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에게
4월 8일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영화배우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정해씨의 ‘오정해의 스프링콘서트’가 열립니다.
내게는 오정해씨라는 명칭보다는
‘정해’라는 명칭이 친숙한 명칭입니다.
왜냐하면 오정해씨와 저는 25년 넘게
사제지간의 연을 지속해오고 있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오정해씨는 80년대 중반
내가 재직하고 있었던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면서
나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오정해씨가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하였고
이미 중학교 재학시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악경연대회인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경연대회에서
판소리 부문에 금상을 수상한 바 있어
입학 당시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았던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오정해씨는 예고 진학을 위해서
고향인 목포에서 올라와
그녀의 소리 선생님이자 어머님과 같은
판소리 명창인 만정 고 김소희 선생의 집에 기거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어린 나이에 부모님 슬하를 떠나
객지에서 학교를 다녔던 탓인지
그녀에게는 다소 위축되고 그늘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나는
가정형편이 넉넉하거나
학업성적이 뛰어나 드러나 보이는 아이들보다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하거나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였고
그러한 학생들 중에 특히 그늘진 분위기를 갖은 학생들에게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오정해씨는 그러한 학생들 중의 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방과 후 교정을 거닐거나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서도
그러한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함께 대화를 나누었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음식을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교무실에는 출판사로부터 보내온
홍보용으로 보내온 전 교과에 걸친 참고서나 문제집들이 많았는데
나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을 교무실에 불러
그러한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교무실로 은밀하게 불러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건네주면서
학업에 정진하도록 격려를 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물론 오정해씨에게도 여러 번
참고서와 문제집을 챙겨 전해주곤 하였습니다.
오정해씨는 3년간의 예고 학업을 마치고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로 진학을 하였고
그로부터 4년 후 1992년
대학 4학년 때 남원에서 열리는 미스춘향 선발대회에서
미스춘향 진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오정해씨가 임권택 감독에게 우연히 캐스팅되어
영화 서편제에 소리꾼 송화역으로 출연하면서
그녀는 대중들에게 영화배우로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영화 태백산맥, 축제, 천년학에 출연하여
국민배우로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의 스승으로서
너무나도 마음 든든하고 기뻤습니다.
그 후 전문 방송인으로서
큰 행사의 사회자로서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웠지만
그녀가 전문예인으로서의 소리꾼이라는 본연을 떠나
영화배우나 전문방송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만날 때마다
이제는 소리꾼으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주게 되었고
그녀 또한 나의 충심이 담긴 조언에 고마워하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녀 또한 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내가 노원문화예술회관 관 장직으로 취임을 하게 되었고
나는 다시 그녀에게
우리 극장에서 그녀만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콘서트를 갖자고 제안하게 되어
이번 공연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그녀가
본격적인 소리꾼으로서의
데뷔 공연이 되는 셈입니다.
이번 무대에선 '아리랑' '쑥대머리' 등 민요부터
판소리, 창작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주게 됩니다.
더군다나
최고의 연주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앙상블 시나위'의 연주와
국립무용단 여미도의 춤이 곁들여지는
품격 있는 멋진 공연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나의 공연 제안을 뛰어 넘어
콘서트만 여는 것이 아니라
노원구의 소외계층을 위하여
자신의 출연비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더욱 마음이 뿌듯해져 옵니다.
아무쪼록 다가오는 그녀의 공연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녀의 음악세계에 빠져들기를 바라며
앞으로 그녀가
국내 최고의 소리꾼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