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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픈 41일 차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번복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낀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고객이 몰라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며칠 전 딱 한 번 200만원을 넘고 나서는 아직까지 일 매출이 100만 원 대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 달처럼 100만 원 아래로 팔리는 날은 없어지긴 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것 만큼의 매상이 되지 않아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이번 달도 각오는 하고 있는데 마음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다. 개업식을 조금 일찍 잡았다면 개업 효과라도 있을텐데 월 말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속만 탄다.
오랜만에 관리를 맡은 후배랑 술을 마셨다. 두 달 가까운 시간동안 제때 휴일도 주지 않고 일만 시켜 미안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내부 정리가 된 것 같아 전반적인 평가도 같이 하고 싶어서였다.
상무 직책을 가지고 오픈하기 전부터 궂은일은 도맡아 한 후배도 개업을 앞두고는 긴장이 되는지 입술이 터고 몸도 많이 상해 보였다. 예전 자기 사업만 어렵게 되지 않았어도 이렇게 힘든 일은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안쓰럽기만 하다.
겉은 그래 보여도 마음은 씩씩하다.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을 불어준다.
그래 고맙다. 시작은 이렇게 작아도 끝은 창대하게 만들자꾸나.
그런데 가게에서 연락이 왔다. 손님이 별로 없어 오늘은 일찍 마감하고 들어가라고 했는데 왠일인가 하고 가보니 어떤 스님이 와 있었다. 직원이 하는 말인즉 시주를 받으러 와서는 저렇게 가지 않고 사장을 만나고 가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는 것이다.
홀 조용한 곳에 스님을 모시고 차를 대접하면서 나를 만나려고 하는 까닭을 물었다.
- 스님. 무슨 일이신가요?
- 무례하지만 사장님 사주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조금 볼 줄 아는데 봐드리려 구요.
- 저는 그런 것 잘 믿지 않습니다.
- 언짢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음기가 무척 강한 곳이라 사장님의 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니 알려 주십시오.
- (속으로 뜨끔하면서도) 글쎄요. 저는 지금까지 제 운명은 제가 헤쳐 나간다는 생각에서 살았지 그렇게 어떤 것에 의존하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알으켜드리기는 하겠습니다.
스님은 나의 사주와 마실터가 상극이라고 했다. 장사를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하루빨리 그만두던지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철학관을 운영하시는 분과 함께 식사하러 왔다가 그와 비슷한 말을 하고 간적이 있었다. 우스개 소리로 일축하고 말았는데 오늘 다시 그 소리를 들으니 등골이 오싹했다.
스님을 보내고 나서 혼자 식당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정말 그런 것이 있을까? 있다면 어떡해야 하나? 그래서 아직까지 장사도 잘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이런 생각일수록 빨리 털어버려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음식점같은 작은 비즈니스일수록 운과 사주에 성쇄가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노력과 정성에 달려 있는 것이니 만큼 내가 얼마나 더 열심히 마음을 열고 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라 믿기로 했다.
지금은 메뉴를 잘 만들고 손님들이 만족하게끔 하는 가에 식당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이지, 외부의 어떤 힘이 우리를 잘 살고 못 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고객중심의 식당운영을 위해 노력할 때만이 고객들도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14) 오픈 45일 차(4월 14일)
오픈하고 세 번째 일 매출 200만원을 넘겼다. 잘하면 예상손익분기점인 월 5,000만원 달성이 전혀 어둡지만은 않다.
손님들 반응이 조금씩 나아진다. 아직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젊은 여성고객들을 중심으로 신선한 평가가 나온다는 것에 희망적이다.
학교가 시작해서 그런지 자모회 모임들이 요즘 들어 예약이 종종 있는 편이다. 자모들은 선생님과의 모임이나 자기들만의 모임을 가질 때 고깃집같은 시끌벅적한 곳 보다는 분위기 있고 조용한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라 우리 식당에서 자주 모임을 갖는 편이다.
그리고 보니, 유달리 여성고객이 많다. 점심손님들 중 거의 다 여성고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저녁은 남자손님이 어느 정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여성고객이 더 많은 것 같다. 메뉴에 대한 평가들 중 해물요리가 많이 들어간 것이 애초엔 남자손님들의 술안주를 고려해서 만들었는데 여성고객들 자리에서 추가주문이 더 많이 나온다.
