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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중국에 들어와 한달이 넘도록 귀국하지 않으니 여러분들이 많은 걱정을 하여 주셨다..
아주 가까운 중국의 청도에 와서 한,두달을 보내는 것은 별로 떠들고 들어 올 일도 아니었었는 데.. 하여간 여러분들의 관심에 감사를 드린다.
1) 12/08 삼표산
이전에 버스를 타고 가다 눈 여겨 보았던 이정표인 데... 나는 7간곡이라는 곳이 1km에 있는 줄 잘못 알고 3시부터 슬슬 산보삼아 오르는 데... 버스에서 산 입구까지만도 30분 이상이 소요..
이제부터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라나... 앞으로 올 시간도 없을 듯하여 산행 준비도 없었지만 급히 오르는 데 그나마 비상용 후레시를 항상 챙겨 다행입니다.
한글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니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검증된 산인 듯합니다..
길은 거의 완벽하게 중국식 계단으로 깔아 어두워도 빛만 있으면 괜찮겠다며 계속 전진.. 계곡의 자연석을 자연스럽게 깍은 유머 감각이라니...
중간쯤 오르면 역시 자연석을 조각한 배불뚝이가 폼잡고 있읍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에는 산 정상 부근에 이런 방공호들이 많이도 보입니다. 두꺼운 이중문, 시멘트 덩어리들.. 그래도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을 보니 아직도 가끔 보수하는 듯...
점점 해가 저 멀리 지평선으로 내려가고 있읍니다.
정상 직전의 능선인 데, 산길이 하염없이 라오산 쪽으로 흐릅니다.. 시간만 충분하면 나도 하염없이 가고싶은 멋드러진 호젓한 길이랍니다.
캄캄해서야 내려 오는 데... 동내 개들이 뒤딸아 쫓아 오면서 겁을 주어 커다랗고 길다란 돌맹이를 움켜잡고, 내가 돌을 들고 있다는 것을 개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간간히 후레시로 돌맹이를 비추는 센스를 발휘하며 간신히 탈출.. 한명도 못 보았던 산길보다 더더욱 무서웠던.. 약간은 난감했던 기억입니다..
원래 수년전부터 은퇴하면 1년에 2-3회, 약 10여일 정도의 기간으로 중국을 자유여행하고 싶어 했는 데.. 자유여행이란 것이 생각보다 힘이 들어 앞으로 3.4년이 고비 일 듯하다.. 또한 자유 여행을 하려면 최소한의 현지말은 배워야 하지 않겠나 싶어 체면, 나이, 두뇌능력등을 무시하고 무작정 청도로 와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데... 마누라에게 혼줄날 거리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밤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으나.. 이미 굳어버린 혓바닥과 막혀버린 귓구멍을 어이할꼬....
2) 12/11 변두리산
라오산의 한 변두리 산입니다..
위의 여학생은 청도의 한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인 데, 원래 내가 공장에 있을 때 교환학생으로 평택에 와 알바를 하였고, 작년 7월에는 아내와 같이 남한산성을 다녀온 후 우리집의 옥상에서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던 학생입니다. 중국어 공부의 노하우를 배우려 하는 데..
....한국 산이나 다니랍니다...
정상 부근의 바위들이 그럴 듯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 바위나 나무 잎사귀에 먼지가 많은 것은 할 수 없읍니다. 청도에서도 이렇게 비가 안오기는 드문 일이랍니다.
차도롤 내려와서 30분을 걷고서도 아직 버스 정거장에 닿지 못했읍니다.. 중국의 산은 이렇게 산에 도달하기가 지루한게 흠입니다.. 물론 미리 택시 전화번호를 알아가면 과히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이용가능 합니다.
결론적으로 의욕은 태산을 옮기려다 지게 한짐만 나른 샘이고, 곰 한마리 잡으려다 꼬리털 한가닥만 줏은 느낌이다.. 이다지도 땅이 넓고, 이렇게나 사람도 말으며, 엄청나게도 많은 글자와 방언이 있는 줄 짐작은 했다지만 너무나도 큰 무력감을 느낄수 밖에....
청도에 와서 과외선생에게 2시간씩 배우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본다는 계획인 데.. 이 곳의 사투리가 이렇게 심한지도 몰랐고, 또한 5시면 이미 해가 지고 추워지니 야외에서 한가하게 지낼 형편도 되지 못했다..
