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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선언 4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삼성 배영수(사진 좌로부터), LG 박용택, 한화 이도형과 최영필 |
자유계약(FA)제도는 야구계의 펀드다. 선수들은 ‘FA’라는 펀드에 가입해 9년 동안 자신의 땀과 열정을 불입하며 10년째 되는 해 ‘대박’이 터지길 기대한다. 주변에서도 프로 데뷔 6년 이상 된 선수들을 아직 덜 익었지만 다 익으면 큰돈을 벌어줄 푸른 과일을 보듯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하지만, FA는 각종 모순과 불합리로 제도 자체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 특히나 다른 구단에서 FA로 풀린 선수를 영입하려면 원소속구단에 전년도 연봉의 450%, 혹은 300%+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하는 현행 FA 제도를 가리켜 야구인들은 ‘자유계약’이 아니라 ‘족쇄 계약’으로 부른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다가 구단에 미운털이 박힐까 봐 스스로 FA 신청을 포기하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일까. 2011 FA 대상자 16명(은퇴한 양준혁, 김정민 제외) 가운데 단 4명만이 FA를 선언했다.
올 시즌 FA를 선언한 4명의 선수는 FA 펀드를 통해 얼마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스포츠춘추>에서 2011시즌 ‘FA 4인’의 운명을 예상해봤다.
1. 배영수, 투수, 2011년 : 30살, 연봉 : 2억 2천만 원, 2010시즌 성적 : 31경기 등판, 투구이닝 119 ⅔, 6승8패 1세이브,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 1.45, 평균자책 4.74
좋아하는 별명이 ‘푸른 피의 에이스’다. 그만큼 삼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2000년 1차 지명자로 삼성에 입단한 뒤 줄곧 라이온즈 마운드를 지켰다. 삼성이 2005, 20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땐 팀의 에이스였다.
특히나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배영수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만신창이 된 상태로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시즌 종료 뒤 배영수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어떻게 이런 팔로 시속 150km 이상의 던졌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한 건 유명한 일화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더 빠른 공을 던질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수술을 받은 투수 대부분이 수술 이전보다 속구 구속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시즌 복귀했을 때 그의 속구 구속과 구위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어느덧 평범한 투수가 돼 있었다. 지난 시즌 1승12패 평균자책 7.26을 거두며 배영수는 크게 낙담했다.
하지만, 낙담을 분발의 계기로 삼은 배영수는 구속에 집착하지 않고 구위와 제구 향상에 애쓰면서 올 시즌 드디어 이전의 배영수로 돌아왔다. 비록 정규 시즌 성적은 6승8패 평균자책 4.74에 머물렀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맹활약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평균자책 3.24를 기록했고,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선 3차전 선발로 나와 4 ⅔이닝 동안 2실점 했다.
올 시즌 배영수의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km였다. 내년 시즌엔 시속 150km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제구는 전성기 때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경험 역시 풍부하다.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던진다는 것도 매력이다.
주축 선발투수가 필요하거나 포스트 시즌 진출 시 경험 많은 중심투수가 절실한 팀엔 배영수만큼 매력적인 카드도 없다.
전망 : 일본 진출설이 돌고 있다. 타의에 의해서다. 일본 언론은 시즌 내내 배영수의 일본 진출 가능성을 기사화했다. 한신 타이거스 고위층이 배영수를 영입 대상 후보로 점찍었다는 소문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정작 한신 측의 이야기는 다르다. 일본기자들이 한신 고위층에 내년시즌 외국인 선수 충원계획을 묻자 한신 고위층 가운데 한 명이 무심코 “배영수에 관심있다”고 말한 게 발단일 뿐 구체적으로 영입을 고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고위층 인사는 4년 전 배영수의 이름을 얼핏 들었다고.
배영수를 점검하러 방한했다는 소문도 배영수가 아닌 다른 선수를 보려고 왔다는 말로 부인했다. 여기서 다른 선수는 이대호(롯데)로 알려졌다.
일본야구 관계자들은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배영수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한목소리로 “야쿠르트가 제2의 임창용 대박을 꿈꾸는 모양”이라고 말한다. 배영수를 과거 임창용처럼 연봉 50만 달러 이하로 데려와 저비용 고효율로 써먹겠다는 소리라고. 항간엔 일본에서 활동 중인 모 에이전트가 배영수와는 상관없이 임의대로 일본진출을 타진 중이란 소문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팀들이 원해도 배영수의 국외 진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유가 있다. 우선, 배영수 자신이 국내 잔류를 원한다. 배영수는 이승엽, 임창용 등 지인들을 통해 일본야구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지금 몸 상태로 일본에 가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게 배영수의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달릴 때도 그의 꿈은 국외 진출보다 국내에서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것이었다.
12월 결혼 예정인 배영수는 가능하면 삼성에 남겠다는 자세다. 10월 25일 <박동희의 라디오볼> 인터뷰에서도 “일본행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솔직히 삼성에 남고 싶다”는 말로 고향 대구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다. 물론 관건은 계약조건이다.
