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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2월 31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231금] 정치 지도력 회복이 아쉬웠던 2010년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뒤돌아보니 경제는 완연히 활력을 회복했지만, 유독 정치는 아이들이 뛰놀다간 눈밭처럼 어지러운 발자국만 가득했다.
국회에서는 타협과 조정의 원칙은 물론이고 다수결의 원리까지 한꺼번에 실종된 대신 거대여당의 강행처리와 야당의 폭력적 실력저지가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청와대와 정부의 무리한 주문이 여야의 정치적 대결을 부추긴 데다 현실 변화와 동떨어진 야당의 '무조건 반대' 체질까지 겹쳐 대치정국이 일상화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로 국민의 안보위기 의식이 한창 고조됐을 때조차 끝내 대결구도를 풀지 못했으니, 깊을 대로 깊어진 고질병이다.
개별 정치사건에는 저마다의 원인과 배경이 있겠지만, 크게 보아 올해의 어수선했던 정치는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지도부가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우선 확인해 주었다. 말로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지도력을 강조했지만, 행동으로는 여전히 지난 시절의 '강력한' 지도력에 집착하는 모습에 누구나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올 상반기와 하반기 대치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됐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반대 여론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추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는 6월에 최종 부결 처리됐다. 애초 약속대로 국민 뜻, 특히 충청지역 민심을 우선하겠다던 약속에만 충실했어도 겪지 않았을 시행착오다. 거대여당과 친이계의 힘에 기대어 밀어붙였을 뿐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채 야권을 반대로 똘똘 뭉치게 했고, 여당 내 친박계의 협력조차 이끌어내지 못했다. 민심과 정치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이 대통령의 '수정안 파기' 선택을 가로막았고, 여당 지도부의 독자적 지도력 부족이 국회에서의 '친이계 포위'를 불렀다.
여야 대표와 원내 사령탑이 토론과 타협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 면면으로 바뀐 하반기에도 '4대강 사업'을 축으로 한 정치대결은 계속됐다.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논란은 거의 정리돼 기술적 방법론과 추진속도 등에 대한 이견 조정 정도로 끝날 수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딴판으로 야당은 사생결단을 하듯 반대에 매달렸다. 앞서 6ㆍ2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참패를 자신들이 일구어낸 승리로 착각한 데다 지방정권을 잡은 야권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결의가 꺼져가던 반대 불길을 되살렸다. 또 여당 지도부가 예고된 야당과의 갈등을 미리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했고, 민간인 사찰 의혹과 8월 개각 인선 실패 등으로 정부가 야당에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문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내 입지를 굳히려는 주관적 동기에서 비롯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강경투쟁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야당 지도부는 '4대강 예산 저지'를 내걸고 사실상 예산안 심의 절차를 애써 외면했다. 여당 지도부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두고도 야당 설득에 소극적이었다. 예산국회 막바지에 빚어진 물리적 충돌과 지난해에 이은 또 한 차례의 예산 강행처리는 일찌감치 예고된 셈이었다. 나아가 강행처리를 염두에 두었을 여당 지도부는 최대한 허점을 제거하려는 절차적 작업조차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일부 예산을 빠뜨리기까지 했다.
주지하듯, 정치는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다. 따라서 상식과 원칙에 발을 딛고, 늘 사회와 민심의 변화에 깨어 있되,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지도력의 요체다. 올해 한국정치에 심각하게 제기된 이 과제에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부응할 수 있기를 여야 지도자들에게 촉구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231금] 취지와 효과 모두 의문스러운 ‘군 지휘구조 개편안’
국방부가 합동군사령부를 새로 만들어 현재 합동참모본부가 맡아온 각 군의 전투부대 작전지휘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크다. 현재 합참의장이 작전을 지휘하고(군령),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인사·예산·군수지원 등을 맡고 있는 것(군정)을 합동군사령관 중심으로 군령·군정권을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서해 5도 방어를 위해 서북해역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한다.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군령·군정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군 지휘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연평도 도발 때는 북쪽 정보동향을 경시하고 현지 부대의 대포병 레이더와 K9 자주포 등을 제때 가동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천안함 사건 때는 이상의 합참의장이 당일 밤 술에 취해 있는 등 지휘계선에 문제가 있었다. 평소 부대 운영과 기강, 지휘관의 리더십, 부대간 소통 등의 문제가 컸음에도 국방부는 이런 사실엔 눈을 감았다. 군령·군정권 이원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설득력이 약하다.
