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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말해줘] 10
S#1. 필상의 집 마당
경채와 빈채, 서로 손바닥 펼쳐 보이며 대문밖으로 나가고 있다.
두 아이의 손바닥 위에 백원짜리 하나씩 올려져 있다.
빈채 : 언니야 이기 머꼬?
경채 : (안쪽을 돌아보며) 이모야 짜다. 왕소금이다. 그체?
빈채 : 어.
댓돌위에 정숙과 능옥의 신발 올려져 있다.
S#2. 필상의 방
정숙, 오랜만에 만나 너무 반가운 능옥의 손을 잡고 바닥에 앉는 중이다.
능옥, 한손으로는 주머니에 동전 주머니를 집어넣으며 앉는다.
정숙 : 내리오신다꼬 고생 많았지예? 큰스님은 뵈았능교?
능옥 : (끄덕, 눈물 조금 훔쳐내고) 나무 관세음.. 갓난아기처럼 청정무구 허시구, 뱅은(炳)은 있으시되 마음은 부처임이시구...
생불(生佛)이시네...
정숙 : 봄꽃도 다 몬보실까봐 애드러버 죽겠심니더... 오시는 김에 뱅수 글마도 같이 오시지예... 문안 한번 드리야 안대겟십니꺼?
(하면서 한숨 후욱)
능옥 : 배앵수... 전화 한번 할라구 해두 워째 저거혀서.... 영채 거시기 눈치두 보이구...
정숙 : ......
능옥 : 출근 하머넌 둘이 꼴을 볼 봐야 쓸틴디... 워째서 대이구 그러구 있넌겨어, 대한민국에 영화 맹그는 회사가 달랑 거기밖에
엄는 것두 아니구 말여... 두 새끼덜만 생각하머넌 내 가슴이 다 졸밋졸밋 햐...
정숙 : (기--인 한숨) 한두해 쌓인 정이 아인데 끈 하나는 남기 놓고 끊어지야 안대겟십니꺼...
능옥 : ....
정숙 : 회사에서도 몬만나모 만날길도 엄꼬 만날 맹분도 없으이... 그캐서 잠깐씩이라도 바야 숨이 쉬어지지 않겠능교?
우예 각중에 싹둑 짤르겠십니꺼... 내도 이래 금마가 보고 시푼데 영채는 우떻겠능교?
능옥 : 나무관세음...
S#3. 올인원 외경
병수 : (E)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 드렸던 올인원의 김병순데요...
S#4. 올인원 안 사무실
병수 : (전화중) 예, 저희 촬영팀이 오늘 새벽 그쪽으로 출발해서 지금 촬영중이거든요? 근데 촬영 끝나구 들어오면
다들 너무 춥구 피곤할테니까 방 좀 따뜻하게 신경 써 주시구요, 촬영중엔 밥두 잘 챙겨먹지 못하니까
우리 스탭들 일어나면 간단하게라두 꼭 아침밥을 챙겨 주셨으면 해서요. 예, 잘 부탁 드립니다. 아주머니.
전화 끊고 병수, 또 한 손에 열어두고 있던 휴대폰 받는다.
병수 :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박선생님. 예....예...(스케쥴표 보며) 박선생님 촬영분은 30일 오전입니다.
연결씬이니 모자 꼭 챙겨오세요. 예, 안녕히 계세요.....
병수, 스케줄표 챙겨들고 일어나는데 복도에서 오상무가 떠드는 소리 들린다.
오상무 : (E) 어이, 이철민! 이철민!!
S#5. 복도
오상무 : 아 이거 참 촬영허가가 왜 안떨어지는 거야, 이거... 공문하나 달랑 띄우면 다야? 어이 이철민!
이철민 : (어떤 방에서 바퀴의자 탄 채로 드르륵 굴러나와서) 왜요?
오상무 : 아 앉아서 해결하지 말구 발루 뛰어 좀! 촬영팀 도착했는데 손 놓구 있다잖아!
이철민 : 저처럼 머리 묶은 남자가 관공서 들어가면 아래위로 훑어보구 뭐 양식이 틀렸네 기재사항이 빠졌네...하면서
트집만 잡는다구요. 솔직히 그쪽은 오상무님이 나서주셔야 하는 일 아닌가요? (하면서 또르륵 굴러가 버리고)
오상무 : 야 임마 이철민! (하는데)
병수 : (E) 해안경비대 씬 말씀이세요, 오상무님?
오상무 : (병수를 보고 괜히 찔끔해서 우물쭈물하며) 그....래.... 그... 씬... (해놓고 돌아서서 가면서) 아 나실장은 어디 간거야?
나실장 : (자기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면서) 나실장 지금 피피엘 때문에 외출합니다!! (하고 사라지면)
오상무 : 어이! 나실잘! 나실장! (하는데)
병수 : 제가 지금 다시 한번 공문 작성해서 국방부루 뛰겠습니다.
오상무 : (쭈볏 거리면서도 다행이다 싶어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 그럴래?
병수 : 예, 기다리는 거 보단 그게 빠르겠어요. (사무실 쪽으로)
오상무 : .......
영채 : (E) 여보세요? 매일스포츠 최기자님이시죠?
S#6. 홍보팀 사무실
영채, 입구쪽에서 등을 보이며 전화중인데 병수, 영채가 있는 것 모르고 쑥 들어왔다 잠깐 멈칫한다.
영채, 인기척에 잠깐 뒤 돌아봤다가 병수가 들어온 것을 보고 멈칫한다.
그러나 병수는 곧 컴퓨터 앞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문양식을 출력하고,
영채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전화한다.
영채 : <총탄> 홍보팀 서영챈데요, 보내드린 보도자료는 보셨나요? (깔깔 웃으며) 혹시 기사가 나왔을까
오늘자 신문을 뚫어지게 보다가 정말루 신문이 뚫어져 버렸지 뭐예요....
드륵드륵 공문이 출력되어 나오는 소리.
영채 :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잘 부탁드립니다. (끊고)
드륵드륵 하고, 영채, 다시 수화기 들어 버튼을 꾹꾹 누르고,
병수, 출력된 공문을 뽑아가지고 그냥 나간다.
병수, 저 쪽으로 사라지면, 영채, 버튼을 누르던 손 딱 멈추고, 들었던 수화기 그냥 조용히 놓는다.
영채 : ......
오상무 : (E) 쟤들 왜 그냥 두는데?
