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업과 합작·한국 제품 내세워 진출 유망
배달앱 활용·매장-온라인 연계 옴니채널도 추천
▲롯데마트가 4월 20일 베트남 15호점이자 해외 64호점인 ‘냐짱 골드코스트점’을 열었다. 이 점포는 당초 지난해 4월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오픈 일정을 연기했다. 사진은 롯데마트 베트남 냐짱 골드코스트점 전경. [사진=롯데마트 제공] |
베트남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통제와 백신 보급 등의 영향으로 올해 베트남 소매시장 규모가 8.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지금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유통기업의 베트남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단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호치민지부가 최근 펴낸 ‘2021년 베트남 소매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팬데믹 사태 이후 베트남 정부의 격리지침과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점포기반 소매업은 성장률이 둔화됐다. 특히 비식료품 매장은 사회격리가 시행되는 동안 매장 문을 열 수 없어 역성장했으며, 백화점도 의무 영업중지,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감소했다. 베트남 소비자 대다수가 코로나19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비식료품에 지출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영업이 계속 가능했던 편의점, 대형마트, 슈퍼마켓의 매출은 증가했다. 전자상거래 등 무점포 소매업은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정책 시행 등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베트남 소매시장 현황 = 지난해 베트남 소매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0억 달러 증가한 1730억 달러를 기록했다.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미등록 소매점까지 포함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소매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장 형태는 재래시장이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약 68%를 차지하고 있다. 2015~2019년 베트남의 재래시장 수는 약 8500개로 큰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현대적 유통채널로는 편의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백화점, 제품별 전문점 등이 있다. 편의점의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상승한 3억5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영업 중인 편의점은 총 1030개였다. 베트남 편의점은 냉방시설을 갖춰 많은 고객이 방문한다. 특히 주요 고객층인 학생 등 젊은 소비자들은 편의점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뿐 아니라 모임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베트남 편의점 시장에는 써클케이(Circle K), 비스마트(B’s Mart), 패밀리마트(Family Mart), 미니스탑(Ministop), 세븐일레븐(7-Eleven), 지에스25(GS25) 등의 브랜드가 있다. 편의점 시장 점유율 1위인 써클케이는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해 넓고 쾌적한 착석 공간과 다양한 즉석식품을 제공하며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2013년 50호점, 2015년 100호점, 2018년 300호점을 개점하며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갔다. 2018년 베트남에 1호점을 출점한 지에스25는 2021년 3월 100호점을 개점했다. 현지 K-푸드 열풍에 맞춰 매장 내 떡볶이 등 한식 즉석조리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형마트의 2020년 매출액은 135억 달러며, 점포수는 전년 대비 5개 증가한 63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매장 수와 매출액은 성장하고 있으나 슈퍼마켓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다. 대형마트의 경우 쇼핑센터나 도심외곽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슈퍼마켓의 경우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거주지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어 접근성·편리성 측면에서 대형마트보다 유리하다.
2020년 기준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1위는 빅씨(Big C)며, 롯데마트와 이온(Aeon)이 각각 2, 3위, 이마트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빅씨는 ‘고!(GO!)’와 ‘탑스마켓(Tops Market)’으로 상호명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인데, 올해 3분기 내로 완료할 예정이다. 빅씨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과 신선식품부터 가정용품까지 이르는 폭넓은 품목을 다루는 PB상품에 있다. 롯데마트는 현지화에 성공해 베트남에 14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PB상품과 한국 상품을 취급해 현지에서 인기다. 이마트는 한국에서의 대형 할인점 운영 노하우와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밥점 단일 점포를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베트남 대형마트 시장 총 매출액의 3.9%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향후 다낭, 껀터, 하이퐁과 같은 하노이, 호치민 이외의 주요 도시에도 대형마트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경우 이미 경쟁 포화 상태며, 대형마트는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적당한 소비자가격을 유지하면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도시에 신규 매장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슈퍼마켓의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 상승한 32억40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베트남 내 슈퍼마켓 수는 5800개를 넘겼다. 베트남 브랜드인 꼬옵마트(Co.opMart)가 전체 슈퍼마켓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 빈마트플러스(Vinmart+)와 밧화싼(Bach Hoa Xanh)이 각각 22.1%, 17.9% 점유율로 2위와 3위에 위치해있다. 현지 매체 에 따르면 빈마트와 빈마트플러스를 운영하는 빈그룹(Vingroup)의 자회사 빈커머스(VinCommerce)가 2019년 12월 마산그룹(Masan Group)에 합병되면서 두 브랜드는 각각 윈마트(Winmart)와 윈마트 플러스(Winmart+)로 변경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4% 감소한 3억5000만 달러였으며, 매장은 1개 증가한 18개가 운영됐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이온(Aeon)으로, 모든 이온백화점은 이온 대형마트와 바로 연결돼있어 접근이 편리할 뿐 아니라 다양한 품목을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시장 선두에 올랐다.
◇현지 기업과 합작·한국 제품 내세워 진출 유망 = 성공적인 코로나19 통제와 경제 성장으로 인한 중산층 및 가처분소득 증가로 베트남 소매시장은 올해 8.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2019년 1인당 1909달러던 가처분소득은 2023년 3062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최근 체결한 RCEP과 UKVFTA 등 경제·무역협정은 다양한 품목의 소비재가 베트남에 수입되도록 해 소비자들의 관심과 소비를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도시 및 인근 지역의 인프라 향상도 소매산업 활성화에 긍정적 요소다. 2019년 36%던 베트남 도시화율은 2030년 55%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결제가 일상화되는 점도 최신 기술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이 편의점, 슈퍼마켓, 백화점 등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매산업계에 호재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모모(Momo), 잘로페이(Zalopay), 브이엔페이(VNPay), 모카(Moca) 등 모바일결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인구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며,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베트남 모바일결제 시장 규모가 2019년 2500억 달러에서 2027년 2조7320억 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현재 베트남 내 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시장의 경우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며 “현재도 베트남 소매시장은 외국계 기업에 열려있다”고 전했다. 다만 “진출 시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2007년 WTO에 가입한 후 2009년부터 외국계 유통업체의 단독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100% 외국 투자 자본으로 법인을 설립할 경우 사업 운영에 있어 인허가 절차 등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이마트는 2015년 12월 이마트 지분 100% 자회사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해 2021년까지 매출액이 지속 성장하고 있으나, 2호점 인허가 문제 등으로 신규 출점을 하지 못하고 현재 베트남 사업권 판매를 논의 중이다. 반면 롯데마트는 외국기업의 유통업 단독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던 2008년 현지 기업 민반무역제조사(Minh Van Manufacture Trade Private Enterprise)와 합작으로 대형마트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일 베트남 15호점을 신규 출점했다.
대형마트 기업의 경우 아직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않은 도시를 공략할 것을 추천한다. 한국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 기존 경쟁사들과 차별화하는 것도 좋다. 이마트, 롯데마트, GS25 등 현지 진출 한국 유통브랜드들은 현지화와 한국 상품 판매에 집중해 현지 고객 및 한국 교민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보고서는 “온라인으로 배달 주문을 많이 이용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한 옴니채널 구성 역시 고려할 만하다”며 이용자 수가 많은 그랩(Grab), 나우(Now), 배민(Baemin) 등 배달앱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 기존 매장과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옴니채널을 구성하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민유정 07yj28@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