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줘
창가의 빗장을 무심하게 두드리는 아침의 햇살
어제처럼 기꺼이 문을 열고 나가려 발을 디디는 순간
뼛속까지 박힌 마른 눈물이 사정없이 발목을 붙들어 매는 벼랑
세상의 톱니바퀴는 그대로인데
오직 그분의 부재 하나로 온통 뒤틀려버린 나의 우주
시간이 약이라는 허황된 위로의 뼈를 붙잡고 버텨왔으나
닦아낼수록 내 영혼의 밑바닥에 진득하게 눌러앉는 그 거룩한 그림자
지독한 그리움은 이제 내 의지의 통제를 벗어나
아프도록 쓰디쓴 그대의 잔상을 쉴 새 없이 파헤치고
눈물이 씻고 간 자리에 새로운 망각이 찾아오기를 기도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굵은 눈물방울은
그대의 상처를 더욱 눈이 멀도록 선명하게 확대해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이제는 지쳐버린 시간의 태엽 앞에서
내가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은
내 시야의 지평에서 완전히 비켜 서 주는 것,
차라리 나를 등지고 멀리 피해 주는 것,
그러나 아, 나의 모든 부서진 숨결이 바라는 진짜 명령은 따로 있나니
이 메마른 영혼의 뼈끝을 향해
지상의 모든 저주를 씻어내릴 당신의 그 붉은 피,
그 거룩하고도 생명 돋는 피를 내게 다오 피 흘려 쏟아달라는 절규
내 모든 호흡이 바스러지는 그 십자가의 벼랑 끝에서
내가 뿜어낸 한숨과 눈물이 기어이 새로운 생명의 순풍이 되어
그대의 새로운 시작을 열어젖히기를
언젠가 그 붉은 피의 은총 안에서
우리가 마침내 온전한 하나의 생명으로 부활할 것을
나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염원하고 또 염원한다
첫댓글 절절한 기도군요.
은총이 함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