S#7. 이나 집무실
이나, 다리 꼬고 앉아있고, 오상무가 그 앞에서 하소연 하고 있다.
오상무 : 왜 둘다 그만둘 생각을 안하는거야 대체! 말이 되는 얘기냐구, 말이..지가 안해두 될일까지 찾아가며 목숨걸구 하는거 봐!
둘다 일에 중독된 애들처럼 그런다구. 김병수는 말이야, 엔딩크레딧에 "잡일 김병수"하구 올라가야 한다구.
진행에 섭외에 소품에 배우 매니저들 잔심부름까지 한다니까! 대 놓구 나가랄수두 없구...
아 알아서 안나가면 조대표가 정리해 줘야 하는 거 아냐? 회사 분위기 쌔-한거 몰라?
이나 : 회사 분위기가 쌔한게 아니구 오선배가 공범으로서 애들을 볼 때 마다 양심이 아픈 거겠죠.
오상무 : (울컥) 내가 공범이 되구 싶어 됐어? (하다가 목소리가 너무 큰 걸 알고 화들짝 놀라 다시 소리죽이며) 암튼 나
쟤들 볼때마다 한번에 수명이 한 십년씩 줄어든다구. 그러니까 쟤들....계속 다니게 할거면, 내가 그만 둘테니 그리 알어!
이나 : 오상무님이 그만두세요, 그럼.
오상무 : 뭐라구?
이나 : 내가... 두구 보기 편해서 보고 있다구 생각하세요?
오상무 : 뭐 그런 건 아니겠지만....(얼버무리면)
이나 : 차마 말 못하는 거예요... 내가 조바심 치는 걸 들킬까봐...
오상무 : .....
이나 : (일어나며) 난 김병수한테... 가능하면 멋지게 보이고 싶거든요. 멋지고 훌륭한 여자라서 저절루 쳐다보게 하구 싶거든요.
그러니 당장 그만두란 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와두 어쩌겠어요, 참을 수 밖에요..(나간다) 그러니까 오선배두 그냥 참아줘요.
공범이면 공범답게 주범하구 행동을 같이 해야죠. (쓸쓸하게 웃고 나간다)
오상무 : 또 공범이라네 또! (하는데)
오상무의 전화벨 울린다. 전화받는
오상무 : 여보세요... 새롬엄마?... 뭐라구? (다급한) 이봐, 새롬엄마! 여보!!
S#8. 화장실
이나, 손 씻고 있는데 세면대 위에 영채의 가방과 비디오테잎 싼 비닐이 들어있다.
영채, 화장실에서 나와 세면대로 간다.
이나 : (영채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가?
영채 :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씻으며) 방송사 연예 프로그램 담당자 만나러요. 현장 스케치한 걸 보여주려구요.
이나 : 오에스티 마케팅 전담 아니었던가?
영채 : (생글생글 웃으며) 그 사람이 곡을 만들구 있는 동안에는 제가 할 일이 별루 없어요. 놀아가며 월급 받을 순 없잖아요.
하면서 영채와 이나, 동시에 수도꼭지 비틀어 잠그고, 페이퍼타월에 동시에 손을 대는데,
이나 먼저 톡 톡! 두장 뽑아서 손 닦고, 영채도 뽑으려고 하는데 다 쓰고 없다.
이나, 다 쓴 타월을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고 나간다.
영채, 가만히 보다가 젖은 손을 옷에 닦는다.
S#9. 복도
이나 앞서가고, 영채, 가방과 테잎 챙겨 뒤따라 나오는데 병수가 공문을 서류봉투에 넣으며 마주오고 있다.
세사람 다 충분히 서로를 의식하고 있고
이나 : (마주오는 병수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병수씨, 우리 점심 먹자. 스파게티 먹을까?
전에 갔던 집 맛 없더라. 그냥 늘 먹던데서 먹자? 응?
영채 : (괜히 휴대폰 꺼내 열고 귀에 대며) 여보세요? 생중계 티비연예 이작가님이시죠? 아까 전화드린 서영챈데요...
하는데, 영채의 전화벨 정말로 울리고,
이나, 비죽 웃고, 병수, 자기가 당황하는데,
영채, 허등지둥 휴대폰 배터리 뽑으며 가다가 옆구레에 낀 비디오테잎이 떨어진다.
영채, 비디오테잎 주을다 휴대폰과 배터리가 분리된 채 톡 떨어진다.
병수 : (이나의 시선을 영채로부터 거두기 위해 막아서는 듯 살짝 움직이며) 전 국방부에 다녀와서 먹겠습니다.
지금 촬영허가 안 떨어지면 촬영팀이 속수무책으루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영채, 다 수습해서 사라지면
이나 : ...(그런 병수를 본다)
병수 : 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돌아서는데)
이나 : 병수야...
병수 : 예.
이나 : 오분만...
병수 : 예?
이나 : 오분만 있다가 나가라. 지금 나가지 말구......
병수 : .....?
이나 : 영채.... 지금 나갔잖아.
병수 : .... 알겠습니다.
이나 : 그렇게... 지나치게 정중하지 않아도 돼.
병수 : 회사잖아요......
이나 : 집에서두 그러잖니....
그렇게 서로 보고 있는 두사람.
이나, 애써서 웃고는 자기방으로 돌아간다.
병수, 그런 이나를 보다가 바닥에서 뭔가 발견한다. 영채의 휴대폰 배터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S#10. 올인원 빌딩 앞
영채, 배터리가 없어진 휴대폰을 쥐고 건물 밖에서 다시 건물 안으로 바닥을 눈으로 더듬으며 가고 있다.
S#11. 빌딩 로비
영채 밖에서 들어와 계속 바닥을 내려다보며 배터리를 찾으며 간다. 찾는 영채 위로
이나 : (E) 병수씨, 우리 점심 먹자. 스파게티 먹을까? 전에 갔던 집 맛 없더라. 그냥 늘 먹던데서 먹자.
엘리베이터 앞까지 온
영채 : (치!) 걔 스파게티 진짜 싫어하는데.....(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땡하고 열린다.
영채, 굽혔던 몸을 펴서 일어나면 엘리베이터 안에 병수가 타고 있다 내린다.
영채, 얼른 다시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는데,
병수, 그런 영채에게 배터리 내민다.
영채, 본다.