국방부는 합동군사령부를 만들면 3군의 합동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국방부와 합참의 핵심 보직은 육군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새 사령부를 만들면 육군 중심의 조직이 되고 해군과 공군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제도가 되레 합동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합동군사령부를 만들어도 합참은 그대로 남아 미국처럼 대통령 자문기구로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지역사령관이 해외의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합참의장은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자문 역할을 한다. 우리와는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합참과 합동군사령부를 병립시키는 것은 실효성 없이 조직과 자리만 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서북해역사령부와 관련해 국방부는 해군(해병대)을 모체로 해서 육군과 공군의 참모를 일부 배속시키는 형태로 ‘합동체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것은 실질적인 합동체제가 전혀 아니며, 지휘결정 체계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국방부의 군 지휘구조 개편안은 문제의 진단과 제안의 실효성 모두에 의문점이 많다. 그냥 밀어붙일 게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문제점을 걸러내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1231금] 국가 負債, 통계 바꾸기보다 줄이는 데 힘써야
앞으로 100여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국가부채에 포함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나랏빚 규모가 커지게 된다. 2011 회계연도 결산 때부터 국가회계기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2001년 재정통계편람 방식으로 바뀌는 데 따른 조치다. 지금까지는 IMF 1986년 재정통계편람 방식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국가부채로 잡아왔다.
올해 공식 국가부채는 394조원으로 작년보다 35조원이나 늘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4.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부채 비율이 70%를 넘는 데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이를 근거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부채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아 국민의 눈을 가리고 분식 회계를 해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공기업 부채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준비금 부족분, 통화안정증권 발행액을 포함시켜 사실상 국가부채가 1600조원을 넘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연금이나 통화안정증권까지 국가부채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4대강·보금자리 주택 같은 국책사업을 떠맡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공기업들의 빚은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국가재정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국가부채 기준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국가부채 기준에도 문제는 있다. 수입(매출)을 원가로 나눈 원가보상률이 50%를 넘는 공공기관 부채와 국민연금 충당부채를 국가부채 집계에서 빼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 대부분의 공기업 부채가 빠지게 된다. 이래서는 기준을 바꾸는 시늉만 했을 뿐,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빚더미의 실상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IMF 권고에 따라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선진국과 달리 공기업이 국책사업을 떠맡는 경우가 많은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국가 부채를 꼬치꼬치 따지는 이유는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고, 후대(後代)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IMF가 통계기준을 바꾸는 이유도 모든 나라가 국가 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정부는 국가부채가 적은 것처럼 통계로 꼼수를 쓰기보다는 국가부채 총액을 줄여나갈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1231금] 새해엔 인사청문회가 ‘보고 싶은 뉴스’ 되기를
고위 공무원 인사청문회가 ‘내년에는 보고 싶지 않은 뉴스’ 1위로 꼽혔다. 한국투명성기구 청소년 반부패 네트워크 청린(淸lean)이 서울시민 330여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다. 일반 여론조사 기준으로 보면 표본이 적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청문회의 악몽은 올해도 되살아나 현재 진행형이다. 곳곳에 누적된 개각 요인들을 조속히, 그리고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시민들이 인사청문회 뉴스를 가장 보고싶도록 탈바꿈시키는 게 청와대의 새해 첫 과제다.
