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밤 여덜시 반 쯤~.
느즈막 저녁을 먹고 도림천에서 깔깔이와 함께 배드민턴을 한 참 즐겼습니다.
이 조그만 개천도 개천이라고 계곡풍이 부네요.
선선한 바람을 즐기면서 신나게 민턴을 치다가
그만 가자하고 챙기는데 인공폭포 앉는 자리에서 음악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해서 보니 저녁 시간에 시나부로 나와서 아코디온을 어줍잔케 연주하는 동네 늙수구레한
아저씨였습니다.
지난 번 아들과 함께 민턴 치다가 개천 건너편에서 나는 아코디온 소리에 이끌려 한참을 구경했던
적이 있었던 터~.
아코디온 소리가 낮에는 별로였는데 밤에 들으니 정말 좋았습니다.
호기심 백배하여 가까이 가서 쪼그리고 앉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 곁에는 또래로 보이는 초로의 아주머니들이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연주 했던 곡이 .. 오빠 생각 C장조. 였는데,,
오늘 밤에도 또 오빠 생각을 연주합니다.
[ㅋㅋㅋㅋ 오빠 생각을 참 좋아 하시나 보다]
곁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악보집을 보더니 노래를 신청합니다.
[옛 시인의 노래 쳐주세요.]
[...........]
아저씨는 꿋꿋하게 오빠 생각만 치고 있었습니다.
[뜨음 북 뜨음 부우욱 뜨으으음 부우욱 새애~에 ]
다른 아주머니가 또 노래 신청합니다.
[가슴 아프게 좀 쳐주세요.]
[..........]
[뜨음 북 뜨음 부우욱 뜨으으음 부우욱 새애~에 ]
아코디온 소리에 이끌려 온 청중 중에 아저씨가 노래를 신청합니다.
[흙에 살리라 좀 쳐 주세요.]
[아직 연습중이라서...]하면서 아저씨는 드디어
곡을 바꿨습니다.
C장조.
초가산간 집을 짖는 내 고향 정든 땅~.
요로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연주하는 것이였습니다.
초오가아 샤~~오오가아안~~ 지이이오이오이 이블 지이와이 이이인느으으으은.
?????
음정 박자들이 각자 뛰어 댕기면서 놀고
부르수를 추다가 탱고를 추지 않나...
집으로 밥 먹으러 갔다가 오지 않나..
밥 상 머리에서 밥 풀 흘리지 않나...
정말 희한한 곡을 연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뭇 아저씨의 표정은 진지했습니다.
신청곡을 한 분과 함께 온 여자는 우와~~~ 쫘악 빠진 정말 멋지고 예쁜 여자 였습니다.
(저것들 분명히 불륜일거야 ^^)
듣다 듣다... 참다 참다 못한 아저씨와 그 미모의 여성은
자리를 박자고 일어나서 황급히 떠나갔습니다.
그러자~~~
곡을 바로 바뀌었습니다.
[뜨음 북 뜨음 부우욱 뜨으으음 부우욱 새애~에 ]
내가 아코디온에 들어갈 정도로 빤히 쳐다보고 있자
예쁘장하게 생기신 아주머니께서 그럽니다.
[아주 눈에서 광채가 나네, 아코디온 배우셔~ 금방 배울 사람 처럼 보이네~.]
용기를 내어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아코디온 얼마 합니까?]
[-4백만원이에요.]
[배우고 싶은데 배우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배우지 마세요 너무 어려워요. 저기 시장 안에 과일가게 쥔은 1년 배우다가 포기했구요~.
생선가게 누구는 4년 배웠는데 하나도 못하구요. 누구는 얼마 배우다가 때려쳤구요~~....... 다다다다다다다다]
어렵다는 말로 일관되게 밀어부쳤습니다.
어떻하든 아코디온 한 번 쳐 볼 요령으로 아저씨의 비위를 맞췄습니다.
[그럼 아저씨는 무지 잘치는 거네요?]
[-나도 배우는 중인데 너무 어려워서 ... ]
[왼손으로 누르는 것을 베이스인가요?]
[- 이거 120개나 되는데 이걸 다 외워야 하는데 말이야~~ 이게 너무 어려워...
10480480451938741798)(*&(87907(&9797979&()&(&(&()(*&()*&(*&(&(&)(&()&)(&*()&(]
아저씨의 말은 끝이없이 이어지려고 했습니다.
말을 끊기 위해서,
깔깔이에게 아코디온 배우고 싶으니까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
[-사주지 마세요 너무 너무 배우기 어려워요~. %^*^*%*^^&(^%&*%*$#$@@&&(( ]
또 이어지는 배우지 말라는 훈시~~~~~.
[이저씨 바람좀 넣어 주시면 제가 조금만 해 볼께요]
아저씨는 매우 탐탁지 않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예쁜 아주머니들 눈치에 하는 수 없이 오른쪽을 내 주었습니다.
연상의 여인을 Cm로 연주하는데..