S#12. 병수와 영채의 상상
병수 : 이럴 줄 알았어... 잃어버리구 그냥 가다가 도루 찾으러 올 줄 알았어... 맨날 흘리구 잃어버리구 덜렁거리구... 덜렁이...
(하면서 영채의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와 배터리 끼워 영채 손에 쥐어준다)
S#13. 엘리베이터 앞
병수, 영채에게 배터리 내 밀고 있다.
영채, 받는다. 병수, 밖으로 나간다.
가만히 서 있는 영채. 휴대폰에 배터리 끼운 후 전원을 넣는다. 휴대폰이 켜지는 소리.
영채 : .........
S#14. 방송국 앞
방송국 정문 앞 경비실의 창문 앞에 비디오테잎을 놔두고 영채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영채 : 이작가님, 저 올인원 서영챈데요... 말씀 드렸던 테잎 가져왔는데....
이 : (F) 아... 출장 나와있어서 오시지 말라구 전화드렸는데, 전화가 갑자기 끊어지더라구요. 어쩌죠? 경비실에 맡겨두실래요?
영채 : ....(맥풀려서) ....
이 : (F) 여보세요?
영채 : 아, 아닙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끊는) ........(맥풀어져서).......
(E) (똑뚝. 노크소리)
S#15. 희수작업실
똑똑 노크소리 들리고, 영채 문 열고 들어온다. 아무도 없다.
영채, ?하고 문 닫으려는데 드러렁~ 코 고는 소리.
다시 살피는 영채. 저쪽 구석 기계뒤 침낭 속에 누워서 코를 골고 있는 희수.
영채, 가방이랑 비디오테잎 적당히 두고 희수에게 간다. 쪼그리고 앉아서 희수를 흔드는 영채.
희수, 눈 뜬다.
영채 : 일 안하구 낮잠이에요?
희수, 찍~ 하고 침낭을 열고 나온다. 얼굴에 짜증인지 뭔지, 뭔가 불편한 마음이 묻어있고.
영채 : 깨워서... 짜증났어요?
희수 : (생수병 들어서 벌컥벌컥 마시고) 아니야. 그만 자고 일 해야지.
영채 : <총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타이틀 뮤직을 넣는 작업 다 됐어요?
희수 : 하다 막혀서 그냥 뒀어. 이제 해야지. (하며 작업대에 앉는)
영채 : ....(눈치 보이는)
희수 : 아침 여섯시에 자던 놈이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려니까 날마다 맥을 못추겠다.
영채 : ...일할땐, 작업실에서 지낼래요?
희수 : (보며) 그래두 될까? 이모님 뭐라 안하실까?
영채 : 일은 해야잖아요. 잘 말씀드릴께요.
희수 : 맨날은 아니구, 일주일에 삼일만 작업실에서 지낼께... 땡큐. (하며 악보 펼친다)
영채 : .... 하숙집... 많이 불편해요?
희수 : ....(악보만 보는)
영채 : ....
영채, 그대로 두고 살며시 문 열고 나간다.
꽁 하고 문 닫히는 소리 들리면, 그제서야 퍼뜩 깨서 고개 들어보는
희수 : ..... 아 씨...... 나 왜 이러냐....
S#16. 희수 작업실 앞
영채 나온다. 가만히 서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 거는 영채.
영채 : 나실장님, 서영챕니다.
나 : (F) 아~ 서영채!
영채 : 저 또 뭐 할까요?
나 : (F) 뭐라구?
영채 : 저 또 뭐하냐구요? 시키실 일 없나요?
나 : (F) 얘, 잘 안들려. 나 지금 운전 중이니까 좀 이따 다시 통화하자. (끊는)
영채 : ....
영채, 후- 하며 휴대폰 접는데, 그런 영채의 어깨를 뒤에서 탁 잡는 희수.
영채, 보면
희수 : 밥 먹구 들어가자, 뭐 먹을래? 스파게티 먹을까?
영채 : (묘한 기분으로 희수를 보는)
희수 : (영채의 어깨를 안고 가며) 가자. 배고프다.
영채 : ...(보는)
희수 : 왜?
영채 : .... 아니에요.
희수 : 뭘 먹나......
영채 : 싫어요.
희수 : 응?
영채 : 스파게틴.... 싫어한다구요.
희수 : 그래? 알았어 그럼...
영채 : ....
S#17. 밥집
희수와 영채 밥 먹고 있다.
희수 : (눈치보며) 꼬맹아.
영채 : ....?
희수 : 삼십년 넘게 아무 간섭두 안 받구 살아온 놈이야. 고등학교 교실 같은 하숙집에 적응하려면 내게두 시간이 좀 필요해.
열심히 적응해 볼께. 기다려줄 수 있니?
영채 : .... 알았어요.
희수 : ... 회사, 언제 그만 둘꺼야?
영채 : ....
희수 : 난 가능하면... 이번 작품만 끝내구 남은 계약금 돌려줄 생각이야.
영채 : ...네.
희수 : 넌, 언제 그만둘건데?
영채 : .... 나두 이번 작품만 끝내구요.
희수 : 나야 중간에 그만두면 욕 먹는 일이지만 (너 까지) 그럴거 있나?
영채 : ....
희수 : 응?
영채 : 자꾸 그렇게 물어보면, 난 거짓말을 해야 해요.
희수 : ?
영채 : 작품 중간에 그만두면 무책임한 일이라는 둥, 수습기간은 끝내구 싶다는 둥, 그런... 거짓말을 해야 해요.
희수 : 진심을 말하면 되잖아.
영채 : ... 진심을 말하기는 .... 무서워요.
희수 : ... 별루... 기분 안좋다.
영채 : .... 그러니까.. 안물었으면 좋겠어요. 나두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니까.
희수 : .... 그래, 안물어볼께.
영채 : 고마워요.
희수 : ....
S#18. 하숙집 외경
밤에서 아침이 된다.
S#19. 하숙집 영채와 희수의 방 (아침)
하숙집 이층에 꾸며진 영채와 희수의 신방. 완전히 절방이다. 절대 에로틱 무드를 상상할 수 없는 방.
거기 한쪽 벽에 딱 붙어서 희수가 코를 골고 자고 있다.
영채가 미닫이 문을 연 채로 복도에 서 있다.
영채 : 이모 올라오시는 중이에요!
아닌게 아니라 쿵쿵 올라오는 소리.
영채 : 여기선 늦잠 같은 건 절대 안된다구요!