이명박 정부는 청문회 공포증이라고 할 만큼 각료 인선에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장은 5개월째, 감사원장은 4개월째 비어 있는데도 청와대는 인선 중이라는 말만 거듭한다. 8·8 개각 때 물러나라고 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후임을 넉달째 뽑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로부터 “이 대통령은 원래 결정을 잘 못한다.”고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각료인선을 제때 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 청와대는 자신감을 갖고 청문회 공포증을 털어내는 길부터 찾아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청문회에 막혀 낙마한 후보자가 한둘이 아니다. 정권마다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잣대가 엄격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고민만 한다고 해서 해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현 정부는 초기 단행한 조각 때 ‘고소영’ ‘강부자’로 상징되는 인선 실패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첫 실패의 교훈을 살리는 노력에 게을리한 결과가 이후의 실패로 나타났다. 실패 요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괄 인선이든, 순차적 인선이든 방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열린 인선은 청문회 성공률을 높인다.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을 찾으려면 ‘내 사람’을 고집하지 말고 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회전문 인사와 도덕적 결함 인사를 배제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외면하면 더 어려워진다. 이명박 정부는 새해에는 4년차로 들어선다. 2년이 남은 만큼 개각을 하려면 몇번은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하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231금] 알맹이 빠진 자동자보험 개선안
금융위원회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자동차보험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전반적인 보험료 상승 압박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에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사실상 가짜 입원하는 얌체 환자(나이롱 환자)와 이를 부추기는 일부 병 · 의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빠졌다. 막대한 보험금 누수의 원인인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처방도 없어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보험료가 할증되는 교통법규 위반 집계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려는 것은 상습 위반자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취지다. 또 무사고 운전자 할인폭을 최대 60%에서 70%로 높였지만 18년 무사고 조건에 맞는 수혜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개선안이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고 보면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범정부적 협조가 절실하다. 부상이 경미한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나이롱 환자에 대한 단속 강화와 이런 환자가 많은 병 · 의원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보험 수가가 건강보험보다 높아 과잉진료와 장기입원이 유발된다는 게 보험사들의 불만인 만큼 병 · 의원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차원의 개선책이 요구된다.
과잉 수리를 줄이기 위한 대책 보완도 필요하다. 운전자가 수리비의 20%를 부담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 우선 국토해양부가 공표하는 정비요금을 시장에서 자율 결정토록 함으로써 정비수가가 과도하게 오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보험 사기에 대한 적발과 처벌 강화 등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이런 보완책들이 소비자 신뢰를 얻으려면 보험사들의 사업비 절감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231금] 신한금융 신임 경영진의 책무
신한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이끌게 될 새 경영진이 선임됨에 따라 신한금융의 경영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신한금융지주는 3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신한은행 신임 행장에 서진원을 신한생명 사장을 선임하는 한편 계열사 사장등에 대한 후속 인사도 마무리했다. 이로써 라응찬 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내분으로 비롯된 그동안의 경영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할수 있게 됐다.
그동안 많은 우려를 낳은 신한금융 최고경영진의 내분사태는 라 전회장의 경우 무혐의 처분을 받고. 신상훈 전사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이백순 전행장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검찰수사가 마무리됐다,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는 이같은 혐의에 대한 사실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최고경영진의 내분과 갈등 과정에서 신한은행을 비롯한 신한금융이 입은 타격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일이다. 4개월가까이 계속된 검찰 수사과정등에서 경영진 및 직원들간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고 주주와 고객들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등 적지 않은 타격과 상처를 입었다.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이미지와 고객의 신뢰가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유무형의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신임 최고경영진들의 책임이 무겁다. 이 전행장의 잔여임기 1년3개월간 신한은행을 이끌게 될 서 신임행장은 계파가 없는 화합형 인물로 업무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로서 기대를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서 신임행장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하루빨리 선도은행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바란다.
신한금융의 새 출발을 위해서는 내년 2월말 예정돼 있는 정기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차기 지주회장 인선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고경영진의 내분사태를 거울삼아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뿌리 내릴수 있도록 인사관리를 비롯한 경영전반에 걸처 강도높은 쇄신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면 신한은행의 성공신화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홍찬식 칼럼/홍찬식(수석논설위원)-20101231금] 오세훈의 전쟁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오세훈’이라는 단어로 뉴스 검색을 해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비판적인 제목들이 주르륵 딸려 나온다. ‘요지부동 오세훈’ ‘오세훈, 검찰에 고발당해’ 같은 식이다. 주로 전면 무상급식 이슈와 관련해 오 시장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기사들이다. 뉴스만 읽어 보면 가난한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밥 좀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데 오 시장이 끝까지 막아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주로 좌파 성향 매체들이 생산하는 기사들이다.
