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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뒷정리를 대충 끝내고 매장을 나섰다. 어디서 지켜보고 있는건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반복하는데 건너편에 편의점 옆 골목에서 클락션이 '빵- 빵-'하고 울린다. 기운 빠진 몸을 이끌고 걸음을 옮기면 검은색의 엄청난 벤이 주차되어 있다. 새까맣게 코팅이되어 작은 빛조차도 보이지 않는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는데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재수똥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온다. 시상식장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그의 모습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멋지기만한 모습이였다.
"안타고 뭐해"
하지만 성격은 재수똥이야 이인간아, 속으로 읊조리며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엠보싱 침대 저리가라의 편안한 의자에 빧빧하게 굳은 몸을 앉힌다. 몸이 편안해져서 였을까 그래도 잔뜩 쫄은 몸이 느슨해진 느낌이였다. 하지만 노려보고 있는 듯한 왼편의 시선은 뛰어대는 심장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재수똥? 좋네"
"에? 아까부터 무슨 그런 더러운 용어를..뭐 잘못 들으셨나봐요"
일단 시치미 떼자. 그래 넌 나한테 재수똥같은 놈이야! 라고 말할정도로 대범한 성격은 못되기에 일단은 위기 모면을 위해 아무렇지 않은듯, 태연하게, 아까 통화했을때 만큼만 하자 라는 맘으로 그의 따가운 눈빛을 그대로 받아주며 퉁명스레 말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눈빛을 깜빡,깜빡 쏘아 대며.
"내 핸드폰 자동녹음인데 어쩌냐?"
"네?? 무슨 핸드폰이 콜센터도 아니고..자동녹음을"
"나같은 사람들은 원래 해놔"
자기가 무슨 대통령인냥 말하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엇다가 어쨋든 내가 막말한건 사실이니 바짝, 바짝 마른 입술을 억지 미소 지으며 '내가..왜그랬지?하하하하'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 화가 난것 같기도 하고, 그냥 생각이 없어보이는거 같기도한 애매모한 그의 표정을 읽기란 꾀나 어려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보다도.
"재밌네"
"네?"
"나쁘지는 않겠다고 너"
칭찬이야 뭐야‥, 표정 만큼이나 애매모한 그의 말에 고개가 갸우뚱 했지만 그래도 '재수똥'의 충격이 그렇게 심하게 상처가 된거같지는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 가고 있는거래. 생각해보니 내가 왜 차에 탔는지도 모른체 시덥지도 않은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었다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연예인이라 해도 오전에 한번 그리고 지금 얼굴본게 다 인 사람의 차를 덥썩 타버렸다니.
"어디가는거예요?"
"빨리도 묻네"
"큼, 어디가는거냐구요"
"계약서에 도장은 찍어야지"
이미 자기네들끼리 쿵짝, 쿵짝 네박자 리듬 잘도 맞춰 얘기 끝내놨겠다 이거지? 은행 빛도 갚아줬겠다, 밀린 관리비 까지 내주겠다 했으니 도장만 찍어라 이거야? 헛웃음이 저절로 나오니 그가 뭐 문제 있냐는 식으로 쳐다보는데 그 눈을 손가락으로 '팍' 찌르고만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죄인 마냥 끌려가는 느낌도 나쁘기만 했다.
"제가 안한다고 분명 말했잖아요!"
"안할수가 없다구요. 그리고 분명한건 너한테도 손해볼 장사는 아니라는거야"
"장사? 아니 어떻게 이게 장사예요? 게다가 손해가 아니라뇨! 그쪽 팬들이 날 가만안둘 텐데. 그리고 내가 빛 갚아 달라고 한적도 없잖아요. 당신들 마음대로 갚아버렸으면서 나한테 이러는 경우가 어디있어요!"
"차라리 사귄다고 하는게 낫다고, 너한테도 나한테도"
그건 그쪽 생각이고!! 자꾸만 높아지는 언성에 운전을 하던 매니저가 힐끔 그와 나를 쳐다본다. 아침에 봤던 푸근한 김필동씨가 아닌 뾰족해 보이는 그의 눈빛이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거- 참 운전 방해되게' 그래 내가 운전하는 사람 생각못하고 흥분한걸 감추지 못했지만 이건 정말 강제적이고 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억울할 뿐인 상황인게 맞는 거잖아. 안그래요? 하소연 할수도 없으니 정말 울고만 싶을 뿐이다. 무슨 말을 해도 배째라는식으로 나오니.. 말을 하다가도 헛웃음만 나오고, 화를 내다가도 울화통에 목이 막히는 상황이다.
"근데 정말 이해가 안되는게 차라리 스캔들로 끝나는게 낫지, 사귄다고 인정하면 그게 더 난리 날꺼 아니예요. 왜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차라리 쿨하게 인정하고 잘 사귀는 모습 보여주면 그게 더 호감될거라고 말하는 우리 대표때문에, 그리고 말했잖아. 아까 너희 가게 갔다가 찍힌 사진들때문에 빼도 박도 못한다고"
그러게 앞뒤 생각도 안하고 찾아와서 그 난리를!!! 힘이 저절로 솟아나니 주먹이 돌처럼 딱딱하게 쥐어진다. 이 파워로 머리 한대만 치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도 안되는 바램을 하며 어떻게든 이 사람과 엮이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좋지 않은 머리를 굴리고, 굴리고, 또 굴렸다.