희수, 여전히 코 골고,
쿵쿵 소리가 최고로 가까워지고 능옥이 죽비를 들고 와 영채를 밀치고 떡 서면.
희수, 자동 반응처럼 벌떡 일어나 앉는다.
영채, 희수를 낯설게 보고 있다.
S#20. 하숙집 식당
하숙집 식구들이 모여 밥 먹는 시간.
영채 옆의 희수는 거의 숟가락 든 채로 졸고 있고.
영채는 그런 희수를 자꾸 쿡쿡 찌르고, 찔러지면 밥 퍼먹고, 또 졸고......
그런 두 사람을 낯설게 보고 있는 석관과 을채, 둘다 힘이 쫙 빠져 보이고.
영채 : 저기 이모, 박희수씨가 야간 작업이 많아서요... 일주일에 사나흘은 작업실에서 지냐야 할 거 같아요.
이모 : 외박은 삼가 거절이여.
희수 : ....
영채 : 이모, 저나 병수처럼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요......(무심코 이렇게 말 해 놓고)....
모두 : (숟가락 질 멈추고)
희수 : ....(잠이 깨고)
이모 : (수습하느라) 에헴. 밝을 직에는 일을 허구 어둘때는 잠을 자넌 것이 숨 붙어있는 것들의 이치니께 저거허지만서두
허넌 일이 유별스럽다니 워쪄. 일주에 사나흘 같은 개갈 안나넌 소리는 말구, 달포에 한두번으로 혀.
영채 : (계속 당황한 채고)
희수 : (그런 영채를 보는데)
이모 : 아 밥들 안 먹구 뭣혀!
모두 : (숫가락질을 하는데)
희수 : (어색함을 벗어나느라, 과장) 하... 한달에 한두번은 너무한 처사세요 이모님!
이모 : 달포는 한달이 아니구 보름이란 소리여.
희수 : (머쓱)...
모두 : ....
희수 : ....
영채 : ....
석관 : ....
을채 : ....
S#21. 이나네 집 외경
인서트
S#22. 이나네 집 거실
이나, 방에서 머리 올려 묶으며 나와 여기저기 찾는다. 방문도 열어보고 주방도 보고 하다가,
문득 테이블 위의 메모를 발견하는 이나. 이나, 와서 메모 들어 읽는다.
병수 : (E) 주문했던 슈가글래스가 불량품이라 아침 일찍 반품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피곤하신 것 같아서 깨우지 않고
먼저 출근 합니다. 김병수.
편치 않은 얼굴로 메모지 다시 탁자에 놓는
이나 : ....
S#23. 올인원 건물 앞
병수, 쌓아놓은 커다란 불량 슈거글래스들을 열심히 트럭 위로 나르고 있다.
운반회사 직원들, 그런 병수에게 슈거글래스 받아서 트럭에 적재한다.
남자 : 저희가 하면 돼요. 그냥 두세요.
병수, 씩 웃고 그냥 계속 나른다. 땀 난다. 그런 병수에게 전화가 온다.
병수, 슈가글래스 하나 실어놓고 땀 닦으며 휴대폰 꺼내 액정 확인한다.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누구의 번혼지 안다.
병수, 와락 그 번호가 반갑지만, 이내 얼굴에서 미소를 거둔다. 병수, 힘겹게 전화를 받는다.
병수 : 여보세요...
을채 : (F) 오빠야....
병수 : ....어...
을채 : (F) 오빠야.. 내다.. 울채다...
병수 : ...어..
을채 : (F) 잘 지냈나?
병수 :어....... 잘 지내구 있어.
을채 : (F) 오빠야....
병수 : ......응?
을채 : (F) 오빠야.......
병수 : 응?
을채 : (F) 오빠야~
병수 : 응.
을채 : (F) 보고싶데이.
병수 : ...........
S#24. 하숙집 마당
을채, 밥 먹는 반야 앞에 쭈그리고 앉아 통화중이다.
그 옆에는 석관이가 괜히 주머니에 손 찌르고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을채 : 오빠... 내는... 아침에도 밤에도 느무느무 이상하다, 아침에 이모야가 밥 무라캐서 내리가보모,
언니야 엎에 다른 남자가 꾸벅꾸벅 졸고 앉아있는기 느무느무 이상하다.
S#25. 올인원 건물 앞
전화받고 있는
병수 : ....
을채 : (F) 그래 마음이 이상해지고 나몬, 곧바로 오빠가 보고싶어진다.
병수 : ....(마음이 아프다)
을채 : (F) 오빠야... 보고 싶다. 보믄 안대나? 보고 싶을때 언니야 몰래 오빠 만나러 가믄 안대나?
병수 : ....(아프다)
을채 : (F) 가도 대제?
병수 : ... (애써 단호하다) 아니...
을채 : (F) ... 지금 안댄다캤나...?
S#26. 하숙집 마당
을채 : 와 안대는데? 오빠 니는 안보고 싶나?
석관 : 안댄다카나?
S#27. 올인원 마당
병수 : ......
수화기 저편에서 "안본다카나 금마가?" 묻는 석관의 목소리 들려오고.
을채 : (F) 대답해바라. 내 안보고 싶나? 으이?
병수 : 보고 싶지.... 않아.
S#28. 하숙집 마당
을채, 수화기 든 채로 눈물 한방울 뚝 떨구는데 을채의 수화기를 나꿔채는
석관 : 뱅수야, 임마! (하다가 안채쪽을 의식해 소리 낮추고) 내다 슥가이.
S#29. 올인원 앞
석관 : (F) 니 전나번호는 느그 헤사에 전나해서 물어밨다...
병수 : ....
석관 : (F) 을채는... 영채 동생이이까네 안본다 치자. 내는.... 니 친구다... (울먹해지는) 한참 몬보이 이상하다.
니 내랑 술도 한잔 안묵고 이래.. 이럴 수는 엄따...
병수 : 내...... 내가 지금....... 바쁘거든?
석관 : (F) 니 바쁘모 내가 니한테 가께. 가서...(하는데)
병수 : 석관아 내가 지금 전화 끊어야 되거든? 미안해.
병수, 전화 끊고 숨을 고르다가, 다시 슈거 글래스 한장 들어 확 돌아서다 남자와 꽝 부딪친다. 슈거글래스 와장창 깨진다.
놀라서 보는 직원들.
