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노인에게 ‘성’이란 없는 것인가. 인간의 기본욕구 중의 하나인 ‘성’에 대해 누구나 순수함을 인정하면서도 표면에 들어내기를 꺼려한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점차 ‘성’에 대한 흥미와 능력이 저하될 수는 있다. 하지만 ‘성’에 대한 관심과 행위는 노화과정에서 동반되는 신체, 심리적 변화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노인에 있어 ‘성’은 주책이고 망측하다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오히려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노년기의 성생활과 성 건강성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의 성상담가를 통해 알아본다.
분출구 없는 ‘노인 성(性)’ 죽어도 좋아?
노후 수명·건강은 삶 행복지수와 밀접…하지만 노인은 남성 여성 아닌 무성(無性) 취급
50대 넘어 사회적 은퇴로 겪는 소외·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삶의 중요한 부분 외면
도덕적 관점 말고 본격 논의대상에 올려 성욕해결·성병확산방지 등 근본 대책 강구해야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성 트러블 현상 해소하고 건전한 이성교제 권장할 것” 제기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enior.seoul.go.kr%2Ffile%2Fdownload.do%3FfileId%3Dae5c9dca-fabf-403b-8b44-fd294ccaf2ec)
▲ 급속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성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 가지만 우리사회는 유독 노인들에게만 성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들은 음성적인 매춘을 찾게 되고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노인의 ‘성’은 주책이고 망측?
며칠 전 모 방송국 TV에서는 ‘100세 시대에 수술이 가능?’이라는 제목으로 기자가 리포트를 하고 있었다. 나이에 관계없이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제는 의술의 발달과 건강한 생활로 인간의 수명이 과연 얼마나 늘어날 수 있겠는가라는 숙제만 남았다. 노후의 수명과 건강은 노인의 삶의 행복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Global AgeWatch Index 2013’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91개국 중 우리나라 노인복지 수준은 67위다. 반면에 건강은 상위수준인 8위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노인은 건강은 한데 전체적인 생활수준은 매우 낮아 노후의 삶이 그리 순탄치 않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기본욕구 중 하나인 ‘성(性)’은 인간생활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지금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돼 왔다. 인간의 ‘성’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성적인 행위는 생물학적, 심리적인 요인에 대부분 의존한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차 성에 대한 흥미와 능력이 저하될 수는 있다.
하지만 ‘성’에 대한 관심과 행위는 노화과정에서 동반되는 신체, 심리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반해 사회 통념은 노인을 여성도 남성도 아닌 무성(無性)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 또 노인에게 있어 ‘성’은 주책이고 망측하다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은 노인들로 하여금 성문제에 관해 논의대상으로 드러내기를 꺼려하게 만들어 왔다. 이는 결국 음성적인 성매매, 성병의 확산, 성폭력과 같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사회적 관계 유지와 ‘성’의 역할
흔히 노인에게 있어 성생활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거기에 노년기 성생활은 건강을 해치고 자신의 기(氣)를 뺏긴다는 잘못된 속설로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적당한 성생활과 건전한 성관계는 서로 간에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지속시킨다고 한다. 노년기에 올수 있는 우울증과 생활에 대한 무기력, 의욕저하 등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크며, 뇌를 자극해 노화와 치매, 건망증의 진행 등을 억제해 준다고도 한다.
따라서 노년의 성생활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인간의 발달주기를 고려할 때 노년기의 성은 단순한 신체적 차원의 ‘성’이 아니라 기쁨이나 이완, 의사소통, 교류, 친밀감 등의 나눔에 대한 표현(Steinke & Bergen. 1986)이라고 한다. 노인의 성은 인간관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사회적 관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50대를 넘어 사회적 은퇴 등으로 겪게 되는 소외감이나 상실감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변화 속 ‘성’ 가치관 혼란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해방이전에 출생한 사람들로서 비교적 전통적인 가족주의 가치관이 짙다. 이들이 교육받고 경험해 온 가치관은 부부간의 성관계에 있어 애정표현이나 행위를 즐기고자 하는 편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부부관계가 단지 자녀를 출산하기 위한 의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전통적 가족주의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부부중심의 핵가족화를 가져왔다.
가족의 분화현상은 부부간의 정서적 유대를 우선하면서 사랑의 표현이 자연스럽고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성생활에 있어서도 사랑의 확인이나 그 자체의 만족을 위한 행위가 목적이 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서 요즈음 노인들이 겪는 성에 대한 가치체계의 혼란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노인들 자신의 성적욕구와 그 욕구의 해소에 상당한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킨다는 의미에서 ‘노인의 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실질적인 상담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다.