"공씨"
"..."
"이봐 공씨"
"...."
"야!"
깜짝이야! 안좋은 머리라도 계속 굴리다 보면 좋은 해답 나올꺼라는 희망으로 생각좀 하고있는 사람한테 갑자기 소리치는 이..어후, 매너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놈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노릇이니. 이러다 정말 참아내는 울화통에 일찍 죽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왜 소리는 질러요!"
"넌 계속 질렀거든"
"어쨌든요! 왜 불러요 왜"
"어차피 끝난 얘긴데 깊게 생각 말지. 너한테 피해 가는일 없도록 알아서 잘 해줄텐데 왜그래.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랑하는건데"
나랑 하는건데? 너여서 싫은거야! 솔직히 재수똥이 아닌 다른 연예인이였다면 빛도 갚아주겠다, 관리비도 내주겠다는데 가짜 연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거야. 난 굉장히도 현실적인 여자이기에 앞뒤 다 따지지 않고 현재 나한테 득이 될것만 생각하니까. 하지만 도지혁 이라는 사람과는 이런 좋은 조건이라도 연결이 되고 싶지 않은 맘이 클뿐이라고. 이유는? 일단 내가 무척이도 동경하고 사랑했던 배우가 스크린에 보여지는 모습과는 180도 다른 이중인격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거에 심한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으니까. 다른사람도 아니고 도지혁. 내가 제일 사랑했던 그 배우가.
"일단 내려주세요. 그래도 생각할 시간은 주셔야 할꺼 아니예요"
"한국말 못알아 듣나? 생각할 필요없다니까. 인터넷을 봐야 정신 번쩍 하겠어?"
그러더니 앞에 놓아둔 가방 속에서 아이패드를 꺼내고는 길다란 손으로 몇번을'탁-탁' 누르더니 내게 내밀어 보기 편하게..가 아니라 눈 아프게 코앞에 바짝 붙여논다. 너무 가깝자나, 손으로 슬쩍 밀어내 화면을 보니 가장 먼져 보이는 글귀가 화살이 되어서 내 심장에 꽃혔다.
≪지혁오빠 지금까지 스캔들은 저 기집애 방패막이였던듯≫
기집애 ? 방패막이 ? 기사도 뜨기 전인데 역시나 김칫국부터 원샷을 하시는군요. 그가 클릭 해주는데로 말없이 화면만 주시하면, 그와 함께 찍힌 사진들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수십장 아니 수백장이 도배되듯 올라와 있었다. 이게 바로 불과 몇시간전에 찍힌 사진들이라니, 참 많이들도 찍었다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다 그 사진들에 달려져 있을 댓글들이 무척이도 궁금해졌다.
"더 내려봐요"
"됐어"
잘 보고 있는데 그대로 가방 속에 아이패드를 집어 넣는다. 악플이 생각한것 이상으로 엄청나나? 순간 계란을 뒤집어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으, 끔찍해.
"뭐, 많이 찍히긴 했네요"
"다른 기자들도 냄새맡고 추측 기사내고 난리래. 그래서 우리 폴라로이드 가져간 기자는 지가 단독으로 인터뷰 해서 얼른 기사 내야한다고 난리고"
"풉- 우리요?"
"좋아죽네"
"네?! 무슨! 그 의미에 웃음이 아니잖아요!"
"아님 말고"
만약 하느님께서, 착하게만 살아온 저의 기도를 들어주셔 재수똥의 얼굴을 잠시 찰흙으로 바꿔만 주신다면 이 어린양 온힘을 다하여 저 잘나고 오똑한 코를 묵사발 시켜 만득이로 만들겠나이다.
"너 얼굴 빨개. 터지겠네"
"좋아서 그른거 으니그든요"
이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째려보며 말을 이어하니 기분 나쁘게도 '피식-'하고 웃음을 흘린다. 난 열받고 억울해서 죽겠는데 저 재수똥은 관심 없는척 하면서도 이 순간을 흥미롭게 느끼고 있는것만 같아 얄미롭기만 하다.
"어쨋든 인터넷 보니까 알겠지? 아니라고 말하기엔 일이 너무 켜졌어"
"그래요 뭐- 이 사건에 원인 제공이 저인거는 어느 정도 인정해요. 기억이 안나서 억울하긴 하지만"
"그렇지"
"그래도! 그쪽 잘못도 분명 있는거잖아요. 내가 원인 제공을 했어도 그 원인을 뿔려버린건 그쪽인데"
"그래 미안"
"네?"
"너에게 미안하다고 내가. 아주 많이. 됐어?"
"..아니....."