가만히 보는 병수. 병수 손가락에서 피난다.
S#30. 하숙집 마당
을채, 아랫입술을 뿡~ 내밀고 반야를 쓰다듬고 앉아있고.
석관, 상처 받은 듯, 끊긴 전화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석관의 전화기를 조용히 거두어 가는 손. 보면, 영채다. (출근길)
영채, 펼쳐진 휴대폰을 조용히 접어 석관의 주머니에 넣어준다.
을채 : ...
영채 : 나랑 상관 없이두 니들, 병수는 을채 니 오빠구, 석관이 니 친구구.... 그래. 그런데...
석관 : ...
을채 : ...
영채 : 조금만 더 참아주지 않을래?
석관 : ....
을채 : ....
영채 : 니들이 지금 걔 보구 싶다구 만나구 그러면, 나두 자꾸만 니들한테 끼구 싶어질 거 같아.
석관 : ...
을채 : ...
영채 : 끼구 싶은 데 못 끼면...힘들잖아. 그러니까 미안하지만....쫌만 더 참아주라...난 을채 니 언니구..나두 석관이 니 친구니까...
나도 좀 봐줘.... 정말 미안해... (간다)
을채 : ....
석관 : ....
이층 베란다에서, 그런 세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희수......
S#31. 올인원 복도
조용하고, 출근 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마케팅 실 쪽으로 가는 영채. 기획실을 지나쳐 가야 한다.
S#32. 기획실 안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며 멍하게 앉아있는 병수.
밖에서 영채가 보고 있다.
병수,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다가, 서서 보고 있는 영채와 시선이 마주친다.
S#33. 올인원 옥상
영채와 병수, 자판기 종이컵을 만지작 거리며 난간 쪽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영채 : ....
병수 : ....
영채 : .... 병수야.
병수 : 응...
영채 : 괜찮니....
병수 : .... 너는?
영채 : .... 제법 견딜만 해.
병수 : ....
영채 : 너는? 너는 왜 대답 안해?
병수 : 나두 제법.... 견딜만 해.
영채, 끄덕... 하면서 병수의 머리통을 보다가, 떨쳐내듯, 고개를 돌려버린다.
가는 영채.
보는 병수.
그 옥상 구석에서 울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 두아이를 보는
오상무 : ....(흑흑대고 있다)
병수, 오상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영채를 뒤따라 내려간다.
오상무, 자기 슬픔으로 질질 짜면서도 시선은 그 아이들을 향하고 있다.
S#34. 이나의 집무실
이나의 책상위에 씨디케이스를 놓아주고 소파로 가서 앉는 희수.
이나 : 뭐야?
희수 : 들어봐... 박감독 한테 가져가려구 굽다가 한장 더 구웠어.
이나 : 빨리 끝냈네? 근데.... 나중에 들을께.
희수 : ... 옛날엔... 곡 만들면 젤 먼저 듣고 싶어 했잖아.
이나 : 옛날 얘긴 뭐하러 해?
희수 : .... 그래 뭐하러 했을까. (일어서서 나가다 말고) 근데, 왜 당신이 별루 행복해 보이지가 않을까?
이나 : (보다가) 천만에.... 그럴 리가 있겠어?
희수 : .... 생글생글 웃구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이마에 그늘이 졌어?
이나 : (신경질이 팍 나는 걸 감추고 희수를 보다가)....(일어나 나가는)
S#35. 복도
이나, 집무실에서 나와 큰소리로 두 아이를 부른다.
이나 : 김병수씨!!! 서영채씨!!!!
병수는 기획실에서, 영채는 마케팅실에서 각각 나와서 선다.
이나 : (생글생글 웃으며) 우리 오늘 오랜만에 저녁이나 함께 할까요?
병수 : ....
영채 : ....
S#36. 이나의 집무실
희수 : ....
S#37. 차이니즈 레스토랑 (밤)
전에 병수와 이나가 만났던 곳 일층.
희수와 영채, 이나와 병수가 앉아서 밥 먹고 있다.
모두 다 불편함을 숨기면서 애써 발랄함을 연출하고 있다.
희수 : 이렇게 지내다간 단 몇개월만에 건강하구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전망이야, 이 박희수가 말야. 그쪽두 잘 지내죠?
병수 : ... 예.
이나 : 우린 운동 시작했어. 아침마다 같이 뛰어.
영채 : ....
희수 : 그래? 우린 밤에 인라인 타구 공원 몇바퀴 도는데. 토요일 밤마다 떼거리루 도로를 활주하는 인라인 족이 있거든?
담에는 그걸 같이 한번 해 보자구 그랬어. (영채에게) 그치?
영채 : (끄덕)
병수 : ....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지배인이 난처한 얼굴로 다가와 이나에게 인사한다.
이나 : (과장된 발랄함으로) 안녕하세요 지배인님?
지배인 : 예, 안녕은 한데요 조대표님. 저기 위에 오상무님이 혼자 계시거든요.
이나 : 오상무님이요? 혼자요?
지배인 : 근데... 그게.... 너무 많이 취하셔서....(하는데)
갑자기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우당탕쿵탕 소리 난다.
모두 보면, 쪼끄만 술병을 손에 쥔 오상무가 계단으로 굴러떨어지듯 내려오고 있고, 웨이터들이 막 잡아주고 난리가 났다.
오상무, 이거 놔..새끼들아 어쩌구 하면서 웨이터들을 밀쳐내는데,
병수 일행, 깜짝 놀라고. 병수, 맨 먼저 일어나서 오상무에게 뛰어간다.
병수, "오상무님"부르며 오상무를 부축하면
오상무 : 새........새롬엄마~ 으흐흐흐흑!
병수네 일행, 다가와서 어안이 벙벙...
이나 : 오선배, 왜요? 새롬엄마가 어쩄길래 이렇게 많이 취하신 거예요?
오상무 : 새롬엄마가.... 재혼을 한대... 으흐흐흐흑~~
오상무, 병수를 밀쳐내고 밖으로 비틀거리며 달려나간다.
병수, 그런 오상무를 따라나간다.
영채와 이나, 동시에 병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쫒아가고 있다.
희수, 그런 두 여자를 본다.
S#38. 레스토랑 밖 (밤)
오상무, "새롬엄마~" 부르며 마구 뛰어가고 병수, "오상무님~" 하면서 따라 뛴다. 그 위로 (E) 전화벨
S#39. 레스토랑 (밤)
세사람 어색하게 앉아있는데 희수의 전화벨이 울린다.