* 표퓰리즘 세력의 마지막 표적
포털사이트 내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트위터 검색을 살펴보면 트위터를 통해서도 오 시장에 대한 맹공이 시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색적인 비난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트위터 역시 좌파 세력들의 선전선동 도구이자 놀이터로 변하고 있다.
이런 무차별 공격은 오 시장이 이달 3일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성명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과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전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돌아갈 교육 및 복지 예산을 부유층에게 주는 ‘불평등 부자(富者) 급식’이며 서울시의 살림과 행정에 큰 부담을 안긴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이달 1일 한나라당의 소수 의원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무상급식 조례 안을 통과시켰다. 오 시장의 거부가 확실해지자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멋대로 편성하고 다른 한편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해뱃길 예산 752억원, 한강예술섬 조성 예산 40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우리 예산을 받아주지 않으면 오 시장의 핵심 사업을 못하게 만들겠다는 사실상의 협박이었다.
이들은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를 슬그머니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바꿨다.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용어가 부유층 자녀에게도 공짜 밥을 주는 ‘부자 급식’을 떠올리게 하자 ‘친환경’으로 간판을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책정한 한 끼 식품재료비는 2400원에 불과하다. 비싼 친환경 물가를 감안하면 이 가격으로는 ‘친환경 식사’가 어림도 없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인터넷 주도권, 시울시의회 권력, 탁월한 용어 상술(商術)을 무기로 총동원하고 공짜에 우호적인 대중 심리까지 등에 업은 이들의 공세에 오 시장은 외로운 전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좌파교육감과 민주당이 권력을 잡은 시도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시도에서 타협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내년도 ‘친환경 급식’ 명목으로 400억원을 책정했다. 우회적으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교육감 중에는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 관련 예산을 급식에만 쓰는 것은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도다.
* 교육 살리는 길에 흔들림 없어야
학교급식의 실태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 많다. 좌파 진영은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낙인찍기’를 가장 크게 문제 삼는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경우 급식은 교실 내에서 이뤄진다. 한 반의 학생들이 먹을 점심을 교실로 운반해 각자 책상 위에서 먹는다. 지금도 누가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직원 월급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교육사업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은 연간 8000억원이다. 서울의 초등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연간 2400억원, 중학교까지 확대하면 모두 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을 서울시가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예산의 4분의1인 2000억원이 학생들 점심 먹이는데 투입된다. 예산이 줄어 이런저런 교육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피해는 학생과 시민이 보고, 편한 쪽은 학교나 교사 쪽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전면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TV 토론을 해보자는 오 시장의 제의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거부하고 있는 것도 무상급식의 허상이 바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좌파 진영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일제 공격과 선전선동 만 존재하지, 교육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점만 보아도 무상급식은 교육 공약이 아니라 좌파 세력이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공약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는 세종시 공약에 비유되기도 한다. 세종시 이슈처럼 한번 공약을 내놓으면 좀처럼 되돌리기 힘든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문제에 민감한 학부모들이 무상급식의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세종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장차 좌파 세력이 국민의 외면을 당하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이 흔들림 없이 정도를 갔으면 한다.
[중앙일보 칼럼-조우석 칼럼/조우석(문화평론가)-20101231금] 새해 지구의 혈처, 한반도
2011년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내년은 2010년대 10년을 맞는 첫 해다. 국내외 싱크탱크들이 위기와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글로벌화 제2막을 예고하고 있지만, 각종 종교적 예언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그건 천기(天機)가 담긴 비밀장부를 넌지시 엿보고 싶은 심리다. 사실 천암함·연평도 사태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긴장은 내년에 그 어느 해 보다 극적인 남북관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마침 생각나는 분이 증산도 지도자 안운산(88) 종도사다.