뭐지. 뭐라고 말해야 하는거지? 아무말 못하게 왜 사과는 해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건지 핏대 세우며 조잘되던 입이 더이상 움직이질 않는다. KO. 내가 또 진건가? 아니야, 사과를 받았으니 진거는 아니지만 왜 통쾌한게 없지? 왜이리 찝찝하거지?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당하는 느낌이야.
"그러니까 우리 조용히좀 가자. 너 존나 시끄러워"
"헉..조..존, 뭐요?"
"존나. 왜 뭐 문제있어?"
"아니 뭐.."
그래, 연예인이라고 저런말 쓰지 말란 법이 있는것도 아닌데....하지만 그래도 저런 흉한말 습관되면 무서운데, 어린 애들부터 학생애들, 가까운 친구들을 봐도 저 흉한말은 일상 용어가 되버려 아무렇지 않게들 사용하니까. 그래도 팬들 사랑 받고 크는 그대들은 최대한 예쁘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에이, 아니다. 내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확! 라디오에서 존나 소리 했다가 징계나 먹어라 이 재수똥.
"너 속으로 또 재수똥 하고 있지"
헉! 뭐야 이 인간. 내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하나!
"네??!!! 아니 무슨! 나를 뭘로 보고!!"
"했는데 뭐"
"아니거든요!!"
"맞는데 뭐!!!"
헉..뭐....하자는거야 이 사람...
"왜 그렇게 쳐다보냐"
"아하하, 좀 깨네요"
"뭐?? 뭐가 깨"
"음, 해석은 뭐 알아서 하셨을꺼라 믿고. 오! 차가 멈췄네요? 다 왔나봐요"
표정이 매우 사나워졌다. 맹수같이. 그래도 하늘은 이번 한번은 내편을 들어 주시는건지 타이밍 잘도 맞게 차가 멈춘다. 시동 꺼지는 소리가 들리면 뾰족이 매니저가 '네, 다 왔습니다'라며 까칠하게도 말을 한다. 생긴것만 뾰족한게 아니라니까.
청자켓을 입고 있는데도 찬 공기가 몸을 웅크리게 한다. 10월밖에 안됐는데 왜이리 쌀쌀한건지 단풍 한번 못보고 눈을 보게 생겼으니 마음이 울적해진다. 그리고 더 울적한건 옆에서 날 노려보고 있는듯한 시선이 자꾸만 거슬린다는 것이다. 한발자국 멀리 발걸음을 옮겨 먼 산만 바라보면 뾰족이가 들어가자고 나와 그를 부른다. 내가 가기는 어디를 가.
"들어간다고 한적 없는데. 안내려줘서 여기까지 온거지"
혼잣말로 중얼되며 뾰족이에게 인사를 하고 그는 쳐다도 보지 않은체 등을 돌렸다. 일단 생각좀, 생각좀, 생각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건 생각할 시간이니까.
"야 공씨, 잠깐"
하지만 몇걸음 못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무섭게도 낮은 목소리로 날 부르는 재수똥 때문에.
"왜요 왜!"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고"
"네? 어? 무, 뭐하는거예요!!"
갑작스런 상황이였다. 그가 나를 잡아서는 강제로 회사 쪽으로 데려 가는 바람에 반항할 틈도 없이 끌려가고 있는 꼴이다. 이게 뭐야!! 사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뒤 따라오는 뾰족이가 두번째 손가락을 들고는 자신의 입에 대고 '쉿-' 하며 무섭게 노려보고 있어 그것도 할수가 없는 상황. 안간힘을 쓰며 발에 힘을 주지만 꼴에 남자라고 날 끌고 가는 힘이 엄청나다. 아 근데, 드라마에서 보면 손같은데 잡고 터프하게 데려가더만 이 인간은 왜 목덜미를 잡고 난리야!!!!
"튕기니까 이런꼴 당하는거야. 알겠어 공씨?"
내 이 재수똥 저자식을!!!!!!!!!!!!!!
* * * 달콤한 계약관계 * * *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리고 전철을 타니 이곳, 저곳 잘못내리고 잘못타다 한강이 도착지점이 되었다. 왜 하필 한강? 죽으라는 건가? 그런가요 재수똥 팬들? 그래. 다들 눈에 불을 키고 지금 내 신상을 털며, 우리 매장을 알아내고, 집주소에.. 설마!
"여기에 있는것도 아는거 아냐??"
급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휴-' 다행히 운동하는 어르신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이내 절망의 한숨이 깊게 입밖으로 나온다. 1시간도 지나지 않은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수만 있다면 계약서에 도장은 절대 안찍을 자신 있는데. 하지만 난 이미 도장을 찍었고, 기자와 거짓 인터뷰까지 끝낸 상태라니 참- 절대 안된다며 도도한척 혼자 다했던 나는 그 순간 어디에 있었던건지. 정말이지 머리가 터질것만 같다. 공노라 진짜 확 죽어?!!!