하긴 어떤 날은 술이 한 병도 팔리지 않는 날도 있는 것을 보면 역시 한정식은 술보다는 음식을 주로 먹는 식당인 것 같다.
개업식을 열흘정도 앞두고 전체적인 점검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다른 과정들이야 기존의 시스템을 당분간 활용하기로 했으니 메뉴부분만 꼼꼼하게 챙기면 된다.
식당비즈니스에서 오픈준비를 할 때 메뉴에 관한 것 만큼은 경영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프랜차이즈를 하는 경우에는 본사에서 정해져 나오므로 괜찮은 편이지만 그 외의 경우는 경영자의 의지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메뉴를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고 만다.
그만큼 메뉴는 식당의 색깔을 좌우하는 대표성을 뛰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나 입지선정을 잘 해놓고서도 메뉴선정이나 가격설정에 실패해서 공들여 준비한 식당이 어려운 경우에 처하기 쉽다.
먼저, 어떤 고객이 먹을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정식은 가다가 갑자기 한정식 먹으러 가자고 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철저하게 목적의식적 구매스타일에 의해 선택되어진다. 가벼운 상대(같이오는 고객)와 일상적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나 친구 또는 접대성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 외에 어떤 특정한 목적이 있어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공간 또는 도구로서 한정식을 선택하는 종류가 많다.
여성고객들 중 점심시간에 방문하는 상당수 고객들은 친구와 느긋하게 또는 편안하게 점심과 만남(대화)을 위해 한정식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는 충동적 의사에 의해 구매되는 형태가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한 시간 이상 자리를 앉아 있을만한 분위기가 되지 않으면 장시간 동안 편하게 있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느긋한 자리를 찾는 행위는 목적형 구매라고 봐야 한다.
다음은 어떤 메뉴를 얼마의 가격에 판매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정식은 일단 목적형 구매 행태를 가지고 있으므로 고객들은 어느 정도의 가격은 감수하려고 한다. 저녁 접대형 고객을 중심에 둘 때는 고가의 메뉴를 수준 높은 접객서비스와 함께 구성해야 하고, 점심영업을 중심으로 한 가족형 한정식을 염두에 둔다면 중저가의 메뉴와 편안한 분위기의 컨셉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때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생각해도 좋다.
이처럼 메뉴와 가격은 목표 고객에 따라 상대적인 차별화를 두도록 하되,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중저가의 메뉴와 고가의 메뉴를 같이 편성해 두 종류의 고객을 다 잡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생각처럼 손님들이 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고객들은 이미 우리들의 머리위에서 판단하고 있다.
한 가지 컨셉에 한 가지 시스템으로 한 종류의 고객들을 상대로 집중점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르다.
어쨌던 마실은 고급 한정식을 포기하고 여성고객과 가족고객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의 퓨전한정식을 표방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고객들에게 먹혔다.
접객서비스는 기본만 한다는 생각으로 큰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만 하게 했고, 대신 음식의 품질이나 가격 그리고 여성고객들을 위한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많은 신경을 썼다.
메뉴는 그 자체만으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입지와 분위기, 가격, 서비스와 함께 조화로운 컨셉을 이룰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15) 오픈 56일 차 (4월 25일)
드디어 개업을 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마치고 목욕탕을 다녀왔다.
얼마 전 스님의 말이 계속 귀에 거슬려 식당으로 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혼자서 백팔 배를 드렸다. 아무런 종교도 믿지 않지만 삼신할미가 있다면 내 행동을 이해해 주리라 믿었다.
“삼신 할머님. 오늘 이곳에서 마실이라는 상호를 가지고 한정식 전문점 문을 열었습니다. 저하고 이곳과는 서로 인연이 아니라는 어떤 스님의 말씀을 듣고 개업식을 하기 전 혼자 삼신 할머님께 청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번 첫 번째 식당을 하면서 큰 손해를 보고 문을 닫은 적이 있습니다.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많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지금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지만 저에겐 그 이전에 돈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저 하나만을 믿고 의지하는 가족에게 가장으로서 믿음을 주게 해 주시고, 마실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인 후배의 재기를 돕고 싶습니다.
