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갈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언론에 나오는 것이 ‘예산’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주 메뉴로 언론의 집중질타를 받는 것 또한 ‘낭비성 예산’이다. 내년 용인시 예산은 1조 5348억원으로 서민들의 팍팍한 주머니 사정으로는 감조차 잡을 수 없을 규모의 단위다. 지난 한 해 동안 용인시의 사업중 낭비성 예산으로 지적된 대형사업과 내년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이해를 돕고 예산소모에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예산액을 실생활에 접목해 본다.
경전철, 용인시가 갚아야 할 5159억원
올해 용인시 재정악화의 ‘축’이 된 경전철 사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국제중재법원은 1단계 판정에서 용인시가 경전철 운영사인 용인경전철(주)에 5159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2차 재판 결과에 따라 지급액은 7759억원으로 늘어났다. 한편, 경전철 총 공사비는 1조 1278억원.
◇ 무상보육 2년간 걱정 없어= 경전철 공사비는 용인시에 거주하는 0~2세 영유아 전체(소득에 상관없이)가 2년 이상 무상으로 보육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용인시는 현재 무상보육을 위해 올 10월부터 정부 시책에 의해 월 2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며, 내년에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단위기까지 처한 상태다.
◇ 1만9250명 대학 등록금 해결=용인지역 고등학생 총 수는 3만600여명. 이중 대학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은 1만여명이다. 교과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학별 평균 등록금은 670여만원, 국공립대학은 415만원, 사립대는 730여만원이다. 5159억원이면 용인지역 대학 진학자의 4년 치 등록금을 내고도 넉넉하게 남는다.
역북지구 토지보상 차입 채권 1900억원
용인도시공사가 역북도시개발 지구 개발을 위해 사업시행자 거원디엔씨로부터 차입한 채권은 1800억원. 역북도시개발지구는 현재 토지보상을 비롯해 상품성이 낮아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자인 거원디엔씨가 사업을 포기할 경우 도시공사가 감당해야 할 금액은 당초 투자받은 1800억원뿐 아니라 이자율 4.75%를 적용한 이자 100억원까지 갚아야 한다. 결국 제대로 된 사업도 추진하지 못하고 갚아야 할 1900억원이 고스란히 적자로 남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 수지구민 모두에게 백옥쌀 42포대씩=용인시 행정구역상 세대가 가장 많은 수지구. 용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수지구에는 총 11만3095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00억원을 수지구 세대에 균일하게 나눠준다면 168만원. 용인에서 생산되는 용인백옥쌀 20kg(2012년산) 판매가는 5만5000원. 1900억원은 수지구 주민 1세대당 용인 백옥쌀 30포대를 나눠줄 수 있다. 농업경영인총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8kg. 3인 가족 기준으로 8년 이상을 먹을 수 있다.
볼 것 없는 전망타워 ‘용인아르피아’ 198억원
198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한 용인아르피아 전망타워. 하지만 주변 환경 아파트와 고속도로뿐이라 전망대로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건물 전체 면적 2130㎡ 중 수익을 낼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입점할 수 있는 공간이 2층과 3층에 661㎡정도며 하루 평균 관람객이 20여명에 불과해 효율성도 수익성도 낮은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 3인 가족 최저생계비 126만원= 보건복지부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지난 8월 결정한 내년 3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26만원이다. 198억원이면 1만5714세대의 한달 최저 생계비에 해당된다. 이는 용인시 전체 세대 33만522세대 중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 30대 남성 직장인, 535년 모아야= 건강보험공단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30대 남성 평균 연봉은 37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용인아르피아 건립에 들어간 비용 198억원을 30대 남성 직장인이 벌기 위해서는 무려 535년이 걸린다. 경국대전 반포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 성종 8년인 1477년부터 2012년까지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년 본 예산 1조5384억원의 가치는?
내년 용인시의 본 예산은 총 1조5384억원이다. 서민의 일상생활에 접목할 경우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이룰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용인 전체 33만 522세대에 균등하게 나눠준다면 한 세대 460여만원이다. 용인시 인구 92만 9000여명 내년 한 해 동안 공휴일을 제외한 235일 동안 7000원하는 식사를 하루 한끼씩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 용인에는 유치원생 1만 5700여명을 비롯해 초중고생 등 급식대상자수는 총 15만 1000여명에 이른다.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인당 일 급식비용은 3500원 정도. 1년 동안 학생들의 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5억2900여만원. 연간 등교일수가 190일 내외로 바뀐 것을 감안한다면 내년 예산이면 15년간 자녀들의 점심식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에서 최고가를 자랑하는 수지구 죽전동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은 4억 5000만원(전용면적 84㎡). 내년 예산이면 3400채를 구입할 수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하우스 푸어 7600여명의 평균 대출금 2억여원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내년 예산 중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바로 올해 문제의 중심에 선 경전철과 용인도시공사 관련 예산이다. 용인시가 내년 본예산에 올린 경전철 운영비 예산은 총 280억원. 이중 시의회가 절반을 삭감했어도 140억원에 이른다. 또한 용인도시공사 출연금으로 지원해야 할 예산도 132억원. 이 두 예산만 더해도 270억원이다. 용인시가 지난 11월 2016년까지 교통약자의 교통수단 개선 및 확충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총 예산 197억원보다 많다. 뿐만 아니라 내년 예산으로 책정된 셋째아이 이상 자녀 보육료는 4억원.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용인시가 책정한 셋째아이 이상 자녀 보육료 지원 예산 4억원은 용인 재정악화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경전철과 용인도시공사 지원 예산의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용인시의 현재 총 부채는 6856억원. 경전철 등 민간투자사업 부담액 1조3867억원과 용인도시공사 채무 2050억원등을 합치면 사실상 2조2000억원이 넘는다. 용인시 전체 가구 당 660여만원의 빚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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