"으!아..후, 죽기는 개뿔...자살할 용기면 재수똥이나 한대 줘패주고싶다"
정말 내 27년 인생이 이렇게 훅 가다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모님 속 썩인적 없고, 사고 한번 친적도 없고, 학창시절 한번은 해봤다는 땡땡이 역시 친적이 없는데, 공부는 특출나게 잘하지 않았어도 성실한거 하나로 지금까지 평탄하게 살아온 내가 뭐가 미우시다고 이런 무서운벌을 내려주시는건지. 게다가, 난 풋풋하고 설레이는, 두근두근 사랑 한번 제대로 한적 없는 사람이라구요. 아시잖아요!
"오 쥐져쓰.."
별 하나 없는 새카맣기만한 하늘을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꼭 내 미래를 보고 있는것만 같아 눈에 눈물이..고이지는 않고 매말라있네. 이럴때는 분위기좀 나게 눈물 한방울 살짝 떨어져줘야 하는데. 에휴,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게 없다 없어.
[다함께 손을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우울한 나를 위로라도 하는듯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이 발랄하게 울어주고 있다. 이 노래 이렇게 감동적이였어? 촌스럽다며 바꾸라고 난리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무시했던게 훗날 이런 감동을 먹여주다니. 그 사람들 말 들었어봐. 당시 유행하던 총맞은것처럼이 설정되어 있었을텐데. 어후, 생각만 해도 총맞은 느낌이야.
-개뼉다구-
그런데 수신자는 총보다 더한 폭탄을 쏘아대는구나. 개뼉다구라면, 재수똥이다. 아까 그의 회사에서 있었을때 멋대로 핸드폰을 가져가서는 -도지혁님-으로 저장하는걸 한대 쥐어박을래다 당연히 그렇게 하지를 못하니 그가 한눈팔때 잽싸게 바꿔놓았다. 소심한 복수라고나 할까?
"네에"
받지말까? 라는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받아서 무슨 얘기라도 해야했으니까. 그의 개별 인터뷰 때문에 먼져 회사를 나와서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기사는 언제 나오는지, 팬들은 어떻게 할껀지 등 복잡한 질문들을 물어볼 수 없었으니.
[어디야]
"한강이네요"
[한강? 밖에서 기다리라니까 거기는 왜 가"
니가 언제. 라고 말하고 싶다‥
"못들었어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당장 이제 뭐 어떻게 되는거예요"
[기다려. 거기로 갈게]
이 사람은 참 바쁘지도 않은가보다. 톱스타가 하루종일 시간만 빵빵한것 같고, TV에는 쉴새도 없이 나오더만 몰아서 찍어놓기라도 한걸까.
"그 편의점쪽에 있을게요 그럼"
[10분만 기다려]
끊어진 통화의 핸드폰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문득, 내가 그의 열렬한 팬이였을적 항상 꿈꿔오고 상상했었던 그림들이 지금과 너무 같다는게 신기하기도 황당하기도했다.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하고, 통화도 해보고, 차에도 타보고. 그 상상속에 그림들이 오늘 하루만에 다 그려졌다는게..참으로 드라마 같기만 하다. 하지만 상상속 아름다움이 그대로 그려질리는 없는법, 확실히 깨져버리는 그의 이미지는 정말이지 실망 그 자체인건 어쩔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뭐. 이렇게 쉽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게 무뎌진 마음이래도 쿵쿵 심장이 뛰어버리는건 사실이다.
찬 바람에 잔뜩 웅크려진 몸을 일으킨다. 괸히 늦었다가 무슨 욕을 얻어먹을지 모르기에 만나기로한 편의점쪽으로 걸음을 급히 옮긴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운동하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이곳은 물 흐르는 소리만 고요하게 들려오고 있다.
'빵! 빵!'
10분이 훨씬 지나고 있을때쯤 고요함을 깨버리는 클락션 소리. '도지혁 왔다'라고 광고라도 하는건지..혀를 차며 소리가 나는쪽으로 가보니 벤이 아닌 검은 외제차가 보이는게 아닌가. 뭐지, 혼자온건가? 차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검게 코팅 되어진 창문이 반쯤 열린다.
"혼자 왔어요?"
창문틈으로 보이는 재수똥에게 의아하며 물으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다 안탈거냐는 물음에 닫힌 문을 열고 앞좌석에 몸을 않힌다. 히터를 틀어놔서 인지 따듯하게 데워져있는 차 안은 무척이나 포근하기만 했다.
"혼자 돌아다녀도 안혼나요?"
"내가 애냐 혼나게"
"그래도, 나름 톱스타시잖아요"
"나름을 붙이는 이유는 뭐래"
별 것도 아닌거에 신경쓰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무슨일이냐 묻자 대답 없이 일단은 차를 출발시켜 이 근처를 벗어난다. 잠시 창밖을 보면 검게 내려앉은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데 그 속에 작은 불빛들이 예쁘게도 자기 색을 드러내며 야경을 만들어내는게 너무도 예쁘기만 했다.
"어디가는 건데요?"