손님들에게 정직한 장사를 하겠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일한만큼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식당이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 고객과 지역에 마음과 정성을 보내겠습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처음처럼 손님을 최고로 모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마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식당이 잘 되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두 번째 식당 메뉴의 핵심은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배려’로 잡았다. 개업식 날 아침 삼신할머니와의 대화는 나에게 식당이 더 이상 생존의 근거로서만 자리 잡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메뉴개발 과정을 통해 무엇인가 하나가 빠진 듯한 허전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날 백팔 배를 올리고 나서 한 시간 가량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겨 얻은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마실은 입지여건상 스스로 찾아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 점이 마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손님들에게는 찾아오는 재미를 주게 할 수도 있다. 다행히 유럽풍의 목재인테리어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만큼 메뉴선택에서만 핵심 포인트를 잘 잡고 친절한 마음과 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다.
무리해서 단기간 내에 많은 이익을 보려고 하다 보면 모든 부분에서 고객보다 이익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찾아오는 속도만큼 떨어져 나가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손님의 요구에서 시작하여 손님의 만족으로 끝날 수 있는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식당비즈니스의 목적인 손님의 창출과 유지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메뉴개발은 어떤 음식을 만드는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음식을 통하여 손님을 만족시켜 나가는 과정이고, 음식을 통하여 손님과 대화하는 것이다. 식당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식당경영자가 이해해야 할 핵심이다.
메뉴의 주요 구성부분인 ‘레시피’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데이터이다. 하지만 이 ‘레시피’가 메뉴개발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에 대해 손님들은 잘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요리과정은 식당 활동의 핵심과정이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메뉴 개발에 관한 사례를 분석하는 이 장에서 이토록 긴 글을 실무적인 ‘레시피와 담음새’보다 좀 엉뚱하다 시피 한 마음가짐이나 메뉴와 고객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식당 경영자들이 메뉴와 레시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그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메뉴의 구성과 그것의 고객에 대한 배려까지를 더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개업식 날은 생각 외로 차분하게 지나갔다. 평균 매출의 두 배를 팔았지만 한 달 가량 준비를 해서 그런지 직원들도 손님 접객을 잘했고 음식도 정갈하게 준비해 칭찬을 많이 들었다.
간혹 소스의 맛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의 불만도 있었고, 조금 싱거운 듯한 음식들의 맛이 마음에 들지 않은 고객들의 진심어린 충고도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메뉴구성에 있어 신선하고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가격대비 만족도가 좋다고 말씀들을 해 주셨다.
하루를 마감하고 직원들과 간단하게 맥주를 먹으면서 고생한 것에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두 달간의 고생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16) 오픈 61일 (4월 30일)
매출 5,424만원. 3월엔 한 번도 없었던 일 매출 200만원을 넘긴 날만 9일. 개업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두 달째 성적치곤 꽤 괜찮은 편이다.
손익분기점 매출을 예상보다 빨리 도달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메뉴개발과 적용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요리는 ‘야채샐러드’와 ‘생청국알쌈’이었다. 야채샐러드는 특히 소스가 일품이었다는 반응이었고, 생청국알쌈은 건강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야채샐러드 소스는 미소된장을 기본 베이스로 해서 만들었는데 소스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된장맛이 입맛을 당기게 했고, 생청국장이 최근 웰빙트렌드에 잘 맞아 떨어지는 아이디어라서 손님들이 좋아했던 것 같았다.
묵은지를 곁들인 수육보쌈은 무난하다는 반응이었고, 참치초회, 낙지볶음 그리고 연어밀쌈도 한정식 아이템으로는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낙지볶음은 여타의 한정식 전문점에서 자주 나오는 요리다.
묵은지 수육보쌈은 동파육으로 불리는 삼겹살수육과 정기적으로 서로 교대하면서 오픈 초기 한정식 전문점의 대표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물김치와 백김치는 어느 한식에서든 기본으로 나오는 것이라 특별하게 맛이 없다면 모르지만 기본만 해도 별 타박은 하지 않았다. 김치를 잘 담그는 식당은 김치류를 특화시켜보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다. 김치 하나로 대박식당을 만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까 말이다.
물김치는 그 후에도 계속 활용하였지만 배 김치는 숙성의 문제로 인해 김치전문업체로부터 구매하기도 하는 등 여러 방안을 시도했으나 고객들의 외면 속에 결국은 빼버렸다.