배영수도 “구단이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면 남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삼성은 배영수를 꼭 잡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최무영 운영팀장은 “배영수는 우리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며 “지난 3년간 배영수가 이름값에 비해 다소 부족한 성적을 냈지만, 과거 팀을 위해 헌신했고,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배영수가 섭섭해하지 않을 선에서 계약액을 제시할 방침이다. 배영수가 원하면 3년 이상 장기 계약도 가능할 전망이다. 200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스타를 가장 잘 대우하면서도 합리적인 계약을 이끌어낸다는 평을 듣는 삼성이 배영수와의 계약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박용택은 영원한 LG맨으로 남길 원한다. 주사위는 이제 구단이 쥐고 있다(사진=LG) |
2. 박용택, 외야수, 2011년 : 32살, 연봉 : 3억 1천만 원, 2010시즌 성적 : 타율 3할, OPS(출루율+장타율) 8할2리,
9홈런, 45타점, 19도루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선수다. 장점은 타격이다. 박용택은 2009년 3할7푼2리로 타율 1위에 오른 뒤 올 시즌 다시 3할을 기록했다. 시즌 초 타율이 1할대까지 추락했지만, 꾸준히 안타를 터트리며 3할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부상과 컨디션 난조만 없었다면 홈런도 15개 이상 칠 수 있었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주루 역시 장점이다. 올 시즌 박용택은 19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22개보다 3개가 줄었지만, 경기 출전수 역시 4경기 준 걸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었다. 박용택은 언제든 20도루가 가능한 선수로 꼽힌다.
그러나 수비는 타격과 주루보다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다. 어깨부상으로 한동안 송구에 어려움을 겪은 박용택은 올 시즌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지만, 풍부한 외야자원 때문에 이전보다 외야수 출전은 줄었다. 부정적이었던 송구 평가에 대해서도 극적인 반전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전망 : 2008년부터 올 시즌까지 박용택은 111경기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까닭이다. 모 구단의 운영팀장은 “박용택의 방망이는 매력적이어도, 몸 상태는 반대”라며 “FA 계약 이후 낭패를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시즌 타격 부진으로 잠시 팀 전력에서 이탈한 걸 빼면 박용택이 부상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적은 거의 없었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도 타격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박용택은 LG에 잔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수 자신이 LG를 사랑하는데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택근, 큰 이병규, 작은 이병규, 이대형, 이진영 등 일급 외야수들로 구성된 외야진이 국가대표급이라고 해도 큰 이병규는 올 시즌 내림세를 탔고, 이진영은 잔부상으로 104경기에만 출전했다. 이대형 역시 도루왕에 올랐으나, 타율 2할6푼1리로 아직 방망이가 불안하다.
실질적인 타선의 리더인 박용택은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실함과 팀 서비스는 LG 선수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LG 김진철 운영팀장은 "박용택을 꼭 잡자는 게 구단의 계획"이라며 "선수 자신이 '아직 LG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한만큼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 최영필, 투수, 2011년 : 37살, 연봉 : 7천만 원, 2010시즌 성적 : 21경기 등판, 투구이닝 54 ⅓, 1승4패 1세이브,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 1.95, 평균자책 7.45
“의외다.” 최영필의 FA 신청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각은 그랬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혀 신청할 줄 몰랐다”는 게 충격의 이유였다. 올 시즌 최영필의 성적만 놓고 보면 FA 신청은 의외가 맞다. 선수 대부분은 시즌 성적이 나쁘면 FA 신청을 내년으로 미루게 마련이다. 아니면 괜히 신청했다가 구단에 미운털이 박힐까 두려워 스스로 신청을 포기하곤 한다.
최영필은 “아직 자세한 내막을 말하기 어렵다”며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해 자신의 FA 신청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내년이면 37살인 최영필은 "올 시즌 재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2, 3년간 충분히 던질 수 있다는 게 최영필의 생각이다. 젊은 투수 일색인 한화에서 베테랑 투수는 전력 외적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망 : 한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화 김정무 운영팀장은 "다소 예상을 빗나간 일이라,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천천히 협상을 진행하면서 선수 입장을 듣겠다"고 말했다.
한화 내부에선 최영필이 올 시즌 연봉 7천만 원이 감액되는 걸 막고자 FA 신청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정부분 그같은 시각이 사실이라면 협상은 뜻밖에 쉽게 풀릴 전망이다.
4. 이도형, 포수 지명타자, 2010년 : 36살, 연봉 : 1억 원, 2010시즌 성적 : 타율 2할9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8할8리, 4홈런, 13타점
역시 의외였다. 올 시즌 이도형은 단 27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5월 1일 대전 삼성전에서 조동찬과 부딪혀 왼쪽 상완골 원위부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한 뒤로는 시즌 종료 때까지 재활에만 매달렸다.
과거의 사례를 살핀다면 이도형은 FA 신청 대신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실제로 이도형은 2007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지난 3년간 유지만 했을 뿐 정작 행사는 하지 않았다. 어째서 이도형은 4년 만에 FA를 신청한 것일까. 그것도 재활 중인 그가.
이도형은 침착한 목소리로 “힘들게 부여받은 FA 기회를 이대로 사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비록 재활 중이지만, 지금까지 성실하게 선수생활을 해왔고, 앞으로도 몇 년간은 좋은 활약을 선보일 자신감이 있다”며 재차 “후배들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를 그대로 묵히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도형은 “만약 FA 미아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FA 신청 때부터 이미 은퇴를 각오했다”며 “시장이 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련없이 현역생활을 정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통산 홈런 130개를 기록 중인 이도형은 지명 타자나 대타가 필요한 팀엔 적격인 선수다. 백업 포수로도 아직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는 평이다.
이도형은 한화 잔류를 원하고 있다.
전망 : 최영필에 이어 이도형의 FA 선언으로 한화 프런트는 혼란에 빠졌다. 최형필의 예처럼 한화 김정무 운영팀장은 이도형에 대해서도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화의 모 관계자는 "아마도"란 단서를 달고서 "원소속구단 협상기간 안에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도형의 활용 가치를 구단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도형이 "최근 몇 년 새 선배들이 다 빠지고 이제 내가 팀의 최선참이 됐다"고 말한 것처럼 한화는 팀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며 노련한 선참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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