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청년필름은 대한민국을 긴장시킬 웰메이드 미스터리의 탄생을 알리며 1930년대 경성시대를 다시 현재로 불러온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 효과적이다. 그녀는 경성이라는 시대와 그 이국적 풍광 속에 비판적 시대정신도 놓치지 않았다. 경성, 소녀, 기숙사 괴담에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의 수순은 계속 배반되고, 연이어 1970년대 호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등 다양한 영화들을 연상시키지만[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끝내 새롭다. 그래서 나라도 잃고, 문화도 잃고, 심지어 부모조차 잃어버린 소녀들이 벌이는 생존의 이야기는 처연하게 아름답고 정서적이며 잔인하다.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을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이다. 어딘지 모를 산 속에 자리한 여자 기숙학교 304호에 계모에게 버림받은 폐병을 앓고 있는 주란(시즈코, 박보영)이 전학을 온다. 교칙은 엄격하고, 어린 소녀들은 그녀를 냉정하게 대하지만, 오직 급장인 연덕 (가즈에, 박소담)만이 그녀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녀들은 자신의 본명을 묻어두고 일본식 이름으로 불린다. 어린 소녀들만이 가득한 기숙학교, 나라도 주권도 이름도 빼앗긴 상황이 주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소녀들의 갈등과 사랑도 깊어진다. 주란이 연덕의 도움으로 서서히 학교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부터 이상한 기척을 느낀다. 그녀의 눈앞에 사라진 소녀들의 흔적이 계속해서 보이는 것이다. 진심을 알기 어려운 딱딱한 미소로 위장한 교장(엄지원)은 더 큰 도시 도쿄로의 유학을 미끼로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기숙학교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녀들의 경쟁은 드러나진 않지만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매섭게 자리한다. 늘 병약하던 주란이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던 연덕과 유카(공예지)를 제치고 우수 학생 후보가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스릴러 장르로 구별되어 있지만 으스스한 분위기와 사라진 소녀들의 흔적은 공포영화의 섬뜩함을 담아내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녀들이 모인 기숙학교에서 벌어질 법한 주란과 연덕 사이의 아슬아슬한 애정의 기운 사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일기장과 비밀이 오가는 장면들은 충분히 아름답다. 호러와 스릴러, 소녀들의 멜로 사이를 바쁘게 오가던 장르의 변주가 켜켜이 쌓이는 동안 영화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토해낸다. 상상 가능한 저주도 원혼도 아닌 시대적 비극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주란에게 생긴 초능력의 실체가 밝혀지는 시점부터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은 끝을 향해 전력질주를 한다.
이해영 감독은 아직 덜 자란, 버림받았으나 살아남아야만 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통해서 성장영화의 아픔과 잔인함을 유연하게 녹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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