"집"
"아, 데려다주시게요? 그럼 이쪽으로 가며 안되는데"
"니 집을 왜가. 내 집 간다고"
"네?? 뭐예요! 근데 나는 왜태웠어요"
진짜 이 외계인 깐깐찡어 같은 재수똥!! 아니 자기네 집가는 길이면서 나를 태우긴 왜 태웠어?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치가 떨려 부글거리는 속을 참아낼 수 없어서 앞에 걸려있는 음료수를 무작정 잡아 들이켰다.
"그거 오래된건데"
"네??!!"
OH MY GOD! 이미 마셔버렸는데!
"윽! 얼마나 오래 됐는데요??!! 나 엄청 먹었는데!"
"한 30분?"
"..에?"
"윽은 무슨. 장난 좀 친건데"
"아 뭐예요! 놀랬잖아요!"
"하여튼 오바는"
아니, 나이 28살은 어디로 먹은거길래 이런 유치하지도 않은 장난을 치는거야? 초딩도 안하겠다 이런건! 있는 힘것 힘을 주어 그가 느끼지 못하게 째려보고 또 째려보았다. 하여튼 잘난 얼굴 빼고는 마음에 드는게 한개도 없다니까. 눈꼽만큼도!
"근데 대체 그쪽집은 왜 가자는 거예요? 할얘기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해요"
"운전하면서 얘기 못해"
"지금까지 계속 하셨거든요?"
"이제부터 안할꺼니까 입좀 다물어"
말을 해도, 다물어가 뭐야 다물어가. 더 귀찮도록 땍땍거리고 싶지만 저 길다란 손에 맞으면 뼈도 못추릴듯해 말없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집이랑 멀기만해봐, 택시비 받아내고 말테니 라는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보는 야경에 눈을 뺏겨 한참을 넋놓고 구경하고 있는데 조용했던 차 안이 내 발랄한 벨소리로 울려퍼진다. 수신자를 확인하니 '최쎄나'라는 무서운 이름이 둥둥 떠있는게 아닌가. 오늘 하루종일 연락 안받고 오는 카톡은 다 씹었는데‥, 난 죽었다 라는 생각으로 통화버튼을 누른다.
"응 세나야"
[응 세나야??? 너 뭔데 이제야 전화받아!!!!!!!!]
우렁차고 째지는듯한 너의 목소리는 10년을 넘게 들었어도 적응이 안되는구나.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도 아니면서, 누구 닮아 이렇게 목소리가 크대.
"진정해애. 인터넷..봤어?"
볼륨을 최대한으로 낮추고 목소리도 줄이며 그가 신경 안쓰도록 말을 이어했다. 세나는 울부 짖으며 재수똥, 재수똥 거리기 시작했고 별의별 욕을 퍼부어되는 바람에 제대로 변명도 못하고 미안하다를 반복하기만 했다. 얼마나 통화를 한건지 핸드폰이 뜨겁게 달아올라 오른쪽 귀가 후끈할때쯤에서야 통화를 끝낼 수 있었다. 내일 매장에서 얘기하자는 말을 끝으로.
"죄지었어? 왜케 벌벌떨며 전화를 받냐"
"상관없잖아요. 근데 왜 말걸어요? 운전하면 얘기 못한다고 하지 않으셨나?"
"내가 말하고 싶을때는 해"
"우와, 그런게 어디있어요. 완전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구만"
"다시 다물어라. 운전한다"
괸히 할말 없으니까 둘러 대기는. 그래도 한번은 재수똥을 이긴것만 같아 어깨가 으쓱하고 올라간다. 그런데 얼마나 당했으면 아무것도 아닌거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거야 공노라. 아직 멀었잖아. 그럼! 당한거 배로 골탕먹여줄꺼야. 약을 바짝바짝 올리고야 말거라고 내가.
속으로 주문 아닌 주문을, 용기 아닌 용기를 북돋아주며 세나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내고 나서도 20분 정도를 더 달려 엄청난 주택가들이 집합해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리라는 그의 말에 차에서 내리는데 호화스럽고, 번쩍거리는 집채들에 넋을 잃어 이곳 저곳을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야 들어와"
"들어가기는 어디를 들어가요. 그냥 여기서 얘기해요"
언제 들어간건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나더러 들어오라는 그에게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히니 어이가 없다는듯 헛웃음을 날린다. 엇? 또 이긴건가?
"골때리네 진짜. 야 여기서 무슨 얘기를해. 니 안잡아먹으니까 오바하지말고 빨리 들어와"
"빨리 얘기하고 집가게 그냥 여기서 하죠"
"죽는다"
"말을해도..죽는게..! 어? 악 이봐요!!!"
아까와 똑같은 상황! 닫힌 현관문을 열고 나와서는 잽싸게 내 목덜미를 잡고 안으로 끌고가는 것이 아닌가. 뾰족이도 없겠다 놓으라고 소리는 지르지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를 경계하는 무섭게도 짖고 있는 개 한마리만 있을뿐 주변에 사람 한명 보이질 않는다.
"그니까 말좀들어. 열받게 왜 자꾸 튕겨?"
"으씨, 내가 뭐 어쨌다고여! 아니 무슨 폭력배예요??"