희수 : (액정보더니) 장인어른 이시네?
영채 : ?
희수 : (전화 받는) 예 장인어른! (이나를 보며) 사윕니다.
이나 : (그런 희수를 낯설게 보는)...
S#40. 울진 고등학교 교무실 (밤)
필상 : 담달 초하루가 니 장모 귀빠진 날이다. 알고 있나?
희수 : (F) 아 그렇습니까? 몰랐습니다.
필상 : 쯔쯔...
희수 : (F) 다음달 초하루.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별고 없으시죠?
S#41. 레스토랑 (밤)
희수 : 예. 그럼 그떄 뵙겠습니다. 장인어른. 이사람 바꿔드릴까요?
필상 : (F) 바꿀거 엄따. 끊자.
희수 : (전화에 대고 꾸벅 인사하며) 예 장인어른. 들어가십시오.
이나 : (낯설게 희수를 보는)... 부럽네...
희수 : ....
영채 : ....
이나 : 가족이 없잖아. 나두... 그 사람두....
S#42. 거리 (밤)
병수, 오상무를 뜯어말리고 있다.
오상무, 길거리 전봇대마다 달려들어 제 머리를 쿵쿵 박고, 행인들 구경하고 그런다.
오상무 주차돼 있는 자동차로 달려들어 머리를 쿵쿵 박는다.
병수, 지쳐서 가만히 보고 서 있는다.
S#43. 공원 (밤)
벤치에 앉은 오상무와 병수. 바닥과 벤치에 소주병 등 널려있고.
오상무, 완전히 맛가게 취해있고. 병수, 그런 오상무를 보살피고 있지만, 저도 좀 취했다.
오상무 :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리며) 이 바보같은 놈! 띨띨한 놈... 으흐흐흐흑~ 새롬엄마.... 가지마~ 가지마~
왜 하필이면 그자식이야!!! 그 자식 순 바람둥이에다 날탕이라구~
병수 : ....
오상무 : 얼굴 좀 번드르르하구 사는데 요령 좀 있으면 다야? 나는 말야.. 김병수! 요령은 없지만 순정은 있단 말이야!
병수 : ... 놓치기 싫으면 ... 놓치지 마세요.
오상무 : 뭐야 임마?
병수 : 이렇게 울지만 마시구... 가서 붙잡으세요.
오상무 : 붙잡을 수 있었으면... 헤어지지두 않았지, 이 바보자식아.
병수 : 그럼... 울지두 마세요.
오상무 : 뭐라구?
병수 : 지키지 못 했으면... 취하지두 마시구, 울지두, 마세요.
오상무 : (병수의 머리통을 한대 팍 치고) 이 새끼가 근데...
병수 : 가서 붙잡아 지킬 수 없으면 ... 입두 다무세요.
오상무 : 그러는 너는 새까! 너는 그렇게 잘나서 여잘 뺐겼냐?
병수 : 적어두 취해서 울진 않아요. 말짱한 정신으로 맛 볼 수 있을 만큼 고통 스러워야 하니까...
취해서 잊어버리구, 숨구... 전 적어두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오상무 : 그렇게 말짱한 놈이 나같은 놈 거짓말에 까빡 속아넘어가 사랑하는 여잘 놓치냐?
병수 : 예, 저는 놓친 놈이니까 오상무님은 절대 그러지 마.....(하다가) ..... 오상무님
오상무 : 새롬엄마~~!! 사랑해~~
병수 : 오상무님...
오상무 : 왜 자꾸 불러 임마~
병수 : 지금.. 거짓말... 이라구 하셨어요?
오상무 : 그래 했다 임마!
병수 : 무슨 거짓말... 인데요...
오상무 : 븅딱 같은 놈. 갖지두 않은 애가 어떻게 유산이 되냐?
병수 : ....
오상무 : 갖지두 않은 애가 어떻게 유산이 되냐고요~~ 이 바보같은 분아. 애를 가져야 낳기두 하구 유산두 하구
그러는 거 아니냐고요. 이 머저리 같은 청년아~
병수 : ....
오상무 : 니가 그렇게 머저리니까 조이나한테 속아넘어가지.... 불여우조이나나... 해달란다구 해 주는 오상무나..
(자기 머리통을 또 팍팍 때리며) 어이구 이 화상, 이 웬수...
병수 : 다시... 다시 한번 말씀 해 보세요 오상무님.
오상무 : 새롬엄마~~!!
병수 : (갑자기 오상무의 멱살을 팍 잡아 올리며 무섭게) 다시 한번 말해 보라구요!!!
오상무 : ...(잡혀서... 취한 와중에도 실수를 깨닫고... 술기운이 팍 물러가고)...
병수 : .... 다시 ... 다시 한번만... 말씀해 보세요.
오상무 : ....(큰일났다, 미치겠다) 저기 병수야... 그게 아니라...
병수 : 오상무님.
오상무, 안절부절 못하고 병수를 밀치며 자리에서 팍 일어나는데 몸은 아직 술에 절어있어 무릎이 팍 꺾인다.
병수, 그런 오상무를 부축하듯 일으켜 세운다.
오상무 : (올려다보며) 병수야... 나 술 취하면 헛소리 하는 거 알지?
병수 : (낮게... 무섭게) 오상무님.
오상무 : (취한 척) 새.... 새.... 새롬엄마~ 으흐흐흑
픽 고꾸라져 버리는 오상무. 살짝 눈 떠 보는 오상무.
병수, 오상무를 노려보듯 보고 있고.
오상무, 두려움에 떨며, 코를 드르렁~ 자는 척.... 진짜로 잠이 들어 버린다.
병수 : ...
S#44. 올인원 숙직실 (밤)
침대에 쓰러져 있는 오상무. 그런 오상무를 씩씩대며 내려다 보고 있는 병수.
병수, 흩어지는 호흡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위로
영채 : (E)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S#45. 불영사 병수의 방 안 (플레시 백)
(5회의 #48) 영채의 편지를 읽고 있는 병수
영채 : (E) 차마 용서를 구할 수 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게 뻔한 바고 병수야. 얼른 내게로 달려와서 무릎을 꿇어라.
S#46. 대나무 숲 (플래시백)
(5회의 #54 뒷부분)
달려가고 있는 병수. 이나를 보고 멈추는데, 병수, 두리번 거리며 영채를 찾으면
이나 : 영채 갔어.
