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피는 가시연꽃
세미원 (경기도 양평. 2019.8.8)
가시연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을 달고 사는 한해살이 수생식물이다. 잎이 다 자라면
120㎝ 정도에 이르고, 잎 앞쪽과 뒤쪽에는 가시가 빼곡하다. 한여름에 피는 가시연꽃은
오래된 연못에 주로 자라는데 보기가 쉽지 않다. 세계에서 자라는 곳이 몇 군데 안 되는
희귀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다. 놀라운 것은 그 큰 식물이 한해살이
라는 것이고, 밤에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다.
가시연꽃도 종별로 낮에 피는 것이 있지만 주로 밤에 피는 것이 많다. 빅토리아가시연꽃은
밤에만 핀다는 것으로 영국 빅토리아여왕의 대관식에 쓴 왕관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
양평에 있는 세미원에서 8월중 세차례 인원을 한정하여 밤에 피는 이 꽃을 개장한다 하여,
미리 신청하였다가 첫날 밤중에 찾아갔다. 사람이 태어나고, 꽃이 피는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서서 숲해설 동호인인 시인 선생님의 강연 '연꽃처럼 살면
인생이 향기롭다'를 들었다. 사람을 만날 때 꽃 보듯이 보면 향기롭다 하였다.
불도 켜 놓지 않은 어두운 길을 걸어 가시연꽃이 있는 연못으로 다가섰다. 예전에 보았던
그 가시연꽃 사이로 작고 하얀 꽃이 피고 있었다. 대관식에 피는 큰 가시연꽃은 피지
않았고, 그 옆 연꽃이 대신하였다. 다른 연못엔 이웃집 실데렐라 수련들이 아쉬움에 대신
피었다. 오늘이 개화 이틀째라는데, 어떤 입장객은 왜 3일 연속 입장시키지 않느냐고 푸념을
한다. 우리가 꽃축제에 다녀보면 알지만 꽃이 사람들이 여는 축제에 맞추어 피기는 어렵다.
예로부터 송나라 문인 주돈이가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들면서 여러 꽃
중에서 연꽃을 군자의 꽃이라 하였다. 군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은 애련설이, 은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은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연꽃을 수양의 매개물로 삼았다.
연꽃은 잎이 물에 젖지 않는 자기정화현상이 있는 연잎효과가 있어 늘 깨끗하다. 연꽃을
정화의 상징으로 삼는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