"이렇게 잘생긴 조폭 봤어?"
재수없어 정말!! 그가 잡고 놓아버린, 오늘만 벌써 두번째나 잡힌 목을 어루만지며 그를 쏘아봤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테라스쪽으로 가는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그가 먼져 자리에 앉고 맞은편 의자를 턱으로 가르키며 앉으라는 말을 대신한다.
"내가 스케줄이 일찍 끝나는 날은 데리러 갈테니까 무조건 시간 비워놔. 늦게 끝나는 날은 매니저가 전화할거니까 그날은 그냥 니 할거 하면되"
"잠깐만요, 제가 왜 그쪽한테 맞춰요??"
"당연한걸 뭘 물어"
"당연이라뇨! 말도안돼. 저도 저만의 사생활이 있는 사람이라구여!"
"계약 기간 동안은 사생활 없어. 계약서 제대로 안봤어?"
TV에서만 보던 기획사 대표가 내 눈앞에서 도도하게 커피를 들이키고 계신데 거기서 그 계약서를 차근 차근히 보기란건 무척이도 어려웠다. 대충 읽어나갔기에 어떠한 내용들이 계약 조건에 포함되었는지는 자세히 기억할 수 없다. 꼼꼼하지 않은 습관좀 고쳐야 한다고 엄마한테 그렇게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으면서도 여전히 난 꼼꼼함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나보다.
"정말 오마이갓이네요"
"그러니까 잘해. 말만 잘들으면 조건들 언제든 수정할 마음 있으니까"
"에휴- 네.."
"그리고 기사는 다음주 수요일에 날꺼고, 기자회견은 금요일날 할꺼야. 알아둬"
다음주 수요일이면 얼마 안남았네. 이제 공노라의 자유와 평화는 없어지겠구나, 다음주면 이 세상이 얼마나 달라보일까. 어디를 가도 눈치를 봐야할테고, 몸조심은 1순위이며, 자주하는 인터넷은 당장 끊어야하겠지? 세상이 노랗게만 보이겠지? 아니다. 노랗다 못해 컴컴해질것 같다.
"대충 뭐 여기까지. 너도 궁금한거 있을텐데 물어봐"
"팬들이..막 찾아와서 매장 뒤집어놓고 그럼 어떡해요?"
"걱정마 그럴일 없어. 개념 없는 애들은 아니니까"
그래, 아이돌에 빠져 사는 어린 애들보다는 연령층 높은 그의 아가씨팬들이 훨씬 생각 깊고 개념있겠지? 100까지 높았던 걱정을 조금은 안도시키며 60으로 내리고 다시 그와 대화를 이어했다.
"나, 너, 우리 대표만 이 사실에 대해 아는거야. 가족, 친구들 외에 모든 사람들 알면 안되는거 누누히 말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나도 괸히 거짓말한거 동참했다가 얻어 맞고 싶은 사람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만나서 언제 사귀게 되었는지는 까먹지 말고 잘 외어두고"
그의 회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전 대표에게 어떻게 만나게 된거고, 얼마나 사겼으며, 지금까지 어떻게 데이트를 해왔는지 등 교육 받는듯 10여분을 얘기하고 메모까지 했던 이야기들을 잊지말라고 당부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괸히 말실수 했다가 다 차려놓은 밥상 내가 확 엎어버리면 안될일이지.
"또 물어볼거 없어?"
"뭐, 지금은 없어요. 나중에 생기면 물어보져"
"그래. 그럼 가"
"알겠어요. 쉬세요"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건내고 뒤도는데, 택시비를 달라고 할까의 고민을 머리 꼭대기까지 하다 자존심은 지키자는 생각에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그런데 무슨일인지 또 불러세우는 그 때문에 걸음이 멈췄다.
"왜요? 아직도 할말 있어요?"
"너 왜.."
"네에"
"데려다 달라고....안하냐?"
무심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그를 빤히 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처음이다,
"괸찮아요. 쉬세요"
그를 보고 웃은건.
* * * 달콤한 계약관계 * * *
다음날. 꿈에서 나와 날 괴롭힌 재수똥 때문에 다른날보다 일찍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괴성을 지를 만큼 끔찍했던 꿈. 아니 악몽. 1년이라던 계약 기간이 갑자기 17년으로 바뀌어져 있는 꿈이였다, 난 믿을 수 없다며 울부 짖었고 그는 가소롭다는 비웃음을 흘리며 내 눈앞에 알짱거리면서 날 열받게 했지. 다시 생각해도 소름 끼치는 꿈이다. 꿈은 반대라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에 간신히 위안을 삼으며 냉장고로가 찬물을 한컵 가득 따라 마신다. 시원한 물이 목줄기를 타고 몸속에 솨하고 들어오는 느낌은 악몽에서 시달린 내 몸을 개운하게 하기 충분했다.