3년 전 대전에서 들었던 그의 말에 따르면, 한반도 자체가 지구의 혈처(穴處)다.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이 반도를 멀리서 감싸주는 외(外)청룡과 외(內)백호 구조다. 그래서 ‘작은 중심’ 한반도는 유독 예민하고 복잡하다. 단 미래문명도 여기를 무대로 펼쳐진다. 불교계 탄허(1913~83) 스님도 이런 낙관(1974년 『동아시아의 도전』)을 했지만, 종교적 예언으로 유명한 건 구한말 강증산(1871~1909)이다. 증산은 지난 5만년 역사란 우주변화의 봄·여름철에 해당하며, 그 긴 드라마가 조만간 한반도에서 매듭지어진다고 봤다.
『주역』의 표현대로 “간방(艮方, 동북방 즉 한반도)에서 매듭짓고, 간방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세계사의 모순인 냉전의 마지막 유산을 안고 있는 한반도에 찾아올 큰 평화에 대한 암시일까. 사실 합리주의들은 반신반의한다. 그런 건 옴파로스(배꼽) 증후군, 즉 자기네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 가짜 과학이라고 본다. 필자 역시 그랬지만, 한반도 지질학을 귀동냥한 뒤 조금 달라졌다.
두어 달 전 남도 여행 때다. 우리 일행 여덟 명을 태운 승합차가 전남 해남 우황리를 지날 참에 누가 즉석강의를 펼쳤다. 우황리는 공룡박물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2억4000만 년 전 공룡들이 뛰놀던 천국이었고, 그래서 한반도 남부일대는 전형적인 중생대 지질이죠. 놀랍게도 한반도 전체가 지구역사 45억 년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핫 코너예요.”
경기·평남 일대가 선(先)캄브리아(45억 년 전~6억 년 전)지질이라면 백두산·제주도는 젊은 땅 신생대다. 반면 삼엽충 화석이 숱한 강원도 태백시 일대는 고생대다. 지질도 변화무쌍하지만 대륙판(板) 충돌설도 극적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딱 중간에 낀 절묘한 구조다. 이에 더해 2억 3000만 년 전 거대한 용트림을 시작했다.
즉 임진강 위 아래 지점에서 또 다른 작은 대륙판(남중국판과 북중국판)끼리 충돌했다는 게 지질학계의 정설이다. 나중 확인해 보니 『동아사이언스』에서 몇몇 과학자는 한반도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이아몬드는 대륙판 충돌시 초고압·초고열로 만들어지지 않던가. 이런 지질학 정보는 무얼 뜻할까. 한반도는 5천년 인류사는 물론 까마득한 태고 쩍부터 다이내믹 코리아였다는 뜻이다. ‘혈처 한반도’는 그래서 설득력이 없지 않다.
