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장로였다.
무진교회 장로였다.
이 한마디가 계속 뇌리를 휘돈다.
영화 < 도가니 >를 보고 가슴에 꽂힌 키워드가 장로, 무진교회 장로라는 단어다.
있을 수 없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며,
그 일의 주도자가 장로, 무진교회 장로였다는 사실이다.
그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천은 하나같이 악했다.
무진교회 장로인 교장은 물론이고,
그의 동생인 행정실장 역시 악돌이에 뻔돌이였고,
교장의 아내란 사람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지만 못되고 악하고 분별없는 자였다.
그 영화 < 도가니 >에 나오는 크리스천은 하나같이 그렇게 악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가슴이 아팠던 것은,
이 영화 한편을 통해 하나님의 이름이 철저히 모독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천이라는 사람들 때문에,
예수의 이름이 철저히 똥칠망칠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천, 이름만의 크리스천,
무늬만의 크리스천이라고 하는 가짜배기들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아팠다.
구역질이 났다.
가슴이 먹먹거려 혼이 났다.
영화중간에 몇번이나 고함이라도 빽 지르며 뛰쳐나오고 싶었다.
견딜 수 없었다.
도저히,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아닌데, 이건 아닌데, 이래선 안되는데.. 그런 생각만이 자꾸 감돌았다.
하지만 그건 실제상황이란다.
공지영의 소설, 픽션이 아니라 엄연한 넌픽션이란다.
실제 광주의 인화원, 인화학교에서 생긴 일이란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고 찢어진다.
사회에선 지탄받고 범죄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교회에서는 존경받고 인정받는 장로라고 하는 사실,
장로, 무진교회 장로라는 번듯한 직분을 갖고있는 자가,
각계에 돈으로 사람을 사서 불법과 불의를 밥먹듯 저지르면서,
그것을 사랑이니 선행이니 하는 미명으로 포장하고 있었다는 구역질나는 사실.
현실이 아니기를 바랬다.
작가 공지영의 픽션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그게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바로 그저께 그 학교, 광주 인화학교가 폐쇄되었다고 나와있다.
오호 ..
정말 무섭다. 무서운 일이다.
교인이라는 사람, 그것도 장로라는 사람이
하나님의 이름을 자기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철저히 왜곡되고 악하고 탐욕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섭다.
장로라고 하는 직분,
그 직분이 부끄러웠다.
한편의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크리스천인 점이 부끄러웠고,
내가 장로라고 하는 사실이 더욱더 부끄러웠다.
기독교가 결코 그런 종교가 아닌데,
하나님 믿고 예수님 믿는 사람들이 결코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작가 공지영에 의해서, 그리고 한편의 영화에 의해서
아니, 그것보다는 장로, 무진교회 장로 한사람에 의해서
철저히 왜곡되고 더럽게 짓밟힌다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한다.
밤새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하고 답답해서 몇번이나 잠을 깨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글을 쓴다.
아마 오늘 몇편의 글을 더 쓸 것같다.
영화 < 도가니 >에 대한 첫 소회는 < 무진교회 장로 >라는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아픈 것이 장로, 무진교회 장로라는 직분이었기 때문이다.
첫댓글 도가니 영화를 보면서 저도 느낀 마음입니다.
무진교회 장로의 뻔뻔한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우리 교회에 지킬 박사와 같은 교인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만약 내가 무진교회 목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나도 점잖코 마음 좋은 장로의 구명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분노는 나를 향한 화살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