"휴, 살겠다"
어제 늦게 오픈했음에도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았으니 다른날보다 훨씬 손해가 컸던 날이다. 오늘은 일찍 열고 늦게까지 하자는 맘으로 화장실로가 씻고, 머리를 말리고, 대충 화장을 끝낸 후 아침을 떼우러 주방으로 간다. 식빵을 토스트기에 굽고, 냉장고에서 쨈과 우유를 꺼내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있는데 불현듯 우유를 보고 있으니 딸기 우유라면 미쳐서 팔짝뛰는 세나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오늘 매장 온다고했는데..뭐라고 말해야해..."
통화로는 얘기가 끝나지를 않으니 직접 봐야겠다며 점심쯤 찾아온다 했는데..큰일이다. 둘러댈 말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솔직하게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먹던 우유에 체할것같은 느낌이라 반도 못먹고 손을 내렸다.
"일단 출근준비. 얼른 가야지"
혼자 중얼되며 다시 방으로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제 막 해가 뜨는건지 푸른 새벽빛이 서서히 환해지며 아침을 밝힌다. 정말 해가 짧아지긴 했구나. 쌀쌀한 공기에 겉옷을 추스리고 빠르게 걸음을 재촉인다.
[다함께 손을잡아요 모두다 하늘을 봐요♪]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이 신나게도 울린다. 이 아침부터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잠시 생각하도 핸드폰을 꺼내 수신자를 확인하니 '장득구'의 이름이 사진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아직 자고 있을애가 왠일이지?
"응 득구야. 꼭두새벽부터 왠일?"
[누나 뭐야!!!! 어제 내가 보낸 카톡 왜 다 씹어? 전화는 또 뭐야. 어떻게 한번을 안받다가 지금 받냐]
그러고보니 어제 핸드폰 확인은 다 하고 일일이 답장이며, 전화며 하지를 못했다. 피곤함에 씻지도 않고 잤으니 그럴 수 밖에.
"미안 사정이 있었어. 너도..인터넷 봤어?"
[애들한테 들었어. 근데 누나 진짜야? 정말? 누나가 맨날 욕하던 그 재수똥이랑 사귀는거야? 아니 어떻게?]
"흠..자세한거는 다음주 수요일날 기사나오면 다 알게될거야"
[기사???! 뭐야..진짜야? 아니 어떻게 누나가 걔를 알아? 말이 안되잖아]
의심병 돋았구만 장득구. 대충 둘러대고 만나서 얘기하자고 말하고 힘들게 득구와 통화를 끝냈다. 그래, 나같아도 어이없겠다. TV에서 그사람만 나오면 싫다고 난리를 쳤던걸 득구가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갑자기 인터넷에 같이 찍힌 사진이 돌아다니며 추측성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올라 갔으니 얼마나 놀랬을거야. 이해해, 이해해. 오늘 두 사람에게 어떤 거짓말을 해야할지 머리를 쓰며 골아프게 출근길에 몸을 실었다.
10여분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매장이 오늘따라 왜이리 쓸쓸해보이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셔터를 올려 오픈을 한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그럴까 오늘따라 가라앉은 기분을 풀려 음악을 크게 틀고 청소를 시작한다. 맨날을 청소하는데도 구석 구석에 쌓인 먼지들은 어디서 나타나는건지 내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자동 청소기를 사던가 해야지.
"누나!!!"
빗자루질을 끝내고 마대 걸레를 잡고 여기 저기 닦고있는데 갑작스레 뒷통수에 소리지르는.
"놀랬잖아!"
득구자식. 놀란 마음에 놓쳐버린 마대 걸레를 다시 줍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듯한 얼굴을 쳐다보는데 화난 어린애처럼 씩씩되고 있다.
"뻥이야 이건. 말이 안돼 말이. 누나가 어떻게 도지혁이랑 사겨? 걔를 어떻게 아냐고"
"누나가 이런 사람이야 훗"
"아 죽을래!!! 뭐야 사실대로 말해!"
"정말이야 득구야. 사귀는..사람이라니까"
내 입으로 내가 사귀는 사이라고 말했다. 전화로는 쉽게 거짓말을 늘어놀수 있지만 직접 보고 말하려니 긴장이되 등에서 식은땀 한줄기가 또르르 흐른다. 그래도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했다. 걸리면 안된다, 주문을 외우며.
"2년정도 됐어. 숨겼을뿐이야"
마음 먹으니 거짓말은 술술 잘도 나왔다. 부정하는 득구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이어했다. 어제 열심히 공부하며 외어뒀던 스토리를. 믿기지 않는다는 득구를 어느 정도 넘어오게 했을때쯤 소란스런 세나가 호들갑을 떨며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cg처리를 했다면, 아마 그녀의 머리에는 빨간색 뿔이 올라와있을것이다.
"부지런도 하셔. 이렇게 일찍 오고"
"얼른 설명해 이년아!!!!!!!!!!!"
매장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세나때문에 득구와 나는 자연스레 손을 올려 두 귀를 막았다. 목청 하나는 1등감이라는 생각을 하며 세나가 앉을 의자를 가져다주니 신경질적으로 끌고 와서는 내 앞에 바짝 다가와 앉는다.
