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 저수지의 어죽 한 그릇
며칠 전 예산에서 한 문학 사이트에서 개최하는 지방 문학의 밤 행사가 열렸다. 처음부터 내가 주관을 해서 많은 신경이 쓰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석을 했고 성황리에 치러져 뿌듯한 마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모든 문학행사가 끝나고 문화 탐방의 코스 중 예당저수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순서가 있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내포 땅이 충청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썼는데 내포 땅이 바로 지금의 예산이다. 예산은 자연조건이 좋아 별 자연재해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어서 쌀이 많이 생산되고 사과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예산의 예당평야와 당진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예당저수지는 1962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데 예산군과 당진군의 앞머리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예당저수지는 예산군의 대흥면, 응봉면, 광시면, 신양면 등 4개면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11㎢에 육박하는 광활한 수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곳에 들르는 사람들은 ‘저수지가 아니라 바다라는 편이 더 어울릴 듯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넓이가 넓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러오는데 3월에는 매년 예산군수배 전국 낚시 대회가 열리는데 인터넷 서버가 다운 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지난 3월 27일과 28일에도 낚시 대회가 열려 전국의 강태공들을 불러 모았다. 예당지는 붕어는 물론 잉어, 메기, 모래무지, 장어, 매가사리(빠가사리) 등이 잘 낚이는 강태공의 낙원으로 명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은 예당지를 낚시꾼들의 훈련소라고 말한다. 나도 낚시를 예당저수지에서 배웠다. 예당저수지에는 많은 낚시 포인트가 있고 철에 따라서 포인트는 달라진다. 이 곳은 중부권 최고의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얼음낚시 외에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계속 낚시 할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좌대는 물 위의 호텔로 그 곳에서 숙식을 겸할 수 있는 시설이 준비되어있다. 한 여름엔 그 곳으로 피서를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가족단위로 낚시를 오는 사람들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낚시 좌대관리소에서는 보트를 빌려준다. 낚시꾼 자신이 배를 저어서 좌대에 갈 수 있어 뱃놀이도 가능하다. 좌대는 4-6명 정도는 넉넉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4만원에서 5만원을 주면 좌대를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좌대의 위치는 계절에 따라 변한다.
봄에는 저수지 도로변 쪽에 설치되는데 물이 많고 수초가 많은 부분에 해당된다. 여름에는 물이 많이 빠지고 따라서 좌대도 호수의 중심 쪽으로 많이 이동이 된다. 지금은 좌대에 화장실과 난방시설까지 갖춰져 있고 전화를 하면 음식은 물론 커피까지 배달이 된다.
I.M.F시절에는 한겨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낚시터에 왔고 경찰이 순찰을 돌 때 많은 사람들이 낚시 가방을 남겨두고 도망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당저수지 근처가 십여 년 전부터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관광단지 안에는 식당, 여관, 조각공원, 야생화 동산 등 각종 편의시설 등 대중이 이용 할 수 있는 것들이며 현재까지 등산로와 주차장시설 등 6개 시설은 조성 완료, 테마를 간직한 관광지로 변모해가고 있다. 특히 예당저수지 주변의 산책로와 팔각정은 부산 태종대 같은 운치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하였으며 가족단위 산책과 친구, 연인과 함께 찾아 가기 에 좋다. 공원에는 야영을 할 수 있도록 급수시설까지 되어있다. 예당저수지를 따라서 난 산책길을 걷는 것은 또 다른 운치를 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꽃길을 조성해서 산책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을 가지게 한다. 수세미나 조롱박을 심어 향수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팔각정에 오르면 예당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물결을 보면서 마음에 또 다른 행복을 가지게 하고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심을 가질 수 있는 풍경을 제공해준다.
예당저수지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죽인데 예당호 근처엔 어죽을 파는 집이 열 곳도 넘는다. 그리고 각 집마다 어죽을 요리하는 형태도 다르다. 어죽은 예당호에서 잡힌 붕어나 다른 물고기를 이용해서 요리를 한다. 어떤 집은 물고기를 익힌 후 살을 체에 내려서 쌀과 국수 그리고 민물새우를 넣은 후 각종 야채를 넣어 끓여내고, 다른 집은 아예 물고기를 믹서에 갈아서 뼈도 함께 포함되어 끓여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물고기를 통째로 끓여서 어죽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는데 한결같이 맛이 좋다는 것이다. 요즘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관광객들이 어죽을 먹으로 온다. 그 때 마다 그 맛에 반한다. 값도 비싸지 않다. 어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붕어찜이나 매운탕을 먹을 수 있다.
이번에 만난 문인들은 어죽의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이번 모임을 통해서 예당저수지의 어죽의 맛을 새롭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