손이 완전히 혼자 미끄러져 돌아 댕겼습니다.
[이제는 이이져야할 궁자라작작 쿵작~ 당신의 그~ 얼굴에서~궁자가 작작 삐약 삐약..]
코드 까지 현란하게 넣자 아코디온 소리는 너무 너무 아름답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런데....
점 점 작아지는 아코디온 소리...
아저씨가 석이 죽었는지 왼손을 아주 조금씩만 펌프질 해주는 것이였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번 필 받은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상의 여인 연주를 마쳤습니다.
아주머니들의 탄성이 나오고 ...
연주 소리가 다르자 아까 부터 솔깃하고 듣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 우와~~~~~~~~~~ ㅉㅉㅉㅉ 잘한다. 어쩐지 눈초리 부터가 다르더라구~.]
아주머니들의 열화와 같은 칭찬에 한껏 고무되어 있는데
깔깔이가 아니 할 말을 해 버렸습니다.
[이 사람 기타 잘 쳐요~. 관악산 악단장이에요.]
어떻하든 속이고 조금 더 연주해 보려고 했는데 들통 난거죠.
그 악단장이라는 말에.... 기가 질렸는지 아저씨는 나에게 묻더군요.
[-기타 얼마나 쳤어?]
이제는 아예 반말입니다.ㅋㅋㅋ
[아네, 얼마 안쳤습니다. 한 이십 칠 팔 년 쳤어요.]
[-이십칠팔년? 그게 얼마 안친거야? 하하하하하. 도사겠네.]
[아닙니다. 아직 멀었는데요.]
깔깔이는 관악산 통사모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었고
놀러오라는 초대의 말을 남겼는데
아저씨와 나는 전화 번호를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끼리 뭉쳐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ㅎㅎㅎㅎ
신림동 신원시장 일대 주민을 전부 다 관악산 통사모 회원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ㅋ
아코디온을 꼭 한 번 쳐보려고 했는데
소원풀이 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 있을까요?
※강력한 항의로 .. 깔깔마녀를 --> 깔깔이로 변경했습니다.
첫댓글 어째야쓰까이!! 지가그만 다읽어부렇는디요이..안읽을라고혔는디..눈동자가 기냥 자동이으로 돌아가삔지네요...
깔깔마녀님과 행복한 시간도 보내시고
아코디온으로 이쁜 아줌니들 즐겁게해주시니
음매~~기살어!!!
잼나게 잘 보았습니다
잼나는 이야기... 잼나게 보고갑니당
재미있어서 다 읽었어요
뒤로 갈수록 통쾌하네요
그아저씨 대단하네요 저같으면 챙피해서 피했을 텐데
고수한테 제대로 걸렸네요 잘 읽었습니다
네 한 200분 걸려 다 읽어뜸니다(%^&^^*^%|**&&^^이래요레된거 해독하느라고)
그 아잣씨 족 팔렷것습니다
ㅎㅎ인내로 기다린 보람으로 연주를 했군요..
푸하하~~~잘했습니다..
신림천으로 귀경가야겠네요..
이제 아코디온메고 관악산가는거 아니유 ?~~~ ㅋㅋㅋ
나도 한번 해보고싶넹 ㅋㅋㅋ 나좀델코가서 한번만 불어봐주게 해달라고 부탁좀 해주씨요 ㅋㅋㅋ
드뎌 소원 풀이 하셨네요
아무래도 그 아자씨가 상대를 잘 못 골랐지 그 아자씨 고생 하겠다
울 단장 땜씨
그 어려운 연주를 더 잘 하시려면 손가락 머리카락 쥐 나겠다
저는 악코디언은 큰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80통사모에서 지나온 노래 듣다가 (한우철님 노래였던거 같은데) 거기서 작은 악코디언 등장하는거 봤어요...저두 악코디언 소리 엄청 좋아하는데...배우려고 이카페 저카페 눈팅만 하다가 만져보지도 못했네요...그거 배우기 어려운거군요..소리는 엄청 좋은데....
봄날은 간다 였어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그 곡을 들었군요. 채송화님.
삭제된 댓글 입니다.
관악산 공연장에서 내려오다가 우측 장미정원으로 꺽으면
그곳에 조그마한 공연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아코디언 아저씨가 또 한 사람의 아코디언 연주자를
대동하고 연주회를 한답니다.
그 때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서 그렇게 되었지요.
음악적 재능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부러워요. 전 그 반대인데...
건반 악기는 원래 전공이였답니다.
아코디온은 생소한 악기라서 꼭 한 번 연주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음 ㅡ
아저씨 맘씨는 솔찍 하곤요
못 한다고 시인 하고 ㅡ
뜸북이 잡는거 좀 해서 거리나오고 ㅡ
있는사실을 그대로 하는거는
허물이 아니죠 오히려 없는 것을 있는척 하는거 이 허물ㅡ
그래도 한서생님 만나서 제대로 공부하시네요 ㅡ
귀인 만나서 아저씨추카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