"설명해 얼른! 어떻게 그 인간이 여기를 와? 그리고 뭐? 그거 찍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글 보니까 둘이 얘기해야한다고 셔터 치고 경호원들까지 불렀다며. 대체 뭐야??! 어??"
생각보다 자세하게들도 썼나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득구에게 설명했던것과 같이 세나에게 이야기를 꺼내니 어이가 없는지 득구가 갔다준 얼음물만 먹으며 열을 식히고 있다. 그래 나도 어이없다, 나도.
"2년전? 아줌마 친구에 아들? 말로만 듣던 엄친아냐??? 진짜 무슨 우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나도 그때 얼마나 놀랬다고. 엄마 제일 친한 친구에 아들이 도지혁이라는데.."
"그래서 그 도지혁이, 천하에 미친 그 재수똥이 너한테 홀딱 빠졌다?"
"응..제대로"
사실. 쌍방의 좋은 감정으로 사랑이 싹퉈 알콩달콩 사귑니다가 주제였지만 살짝 거짓말을 보태어 얘기를 틀어버리니 두 사람이 나를 좀 달리 보는 눈치였다. 그래 너희가 나에 대해 잘 몰랐던거라구, 내가 이런 사람이야 라는 느낌으로 우쭐해 있으니 세나는 더 열이나는지 득구에게 얼음물 한잔 더 가져오라 소리친다.
"에씨, 누나가 떠먹어!!!"
"이게 진짜, 까분다??!!!"
누가 더 목소리 큰가 대결하는것도 아니고..쩝, 실랑이하는 두 사람을 쳐다보다 울리는 핸드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신자를 확인하니 '개뼉다구'라는 네글자가 요란히도 울린다. 이 시간엔 왠일인지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는다. 혹 엿듣기라도 하면 클일이니.
"왜요?"
[..야...]
"어? 목소리가 왜그래요?"
무겁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힘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이지? 괸히 드는 걱정에 아프냐고 되물었는데...
[배고파]
란다.. 이런 된장! 엄청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는데!
"심심해요??? 뭐예요 유치하게!"
[스튜디오에 개가 한마리 있는데 니가 생각이나서]
"개?!!"
[존나 짖어대잖아 시끄럽게. 너같애]
개가 나같애. 그럼 내가 개같다는거야? 이런 말미잘 같은 놈!!!
"아침부터 참 좋은 얘기 해주시네요? 심심하면 그 개랑 노시고! 이만 끊죠!!"
[잠깐만]
"왜요!"
[밥 잘챙겨 먹으라고]
...?
"네??"
대체 무슨 의도로.. 갑작스런 그의 대답에 멍청하게 넋을 잃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용했던 심장은 크게도 울렸고 나는 진정 안되는 이 감정을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진심이 아니란건 바보가 아닌이상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왜...이렇게.....
[급하게 먹다 체하지말고]
따뜻한 그의 음성에, 내 온몸이 뜨거워 지는거지?..
* * *
사정이 있어서 잠시 지방에좀 내려가느라고 소설을 이렇게 늦게 올려요! ㅠ_ㅠ
죄송해욥! 소설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쪽지 주셔서 놀라기도, 감동을 먹기도! >_<
더 열심히 써야겠어요(불끈)
점심을 먹고나서 잠이 쏟아지지만! 길고 긴 이편을 준비하러 세수를 하겠씀돠.
다들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업쪽은 자동으로 날아간다능거~슉.
다들사랑해욤
다음편에는 thank's to ♡ 뿌잉뿌잉
첫댓글 뿌잉뿌잉.. ㅋㅋㅋㅋㅋ
업쪽보자 마자 바로 왔습니다요~~ㅎㅎㅎㅎ 담편도 기대 할께요 ^^
감사합니다!^_^앞으로 더 열심히 연재할게요~곧 단수도 나올 예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화이팅♡
진짜기다렸어요~~ㅋㅋ빨리담편이나왔음좋겠네용ㅋ기다릴게요~~~~^^*
ㅋㅋ 재밌어요~~~
응? 이런작가님 못봤는데? 하다가 글보고 아.. 이작가님 햇다죠.. 왠 이상한 분이 업쪽햇나 햇다구요.ㅠㅠ 자주 들르세여.. 까먹게써여..ㅠㅠ
너무재밌어요!
뿌잉뿌잉
완전 기다렸어요! ㅎㅎ
분량좋고 내용좋고 완전 다 좋아요~
뿌잉뿌잉 다음편도 기댕요
뿌잉뿌잉!!!!!!!!!!!!!!!!!!!!담편도기대할게용ㅋㅋㅋㅋ
ㅎㅎ 잘 봤어요 !! 왠지 달달하고 괜찮을 거 같아요 ㅎㅎ 그리고 괸히가 아니라 괜히에요 ㅎㅎ 그럼 담편 기다릴께요 ^^
뿌잉뿌잉!!!!!!!!!!!!!!!!!
뿌잉뿌잉/지혁이가 점점 잘해주네요???혹시 좋아하나???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어요
뿌잉뿌잉 다음편도 기대할게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