와 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교회의 사명에 더욱 깊이 참여하게 하며, 실천이 따르는 말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언하도록 돕는 성사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16항).
교리서의 이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견진성사에 대한 설명은 세례성사에 대한 설명에서 "더욱"이라는 표현을 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리서는 견진성사가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한다"고 정의하는 것입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 및 성체성사와 함께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를 이룹니다. 말하자면 세례성사 및 성체성사와 연속성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초창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세례와 견진을 한꺼번에 집전하고 이어서 성찬례를 거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린이들 세례가 많아지고 본당 수가 늘어나 교구가 커지면서 주교가 세례와 견진을 한꺼번에 줄 수가 없어지자 서방 교회에서는 세례와 견진을 점차 분리시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동방 교회에서는 지금도 세례와 견진을 함께 줍니다. 그래서 주교가 견진을 집전하는 서방 교회와 달리 동방 교회에서는 사제가 견진성사를 집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주교가 축성한 성유를 사용해야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90항).
견진성사의 특징
견진성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례 때 받은 은총을 충만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도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충만히 받아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했습니다(사도 2장). 또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은 새 신자들에게 안수를 통해 성령의 선물을 베풀어주었지요(사도 8,15-17; 19,5-6).
따라서 세례성사가 세례의 물로써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새로남의 성사'라고 한다면 견진성사는 성령을 충만히 받는 '성령의 성사' 또는 '충만함의 성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또 세례성사의 핵심이 이마에 물을 부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하는 데에 있다면 견진성사의 핵심은 주교의 안수(곧 머리에 손을 얹음)와 도유(이마에 기름을 바름)에 있습니다. 물론 세례 때에도 사제는 세례받은 사람 이마에 주교가 축성한 성유를 바릅니다. 이것은 세례받은 사람이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아서, 기름부음 받은 사제이며 예언자이고 왕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는 것"(「가톨릭교회교리서」 1241항)을 뜻합니다.
이에 비해 견징성사 때의 도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과, 그분이 가득히 지니신 성령의 충만에 더 깊이 참여함으로써, 삶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게"(「가톨릭교회교리서」 1295항) 하는 것입니다. 견진성사를 '세례성사의 완성' 또는'성령의 충만'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견진받는 사람은 주교의 도유를 통해서 성령의 인호를 받습니다. 세례 때 받은 인호와 마찬가지로 이 성령의 인호는 결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견진성사 역시 세례성사와 마찬가지로 일생에 한 번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알아둡시다
견진성사는 누가 집전할 수 있을까요? "필요한 경우 주교는 사제들에게 견진성사를 집전할 권한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이 직접 이 성사를 베푸는 것이 합당하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또 죽을 위험에 있는 신자들에게는 아무 사제라도 견진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견진성사는 누가 받을 수 있을까요? 견진성사는 세례를 받았지만 견진을 아직 받지 않은 신자는 누구나 받을 수 있고 또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조건이 따릅니다. 대죄 상태가 아니어야 곧 은총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또 이성을 사용해 분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여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만 12살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67조). 그러나 죽을 위험이 있을 때는 아직 분별력을 갖지 못한 아이라도 견진성사를 주어야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07항).
견진성사 때도 세례성사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나 대모를 두어 그들의 영적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견진성사가 세례성사와 연속성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견진성사의 대부 대모는 세례성사 때의 대부 대모와 같은 사람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교회는 제시합니다.
[평화신문, 2008년 11월 16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