‘박카스 아줌마’는 필요악?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에서 지난 3월부터 동년배들을 대상으로 성상담을 하고 있는 이종선(68세) 상담가는 이렇게 역설한다.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남성이 주류지만 간혹 여성들도 있다. 남성들이 대부분 성기능저하와 부부관계에서 여성의 거부로 생기는 남성의 성불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의외로 심각한 수준이다. 성 인식에 있어서도 남성과 여성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남성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가정을 지배해온 남성들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성 트러블 현상이다. 남성들의 의식 전환과 함께 상대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없이는 원만한 성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노인들에게 있어 일명 ‘박카스 아줌마’는 필요악이다. 노인의 ‘성’은 나이가 들어도 일정수준 유지되고 있는데 별다른 탈출구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도덕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논의대상에 올려놓아 성 욕구 해결, 성병 확산 방지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분출구 없는 성은 사회적 문제
여전히 고운 자태로 성상담 역할을 하고 있는 황칠남(64세) 여성상담가는 “여성이기 때문에 쉽게 상담이 이뤄진다. 노인 어르신들이라 처음엔 속내 보이기를 꺼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성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때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잘 이해하고 기본적으로 단순한 해결방안을 알려주는 게 역할이다.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전문기관과 연결하여 상담을 끝까지 진행시킨다”며 “의외로 어르신들은 자신의 문제를 얘기할 때 진지함을 보이며 상당히 순진한 구석이 많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성’에 대해 오히려 단순성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상담센터에서 가장 연장자인 김문호(75세) 상담가는 50대까지 화가로 활동하다가 60대부터 ‘노년의 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각자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보니 성문제에 대한 고민도 다양하다. 나이에 관계없이 ‘성’이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도덕성에 의한 고정관념에 매여 있거나 주변여건으로 성분출구가 없어 스스로 ‘성’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출구 없는 생활은 오히려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로 남는다”라고 설명한다.
부부 중 한쪽이 건강을 상실하거나 성관계를 거부할 때(특히 여성에 의한) 성 탈출구는 어렵게 된다. 이는 결국 음성적인 성행위로 연결되거나 성폭력으로 나타난다. 김씨는 해결책으로 평소 부부간 잦은 ‘스킨 쉽’을 강조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서로에게 정성스런 전신 맛사지를 해줌으로서 상대방에 대한 진한 애정이 살아나고 신뢰가 지속될 수 있다. 신체적인 건강도 증진되지만 정신적으로도 안정감을 가져다줘 부부관계 회복 등 여러 면에서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재혼 권유는 최대의 ‘孝’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에서 성상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현주 사회복지사는 본격적으로 문을 연 지난 3월부터의 상담실적에 대해 “아직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성에 대한 문제를 쉽게 남에게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년배 상담사들이 꾸준히 활동한 결과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곳에 상담해 오는 어르신들 대부분 70~80대다. 부부관계 시 갈등, 고통(성교통)에 대한 해결책을 호소하는 이들로부터 성기능 회복에 대한 방법 등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물어본다. 부부 모두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평생 성생활을 해왔을 노인들에게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어쩜 아이러니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일방적인 부부관계를 해 온 노인들에게는 대화요령에서부터 성행위, 필요한 물품(?) 등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주는 성교육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실질적인 성교육이 성병예방과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 사회복지사는 “인구 통계에서 보여 주듯이 여성노인이 남성에 비해 홀로 사는 독거가정이 훨씬 많다.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건전한 이성교제를 이해하고 권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녀간 성 인식의 차이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우선하여 출발한다면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2002년 개봉한 다큐영화(김진표 감독) ‘죽어도 좋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실존인물이 직접 연기한 영화다. 노후에 외롭게 살다가 어느 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성’은 삶이고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언덕에서 꽃핀 절대 사랑 앞에 이제 죽어도 좋을 만큼 여한이 없다. 노부부가 던져주는 절실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은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건강한 성’ 양성적 제도 필요
급속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성에 대한 개념도 남녀 모두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유독 노인들에게만 성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들은 음성적인 매춘을 찾게 되고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게 현실이다. 노인들 스스로 성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보다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부설 노인성상담센타의 상담가들이 상담자들과 함께하고 있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enior.seoul.go.kr%2Ffile%2Fdownload.do%3FfileId%3D5aea37b8-fff2-41c4-907f-88d9a0b78ad0)
▲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부설 노인성상담센타의 상담가들이 상담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출처 : 시니어포털 50+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