감자샐러드와 소불고기 역시 손님들의 호평을 받지 못했다. 주변에 흔하게 나오는 고깃집 밑반찬 이상의 수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생각보다 높고 매섭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메뉴이기도 했다. 이 말이 무엇인가 하면 이미 고객들은 외식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큼 맛있다고 하는 식당은 다녀봐서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식상해지는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그런 반면에 자주 접하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고객들의 호평을 받는 음식들도 꽤 많이 있다. 오픈 음식 중 궁중 잡채, 장떡이 그것이다.
오픈 메뉴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숱한 메뉴변화의 시도 중에서 꾸준히 손님들의 사랑을 받은 장수 요리가 되었다. 흔한 음식이지만 자주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잡채와 장떡같은 음식은 재료비가 저렴하게 들어가므로 일반 한식집에서도 사용해 보길 추천하는 메뉴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가장 아쉬운 메뉴 중의 하나가 데리야끼 소스로 만든 닭 꼬치구이다. 닭 가슴살과 대파를 이용해 꼬치식으로 만들어 어린아이들에게 엄청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손이 너무 많이 간다는 이유로 4개월 정도 하다가 다른 메뉴로 교체했다.
들깨탕, 연어밀쌈, 참치초회는 6개월 단위로 다른 메뉴와 교체되기도 하고 다시 메뉴에 넣기도 하는 요리로 아주 특별한 이미지는 주지 않지만 퓨전한정식 메뉴로서는 구색을 맞추는 용도로서는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는 메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밥 찬요리로 나오는 음식들도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청국장은 주부고객들에게서 청국을 별도로 판매하라는 성화에 못 이겨 조금씩 판매할 정도였다. 하지만 청국장을 끓일 때 생기는 냄새로 인해 나중에는 메뉴에서 빼버렸지만 한정식 또는 한식식당을 할 생각이 있다면 장수메뉴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고등어무조림도 중간에 꽁치김치찌개로 바꿨다가 다시 이 반찬으로 돌아왔다. 밥 반찬으로는 생선과 무의 궁합만큼 잘 어울리는 반찬은 없는 듯 하다.
나물도 계절별로 6가지씩 준비했는데 주부고객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물반찬은 말은 쉽지만 실제 집에서 요리하기는 손도 많이 가고 맛이 웬만큼 해서는 잘 나지 않아 주부들에게는 해서 먹기는 그렇고 사먹기는 좋은 반찬으로 통한다. 나물은 매일 삶고 데치고 조리해야 신선한 맛과 아삭한 느낌을 그대로 얻을 수 있어 손과 힘이 들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
전체적인 메뉴개발과정과 메뉴에 대한 평은 좋은 편이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운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메뉴는 고객과 식당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주체들만의 일방통행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소불고기’같은 요리의 경우 고가의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평범한 요리로 인식되었는데 우리는 메인요리의 하나로 만들고 이를 강요하려고 했었다. 평범한 요리라도 그것의 담음새나 해석에 따라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무시하고 뚝배기에 끓인 모습으로 내놓으니 고객들의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김치다. 김치는 한정식 전문점에서 잘만 활용한다면 아주 많은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 요리다. 한정식 전문점 봉우리는 보쌈김치 하나로만 손님을 어마어마하게 끌어 모았다. 손님들 앞에서 직접 찢어주는 씨즐감과 독특한 맛으로 사로잡았던 것이다. 우리 식당에서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 시도를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맛내기의 어려움과 공간의 협소함 등으로 인해 전문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납품받아 사용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지만 직접 담그는 것과의 마음차이가 다른 것이다.
첫댓글 외국이세요??ㅎ
예..일본에 있습니다,,,내년쯤 창업할려고 준비중입니다,,
어느쪽요리를 하시는지요?? 저두 열심히 배워서 일본에 진출하고 싶은데요.. 조리사로요..어떤요리를 배워야 비전이 있는가해서요..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한식쪽 요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한식은 전망이 밝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비자 문제부터 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저두 기본적으로 한식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궁물, 찜, 이나 구이 , 등 세부적으로는 어떤걸 준비해야 할까요?? 비자 문제는 걱정이네요.. 우선 일을 잡고 워킹으로 갈려고 하는데.. 한식은 전망이 밝다고 확신해주셔서 감사해요~ 한식의 세계화`~ㅎ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