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1주일 2023년 12월 3일
깨어 있는 문지기
이사 63:19하-64:8. 마르 13:24-37
교회의 마지막 해인 지난주와 새로운 시작인 오늘, 종말과 심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구원이란 우리의 지극한 행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불과 한 주 차이로 심판과 종말에 대한 관점이 달라집니다.
마지막에 듣는 종말과 첫 시작에 듣는 종말의 의미가 어떻게 나에게 다가오는지 묵상합니다.
우리가 보고 배울 무화과나무를 (26절) 키워드로 삼아 깨어 있음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보고 배운다는 것은 징조를 잘 파악하라는 말씀입니다.
마지막 때에 주님께서 오시면, 기존의 자연 질서가 무너지고 주님을 믿고 따른 이들을 골라냅니다. 이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니 열매 맺는 것을 보고 시절을 알듯이 시대의 징조를 알아채라는 것입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지 분별하고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이며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마치 주인이 종들에게 자기 권한을 각자의 본성에 맞게 맡기고 먼 길을 떠나며, 특히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 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합니다.
더구나 먼저 깨달은 청지기들은 특별히 힘을 내어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고 강조합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 중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에게 하셨습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청하여 물었기에 대답하신 것입니다.
그러고는 그들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라 하십니다.
제자들이 물었기에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열심히 묻고 청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일상 가운데 주님의 메시지를 알아채는 것이 깨어 있음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묻고 들어서 아뢰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구하고 찾는 자세를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마지막 절에 “늘 깨어 있어라.”(37절)고 말씀을 마무리 하십니다.
여기서 깨어 있다는 말은 깊게 응시한다(γρηγορεῖτε)는 뜻입니다.
무화과나무를 보고 배우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자세로 깊이 응시하며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는 것을 말합니다.
성서를 읽으면서도 말씀 가운데 나는 어디에 있는지를 봐야 나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 생기고,
세상의 현상들에 대해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전체는 나와 우리가 사실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차분히 열거합니다.
그 결론은 우리는 ‘곤고한 사람’, 힘들고 어려우며 외로운 존재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며 우리는 결국 괴롭고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곧 보는 것’입니다.
본문에 의하면 다른 이들 때문에 괴롭습니다. 그들에게 비웃음거리(시편)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취급 받는(이사야)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관계를 맺고 사는 인간사회에서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이 고독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내가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로 인해 괴로워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내가 사랑해서 선택하여 이룬 가정도 후회할 때가 있는 법, 깨어 있다는 것은 이런 나의 운명적 존재론을 인식하라는 말입니다.
이사야서에 답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곤고하지만 그 가운데 희망을 볼 줄 아는 사람, 깨어 있는 사람입니다.
시편에는 밝은 얼굴을 보여주시면 우리가 살아날 것이라 노래합니다.
여러 문제로 힘겨울 지라도 그럴 때 깨어 있음 즉 깊게 응시하며 문제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는 존재,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살아야 할 덕목이고 힘입니다.
종말의 시기가 아닌 대림의 시기에 깨어있음을 묵상하는 우리는 먼저 묻고 또 묻는 기도의 삶, 그리고 나의 어둠과 곤고함을 볼 줄 알고 인정하는 삶, 그 과정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의 삶을 살고 있음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우리가 당신의 작품임을 기뻐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늘 다짐하는 시기가 바로 대림시기입니다.
건축의 완공을 앞두고 우리 교회의 정체성과 고백을 담은 네 가지 지표를 제시하였습니다.
그 첫 번째 지표는 우리는 어머니 교회(Mother Church)라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어머니 교회는 모든 것에서 교구의 모범과 표본 즉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바치는 모든 전례와 영성은 교구의 각 교회에 기준점이 됩니다. 감사성찬례는 물론이고 매일의 성무일과는 준수되어야 합니다. 절기별 특별 전례와 예배 그리고 연합 행사에서도 틈이 있어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우리 교회의 운명입니다.
그리고 교구 내의 어려운 교회나 성직자를 지원하는 교회이어야 합니다.
건축의 설계와 공간 구성 그리고 외형적인 부분에서 성공회 정신이 드러나도록 꾸며야 하고, 교회 조직과 제도에서도 교우들이 중심이 되는 참여적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공회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징조와 변화에도 적극 부합하는 열린 교회로 넉넉한 품을 가지기를 기도합니다. 늘 보고 배우는 교회, 그리고 가르칠 줄 아는 교회이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교우들의 신앙과 모든 활동이 항상 모범이 되는 교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가 바로 깨어있는 문지기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며 대림 기간을 시작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문제들이 보이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합니다. 먼저 나를 보고 우리를 위해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하며 때가 이르렀을 때는 함께 열정을 다해 움직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