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7th Solo Exhibition by Ko, Jin Oh 제17회 고진오 개인전 The Trace of Reasonㆍ사유의 흔적
주름과 영혼 - “접기, 펼치기, 다시 접기
- 고진오의 최근 작품 “사유의 흔적” 시리즈를 중심으로 -
서울전 : 인사아트센타 2012. 5. 9(수) ~ 5.14(월) Opening 2012. 5. 9 오후 6시 인천전 : 인천평생학습관 2012. 5.17(목) ~ 5.29(화) Opening 2012. 5. 17 오후 6시
하늘이 구겨진다. 한 조각의 종이가 임의로 구겨지듯, 손으로 움켜잡은 천 조각이 손안에 잡혀 구겨지듯 하늘의 한 부분이 움켜쥐어지고 구겨진다. 이 구겨진 하늘 아래는 정겹고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이 자리한다. 끝없이 펼쳐진 들녘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래서 그 잔잔함이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일상은 곧 반전을 위한 배경이 된다. 이유는 이 정겨운 일상의 풍경 위로 하늘이 구겨지기 때문이다. 고진오의 최근 작품들이다.
한 폭의 천처럼 하늘이 거기 있다. 이 하늘의 한 귀퉁이는 접혀져있다. 마치 뒤에서 움켜쥐어져 접히면서 생긴듯한 형태로 하늘은 주름을 만들어 낸다. 이 모습이 하늘을 한 폭의 천처럼 보이게 한다. 이 한 폭의 하늘은 당장이라도 당기면 흘러내릴 것 만 같다. 흘러내리는 동시에 숨기고 있던 이면의 또 다른 세계를 드러내며 관찰자를 놀라게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작품 속의 하늘은 접혀진 부분의 주름을 떨어내 듯 펼치기를 진행하는 듯이 보인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인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서 “주름”에 대한 개념 정의를 두 가지- 마테리(materie)의 주름과 정신/영혼의 주름으로 나누었다. 그에 의하면 주름은 영혼의 모습이다. 이 영혼은 곧 세계이자 모나드(단자: monade)이기도 하다....
하늘을 이용해 현실에서 불가능한 현상을 조형적 언어로 처리해내는 이러한 발상은 관찰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작품 창작에 일상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던 사실주의를 닮은 고진오의 하늘묘사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구겨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당혹감은 현실과 비현실 혹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교차하는 인식의 충돌 때문일 것이다. 이 충돌은 흥미롭다. 이유는 개념과 명칭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 이라는 일반적인 정의와 개념, 그것을 '하늘' 이라고 칭하며 인식하고 지각하는 경계의 차이에 대한 의문제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분류하고 체계화 하기위해 만들어낸 개념은 우리가 실재로 그 대상을 경험하고 인식하고 지각하며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즉 개념과 사물자체는 같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유와 감각의 간극에서 마치 개념의 불완전성을 달래듯 그는 은유와 위트를 섞어 작품을 완성해 내고 있다.
구겨진 하늘을 펼쳐보고, 구겨진 신문뭉치를 날려보며 ‘접힘과 펼침’을 은유(metaphor)적으로 생산하는 고진오의 “사유의 흔적”-시리즈는 현 시간에서 해낼 수 있는 실존의 방식과 이 실존의 존재자가 사유함을 증명해 내려하는 조형적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주름으로 시작해 존재의 생성과 그 생성의 의미를 부여하고 동시에 그것을 현존재의 실존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자 한 시도 일 것이다.
이를 위해 선택된 하늘의 주름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물음과 설명으로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린다는 것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푸코(Foucault)의 의견에 공감하는 또 다른 조형적 표현 일 것이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멋진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제17회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