이 땅덩어리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흩어지고 모여드는 부챗살의 중심, 즉 허브란 말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사실 과학적 분석과 종교적 예언이란 상보적이다. 단기 전망과 초장기의 깊은 역사(deep history)가 만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자연사의 놀라운 비밀을 간직한 한반도에서 인류사의 새 모델이 창출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장려한 후천개벽의 첫 걸음을 내딛는 2011년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변화를 이끌어내고 갈무리하는 중심은 사람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1231금] “눈이 왔네요”
‘막 헤어진 이가/야트막한 언덕집/처마 밑으로 들어온다./할 말을 빠뜨렸다는 듯/씩 웃으며 말한다//눈이 오네요.’(신대철의 시 ‘눈오는 길’에서)
“눈이 오네요.”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는, 가장 하얀 말이다. 2010년 마지막 날이 눈에 덮였다. 세상은 눈 위로 동화가 흐르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눈만큼은 선뜻 서설(瑞雪)로 반기지 못하고 있다. 저 하얀 세상을 바라보자니 문득 부끄럽다. 시국이 너무 엄중하다 보니 눈을 향한 감상과 서정이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돌아보면 지난 한 해 이 땅을 떠난 생명붙이가 얼마나 많은가. 지금 이 같은 엄동설한에도 구제역이 창궐하여 소와 돼지를 죽여 묻는 학살극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토에 멀쩡한 생명들을 묻었으니 우리 언 가슴은 언제 녹을 것인가. 봄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강에서도 보이지 않는 학살이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숱한 생명들이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목회자들이 나서 ‘강은 자연의 혈관과도 같으니 강이 막히면 자연은 죽는다. 자연의 죽음은 곧 인류의 멸망이니 그 중심에 4대강 사업이 있다’고 말했다. 창조주 권한과 섭리에 도전하는 공사이니 멈추라고 했다. 그럼에도 같은 하나님을 믿는 대통령은 “강산 개조”를 외치며 삽자루를 높이 쳐들고 있다. 한 해의 끝에 눈이 이처럼 사납게 내린 것이 예사롭지 않다. 밑도 끝도 없는 야만의 삽질에 이 땅을 떠난 생명붙이들이 흰 눈으로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이 욕심과 독선을 덮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건으로 꽃보다 붉었던 46명의 젊은이를 잃었고,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가 화염에 휩싸였다. 결국 평화가 불에 탔다. 안보를 책임진 사람들이 전쟁을 자주 입에 올렸다. “전쟁을 두려워하면 전쟁을 막을 수 없다.” 마지막까지 숨겨야 하는 말들을 꺼내 휴전선 철책에 걸쳐놓은 형국이다. 그러나 칼이 칼을, 총이 총을 막을 수는 없다. 그 섬에도, 바다에도 눈이 내렸다. 하늘은 이른다. ‘가장 못난 평화라도 가장 잘난 전쟁보다 낫다.’
우리들 한국인들, 지난 한 해는 매우 고단했다. 그래도 새해에 다시 이 땅에서 만나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도이다. 우리의 기도가 평화로 피어나길 소망한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시간을 먹고 있는, 언 볼을 비비며 버스를 기다리는 당신이 아름답다. 새삼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다. “눈이 왔네요.”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문정일(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장)-20101230금] 역지사지의 교훈
의사도 사람인지라 아프지 않을 수 없고 때론 수술도 피해갈 수 없다. 나는 오래전에 운 좋게도(?) 두 번의 수술을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다시 말해 의사가 아닌 환자가 되어 일주일 동안 병실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회진 온다는 의사는 도대체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꾸르륵꾸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기다려야만 했고, 회진 온다는 소리에 밀쳐둔 식사가 식어버려서 먹을라치면 식욕은 이미 멀찍이 달아나 있곤 했다.
밤마다 간호사들이 혈압과 체온을 확인하고, 주렁주렁 달아 놓은 링거병들을 살펴보기 위해 들락날락거릴 때마다 잠을 설쳐야 했고, 꼭두새벽에는 청소 아주머니가 들어와 또 잠을 깨웠다. 통증 때문에 의사를 찾으면 함흥차사이고, 진통제 처방이 내려졌다는데 주사약이 오기까지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던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의료진이 당연히 알아서 신경을 잘 쓸 터인 데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화가 치미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의사인 내가 환자가 되어 침대에 누워본 후에야 환자들의 속 타는 심정을 겨우 알아채다니 얼마나 멍청하고 우매한가!
병원에 가려면 그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의 사돈 팔촌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말은 병원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배려 깊은 진료를 받길 원하는 심정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모든 환자들에게 평등한 진료를 제공해야 할 병원 경영 책임자로서 가슴 뜨끔하고 민망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경험은 환자가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 당연하게 기대하는 것을 의료진이 제대로 지킬 때 비로소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진료 예약 일정을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것도 좋지만 약속한 시간에 지체 없이 진료를 받고, 검사 결과나 치료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그리고 찬찬히 설명을 듣는 것, 몇 시에 누가 회진을 오는지 환자가 미리 알고, 통증이 있거나 불편할 때 신속하게 주치의를 만날 수 있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약속이 지켜질 때 환자는 병원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맡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