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우 작가의 “고스트 페이스” 첫 장을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다.
“蘇塗(소도) 고대 동양의 어느 나라에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섬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은 그 나라의 왕과 군사들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신성지역이었으며 죄인들이 그곳으로 도망쳐도 나라의 법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수많은 범법자들이 죄를 짓고 그 곳으로 도망쳤지만 그 섬 또한 절대법이 존재했다. 섬으로 들어온 자 섬을 나가서는 안 된다. 섬 밖의 죄는 묻지 아니하나 섬 안에서의 죄는 죽음으로써 다스린다. 고대의 사람들은 그 섬을 ‘소도’라고 불렀다.”
‘죄’의 근원은 인간 내면 심리의 깊숙한 곳, 어쩌면 전생의 업이나 악령에 홀린 빙의 상태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섬이라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설정이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대중적 친화력을 갖게 된다. 누구나 역사 시간에 ‘소도’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범죄자들의 사면지대, 하지만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굴레의 섬, 그리고 자신과 같은 무리의 범죄자들과 함께 살아야만 하고, 더더욱 ‘귀신’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포감… 형민우 작가의 뛰어난 선구안은 대중들의 집단 무의식에 갇혀있던 역사 속 ‘소도’를 무협의 세상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만화계에서는 드물게 올컬러 양장판으로 출간된 “고스트 페이스”는 외국 진출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통해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지의 출판사를 통해 유럽 판로를 개척했으며 이외 러시아와 남미를 넘보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이미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 중에 있는 “프리스트”를 선보인 형민우 작가의 역량을 기반으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한국문화번역원과 공동으로 시행한 ‘해외수출 기획만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뒷받침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연 그곳이 ‘감옥’인지 그들만의 ‘왕국’인지 그리고 그곳에 간 사람들은 ‘유배’된 것인지 혹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며 스토리를 열어간다. 그리고 폭력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소도를 뛰쳐나온 한 명의 탈출자가 역사를 뛰어넘어 우리가 꿈꾸는 ‘모든 폭력의 근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믿는 도시’에 등장하게 된다. 크로거하임 제약회사에 침투한 누군가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테렉스-50’이란 신약을 탈취해 사라지고, 이를 추적하는 군부대 특수팀이 소도로 잠입하게 된다. 쉽사리 손에 잡힐 듯 했던 탈주자의 역습에 특수팀 대원이 쓰러지고, 탈주자를 향해 환각침을 쏘아대는 ‘야나’가 나타나고 이어서 야인왕 ‘텟산’이 등장하면서 소도에서의 약육강식의 한 판 승부가 본격적으로 벌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