병수 : ?
영채 : (E) 달려와서 우리가 함꼐 지내온 세월 앞에 무릎을 꿇어라.
이나 : 내가 보냈어. 가라 그랬어.
병수 : ....
이나 : 왜냐하면 말이지.
병수ㅡ 후다닥 달려가는 위로
영채 : (E) 죽어서 못 보게 될 때까지 괴롭혀 주마. 평생 이날의 일을 기억하며 괴롭힐 테다.
S#47. 역사 안 (플래시백)
(5회의 #57)
병수, 두리번거리며 영채를 찾는데 영채 "얼음!" 소리치고 병수, 얼음으로 얼어있으면
영채 : 넌 얼음이니까.. 내가 땡 할때까지 움직이면 안돼. 알지?
병수 :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데)
영채 : (E) 이 배신감, 이 미움, 내가 받은 상처를 한꺼번에 모아서 니놈의 정강이를 직싸게 차주고,
니놈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몇대 친 다음, 그 다음... 그 다음에....
S#48. 역사 안 (플래시 백)
(5회의 #60)
꼼짝않고 얼어있는 병수. 시선이 멍-하다.
영채 : (E) 얼음.... 얼음.... 죽을때 까지.... 얼음.
S#49. 성곽 (플래시 백)
(9회의 #13)
영채 : 차라리... 니가... 자기 아일 가진 여자한테.... 그 아일 지워라.. 하구 말 할 수 있는 놈이었다면... 좋았을꺼야.
병수 : ....
영채 : 차라리... 니가... 자기 아일 유산한 여자한테.... 이제 아이가 없으니 그만 가보겠다... 하구 말할 수 있는 놈이었다면..
지금 몹시 편했을꺼야.....
병수 : ....
영채 : 미워할 수 있으니까.
병수 : ....
영채 : 맘껏 미워할 수 있으니까....
S#50. 올인원 안 숙직실 (밤)
깜깜하다. 전화벨이 무지 울리고 있다.
오상무, 침대에 축 늘어져 정신을 잃고있고, 병수, 혼란으로 가득차 오상무 앞에 앉아있다.
전화벨 끊어졌다 자꾸자꾸 울리는 데도 가만히 앉아있는 병수.
오상무의 벨도 울리고 병수의 벨도 울린다.
오상무 휴대폰 액정에도 "조이나" 뜨고, 병수 휴대폰 액정에도 "조대표" 뜬다.
S#51. 이나와 병수의 집 (밤)
이나, 거실을 서성이며 전화하고 있다.
S#52. 올인원 안 숙직실 (밤)
전화벨 계속 울리고, 병수, 안받고 멍하게 있다.
S#53. 이나네 거실 (밤)
불안으로 서성이는 이나.
S#54. 올인원 화장실 (새벽)
병수, 세면대에서 어푸어푸 세수를 한다.
물 묻은 얼굴로 거울 안의 자기를 보는 병수. 눈이 벌겋다.
S#55. 숙직실 (새벽)
병수, 들어오다 멈춘다. 오상무가 있던 침대가 비었다.
병수 : .....
S#56. 하숙집 앞 (아침)
희수, 슬리퍼바람으로 하품하며 대문 밀고 나온다.
S#57. 성곽길
희수, 하품 쩍쩍하며 슬리퍼짝 질질 끌고 나오면
저 아래서 안절부절 못하는 오상무가 엉망인 꼴로 기다리고 서 있다.
희수를 발견한 오상무,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막 올라오고,
희수, 그래도 느른느른 걸어서 오상무 앞까지 간다.
희수 : (한숨)........
오상무 : (아직도 혀가 풀려있는) 크..... 큰일 났다 박. 박.. 나.. 나 죽었어.
희수 : 으..... 술 냄새... (찡그리고)
오상무 : 나... 나 좀 살려주라... 박희수~
희수 : 이렇게 됐는데 어쩌겠어요. 새롬엄마는 잊어요, 이제.
오상무 : 새롬엄마~~~(하면서 픽 고꾸라지는)
그 위로 (E) 드르렁 드르렁 요란하게 코 고는 소리
S#58. 하숙집 석관의 방
석관, 자면서 코를 벌름벌름 한다. 옆으로 확 뒤집어 눕는 석관, 오상무의 코고는 코가 바로 석관의 코 옆에 있다.
석관 : 으악~ 술 냄시야..
하며 벌떡 일어나 앉는 석관, 아래를 내려다보다 화들짝 놀란다.
석관 : ????
똑똑. 노크하는 소리.
석관, 보면 희수, 문 살짝 열고 씩 웃는다.
석관 : 먼데?
희수 : 내 아는 선배구, 영채네 회사 상무님이거든?
석관 : 근데?
희수 : 아픈 일을 당하구 술이 많이 취해서 날 찾아왔는데 술 깰때까지만 봐줘.
석관 : 가지가지 하네... 참말로~
희수 : 내가 맘에 안들어? 왜 나한테 반말인데?
석관, 희수를 쨰려보면, 희수, 씩 웃고 사라진다.
석관 : 주는 거 엄씨 밉다 아이가.
하며 오상무를 내려다보는 석관의 얼굴이 어쩐지 어둑어둑 하다.
S#59. 이층 신방
희수, 문 열고 들어오면 영채, 거울 앞에 앉아 머리 묶어 올리고 있다.
희수, 잠자리로 퍽 슬라이딩 한다.
영채 : 오상무님은요?
희수 : 오상무님은 기절.
영채 : 일어나요. 어차피 곧 일어날 시간이야.
희수 : 이모가 올라오셔서 문을 벌컥 여시는 최후의 그 순간까지! 봐주라 꼬맹아~
영채 : (보며)....
희수 : (드르렁~)
S#60. 하숙집 마당
석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S#61. 올인원 숙직실
침대에 멍하게 앉아있는 병수. 병수의 전화벨이 울린다.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는
병수 : 여보세요.
석관 : (F) 뱅수야 내다... 슥가이다.
병수 : ..... 어, 석관아....
S#62. 하숙집 마당
석관 : (전화) 내가 아침에 일나가 보믄 니 이불이 있던 자리가 텅 비가 허전했그등. 니 아무리 그래도 임마, 내하고는 보고 살아야
안대겠나. 니 대답해바라. 아무리 영채랑 그래 댔다캐도 니 내 칭구 아이가. 친구 맞제! 대답해바라.