3) 12/18 얼롱산(이룡산)
버스를 타고 얼롱산이라는 곳을 가는 버스 안인데, 재일 먼저 소개한 3표산에 가는 등산객이 제법 눈에 뜨입니다. 역시 일요일엔 그들도 등산을 즐기기 시작하는 거 같읍니다.. 중국의 산중에 입장료를 받는 곳은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렇게 공짜산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듯 합니다.
라오산의 한 줄기인 얼롱산입니다. 이 곳은 나의 공부를 가르치는 대학생과 그의 친구등 3명이 동행했읍니다. 입장료가 30웬인데, 학생과 60세 이상 반값 할인으로 45웬에 통과합니다..
돈을 내고 들어간 곳답게 계단들이 충실하고, 매우 정갈하며 , 하루종일 본 사람들이 20명도 안 되는 듯.. 매우 조용... 도교의 본산이라던가? 이 부근의 산의 공통점은 입구에 저수지가 있고, 빨간 띠도 있고, 이런 도교 사원도 있고..
같이 간 학생들은 한 명은 저기 멀리 신장 부근의 란주라는 촌에서 왔고, 또 한명은 생전처음 산에 오르는 내몽고 국경지방의 처녀인 데 초원만 보고 자라 말타기는 능하지만 조금만 길이 험해도 겁부터 냅니다. 그래도 모든 것이 새로워 보는 것마다 신기해 하더랍니다.
청도에 온 이래로 가장 좋았던 날씨. 바람도 없고, 날도 따뜻하며 시정도 상당합니다. 바로 밑으로 양코라는 곳의 백사장과 바다가 선명합니다..
이렇게 가물어도 덩치값을 하는지 개울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고 계곡을 쫓아 올라가노라면 얼기는 했지만 이런 맑은 소가 곳곳에 있읍니다.
계곡 옆에서 식사를 하는 데, 여기서도 백알이 빠지면 말이 안 되지..
UFO 바위
공부 역시 3주가 넘기 시작하자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고 피로와 권태가 몰려오는 데..
그나마 만고풍상의 고통을 겪을 만큼 겪었고, 눈치밥 먹는 것도 익숙해 이 곳 생활 자체의 적응에는 그리 힘든 것은 없었으니 이게 모두 그동안의 마누라가 쌓아준 단련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여간 죽기전에 한번은 하고 싶었기에 이 곳에 내려와 생 고생을 하는 데, 당장 내년부터의 계획의 실천에는 고민이 앞선다..
4) 12/19 라오산
다음날은 청도의 대학생과 라오산 정상을 오르기로 합니다.. 전형적인 집성촌의 모습인 데, 안 쪽으론 전혀 차의 진입이 불가능한 좁은 골목들로 가득합니다..
이곳도 버스 정거장에서 30분이상 걸어야... 통과하는 등산객들의 이름을 적는 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산불을 막기위한 예방책입니다..
전혀 안내도나 이정표도 없어 함께 간 대학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물으며 올라 갔는 데 결론은 우리 실력으로 오늘중 정상 등산 불가능...
산속에 있는 일종의 대피소 역할도 하는 간이 음식점입니다. 가운데 나무 가지엔 갓 잡은 산양이 걸려 있고, 그 외엔 닭들이나 염소들과 점심을 먹는 등산객등.. 연평도 사람들께 보여 드리고 싶은 매우 평화스러운 광경입니다..
조금 위 쪽에 반 정도 철거한 절터가 있읍니다. 뒷산을 배경으로 매우 경치가 훌륭합니다. 이 두명의 학생들이 자기들때문에 산에 많이 오르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지 다음에 길거리 간식을 한턱 내겠답니다..
해도 지고 있고, 올해도 지고 있고... 부디 새해엔 많은 좋은 일들이 줄줄이 여러분을 맞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12월 29일 귀국합니다..
결론은...?? 역시 한번 미친 척하고 무작정 마누라와 함께 떠나 보는 수 밖에..
불쌍타... 마누라여... 고소하다... 마누라여...
말도 전혀 안통하는 이런 사정도 모르고 함께 중국으로 들어 와 온갖 고생을 겪을테니...
그리고... 마누라에게 욕 한번 진탕 먹은 후.., ...한국 산이나 다니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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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당바위 정말 대단하다!! 좋은 풍경 보여줘서 고맙네....처자식 남겨두고 1달 넘도록 체류하다니..마나님 한테
꾸중들어도 싸다. 29일 귀국하면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게나......
부러우이. 꼭 젊은 처자들과 다니네.
빨리 돌아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