S#63. 올인원 숙직실
석관 : (F) 대답해라 퍼뜩! 니 내 친구 맞제!
병수 : (허물어지듯... 눈물 터뜨리며... 사투리로) 칭구..... 맞다.
석관 : (F) 그라모 바야 안대긋나 임마야!
병수 : 친구 맞다......
석관 : (F) 뱅수 임마야..
S#64. 하숙집 마당
석관 : (저도 울고 있다) 아침에 잠이 깨가 시껍했다. 자다 일나보이 모리는 사람이 뜩 내 옆에 와가 누부있는데 영채 신랑이 와가
그카드라. 느그 회사 상문데 술이 취해가 찾아왔다꼬. 잠이 덜 깨가 내는 니가 다부 돌아왔는 공 했다 아이가.
S#65. 올인원 숙직실
병수 : (놀란).... 뭐라구? 다시 말해봐.....
석관 : (F) 니가 옆에 누버있는 줄 알았다꼬.
병수 : ......누가?
석관 : (F) 느그 회사 상무!
병수 : 상무님이... 어디에 있다구?
석관 : (F) 아따 임마 귀가 묵었나! 울 하숙집! 내 방! 얼마전까지만 해도 니가 누버있던 바로 그 자리!
병수 : ......
S#66. 올인원 앞
병수, 건물 안에서 뛰어나오고,
막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나오던 이나, 병수를 발견한다.
이나 : 김병수!!
병수 : ...(선다)
이나 : (병수에게 온다)
병수 : (두려운 듯... 이나를 본다)
이나 : ... 어디가?
병수 : ....
이나 : 밤새... 한잠두 못잤어.... 전환... 왜 안받은거야?
병수 : ....(뚫어지게 본다)
이나 : .... 병수야?
오상무 : (E) 갖지두 않은 애가 어떻게 유산이 되냐고요~~ 이 바보같은 분아. 애를 가져야 낳기두 하구 유산두 하구 그러는 거
아니냐고요~ 이 머저리 같은 청년아~~
이나 : ..... 병수야...
병수 : (외면하고) 들어가세요. (간다)
이나 : (뭔가 좀 이상해서)... 어디... 가는데?
병수 : 어디 좀.... 갔다올께요.
이나 : 어디?
병수 : 오상무님... 한테요.
이나 : 오상무님이 어디 있는데?
병수 : .... 영채네 하숙집...에요.
이나 : ....???
병수 : .. 나는....
이나 : ....
병수 : 나는... 나는 요...
이나 : 대체... 무슨일이야, 병수야... 나 좀 봐.... 나 좀 보구 말 해.
병수 : (보며... 그렁그렁 해서) 오상무님한테... 꼭... 들어야 할 말이 있어요...
병수, 돌아서서 간다.
이나, 어쩐지 몸이 굳어 병수를 잡을 수가 없다.
택시를 향해 손을 번쩍 드는 병수. 보고 있는 이나.
S#67. 하숙집 석관의 방
오상무, 드르렁 소리 드높이며 열심히 잔다.
S#68. 하숙집 신방
희수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맹렬하게 울린다.
S#69. 거실
이층에서 희수의 전화벨 소리 울리고 있고,
능옥과 함께 부엌에 있던 영채, 전화벨 소리에 부엌을 나와 이층으로 올라간다.
S#70. 하숙집 신방
영채, 문 열고 들어온다. 앉은 뱅이 책상 위의 희수의 전화벨이 마구 울리고 있고,
희수는 귀찮은 듯 이불을 푹 뒤집어 쓴다.
영채, 전화 집어보면 액정에 "조이나" 떠 있다.
영채 : ....(그자리에서. 희수에게 가까이 가진 말고) 아저씨 전화받아요. 시간이 으르니까 급한 일일지도 몰라요.
희수 : 에이씨!~ (하면서 이불 속에서 팔만 쑥 내민다)
영채 : (그 손위에 놓아준다)
희수 : 여보세요.
영채 : (돌아서 ... 나가는데)
희수 : 오상무가 뭐!
영채 : ?
S#71. 이나 집무실
이나 : (침착하려고 애 쓰면서) 오상무... 깨워. 깨워서 물어봐...
희수 : (F) 깨워서 뭘 물어봐?
이나 : 우리 일을... 오상무가... 병수한테 말 한 거 같아..
S#72. 영채네 신방
영채, 뭔가 이상해서 아직 못 나가고 문간에 서 있고 희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
희수 : 우리 일 뭐? 오상무가 병수한테 뭐? (하다가 영채가 아직 거기 서 있는 걸 알고 멈칫)...
영채 : ... (뭔가 이상한)...
희수 : (당황하는) ... 나.. 나중에 전화 할께. (끊는)
S#73. 이나 집무실
이나, 끊긴 전화를 내려다보며.... 떨기 시작한다.
S#74. 영채네 신방
희수 앉은 채로, 영채는 문간에 선 채로, 서로 보고 있다.
영채 : 무슨... 일이에요?
희수 : 아... 아무것두.
영채 : ...내가... 알면 안되는 일이에요?
희수 : 아... 아니...
영채 : 조대표님 전화... 아니에요?
희수 : ... 맞아.
영채 : 회사일이... 아닌가부죠?
희수 : ....
영채 : 말하기 곤란해요?
희수 : .... 아니... 나두 잘 모르겠어. 뭐가 뭔지....
영채 : ... 그건 .... 말하기 곤란하다는 뜻이에요. 괜찮아요. 안 물을께요.
희수 : .....
영채 : (나가는)
희수 : ....(전화를 내려다보는)
S#75. 이층 복도
방문 닫고 나오는 영채 뭔가 꺼림칙한 느낌으로 방문 쪽을 일별하는데.
S#76. 제주도의 호텔 (플래시 백)
(9회 #55)
후원이 보이는 곳.
후원에서 심상찮은 태도로 서로 노려보고 있는 이나와 희수.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병수. 그런 세 사람을 맨 뒤에서 보고 있는 영채. 그 의아한 얼굴에서
S#77. 이층 복도
똑같은 의아한 얼굴로 서 있는 영채. 갑자기
석관 : (E) 뱅수야!! 내가 간다캤드이 니가 왔나!!
고개를 휙 돌리는 영채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