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첫째는 대학교 2학년, 둘째는 고3입시생, 셋째는 초딩6학년
다들 개성이 참 뚜렷하다.
첫째 아들은 이성형이고 약간은 무뚝뚝하다.
그러나 장남이라서 듬직한 면이 있다.
사고력이 발달한 편이고 책임감이 강하다.
매사를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이기 때문에
간섭하면 오히려 짜증을 부리는 스타일이다.
독립심이 매우 강하고 자존심도 강하다.
중학교 3학년 때 서울시교육청 주관의 영어경시대회에서
서울시 전체에서 2등을 차지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외고에 지망하기를 원하였다.
미국에서 2년을 공부하였기에 특례입학의 기회가 있었는데
첫째는 특례 입학의 기회를 버렸다.
스스로의 힘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특목고를 가려면 반드시 특목고 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도 학원은 반대하였지만
본인 또한 그런 식으로는 외고에 가기 싫다고 했다.
결과는 물론 낙방이었다.^^
심지어 고2때에는 수학성적이 하도 나빠서
애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수학 단과반이라도 보내자고 하였을 때
나보다도 애 스스로가 학원가는 것을 반대하였다.
이유는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과연 고3이 되더니 성적이 쑥쑥 오르기 시작했다.
중위권에서 갑자기 최상워권으로 올랐다.
그 사이 혼자서 공부하였던 것이 무르익어서 성과가 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수능시험이 제법 괜찮게 나와서 서울대 일차에는 합격하였지만
결국 논술과 구술에서 낙방하였다.
다행히도 연대 인문대학에 합격하였고 현재 심리학과에 다니고 있다.
심리학이 자기 적성에 비교적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학교 생활에 무척이나 만족해하고 공부도 잘 한다.
군대 다녀온 뒤에는 장학금을 따서 유학 갈 생각을 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감성 형이고 참으로 가슴이 따스한 아이이다.
세 명 가운데 딸 노릇을 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나에게도 참 다정다감하다.
학교에 다녀오면 나에게 달려와서 포옹을 한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조잘 아빠에게 이야기한다.
천부적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술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를 닮아서 어릴 때부터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였다.
물론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수학은 거의 꼴찌에서 몇 등을 하였고 다른 과목들도 다 밑바닥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예중에 지원해서 운 좋게 예중에 입학하였다.
입시학원을 전혀 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기성적이 전혀 안되었지만
다행히 특례입학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중학교 내내 실기와 교과 성적 모두 거의 밑바닥이었다.
어릴 때는 약간은 산만하고 들떠있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철학 심리학 명상 서적을 읽고 사색을 좋아하더니
지금은 나름대로 삶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 확고한 주관을 확립하고 있다.
자기 말로는 인생철학을 확립하게 된 것이 아빠의 명상 영향이 크다고 한다.
고3 수험생이지만 요즈음의 삶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장차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주관이 있고
공부를 하는 것도 부모나 선생의 기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입시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3학년에 들어와서 실기나 교과목 모두 성적이 급신장하였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몇 달 뒤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째는 참으로 당돌한 면이 있다.
형들이 비교적 범생이과에 속한 반면 막내는 기본적으로 반항기질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기는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하더니
요즈음도 학교 다녀오면 가방을 훽 던져버리고
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다.
그럴 때 나는 참 할 말이 궁색해진다.
겨우 하는 말이 남들이 다 다니는 학교이니까 너도 참고 다녀라
혹은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참고 다녀야 한다 등등이다.
학교 공부에 별로 관심도 없으니 성적이 밑바닥인 것도 당연하다.
애 엄마는 은근히 걱정을 하였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 둔다.
막내는 관심 없는 분야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매우 집요하게 파고드는 유형이다.
언제부터인가 화석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더니
지금은 화석에 대해서는 5백페이지가 넘는 전문가 수준의 책도 본다.
막내의 과학지식에 대해서는 큰 애, 둘째 애 모두 혀를 내두른다.
4학년이 되자 갑자기 디즈니체널이나 만화영화체널은 전혀 보지 않고
디스커버리나 네쇼날지오그래피 등의 과학채널만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자기는 나중에 커서 고생물학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기는 이미 전공을 확정했다고 공표하였다.
내가 봐도 참 특이한 놈이다.
물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보아야 되겠지만
나중에 이과에 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내 교육의 기본 방침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거나 기대하기보다는
아이들을 믿어주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기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과외수업을 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학년일 때는 아예 공부하라는 말 자체를 가급적 삼가한다.
어릴 때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릴 때는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것이
건강과 행복의 원천임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은근히 걱정도 되고 조바심도 생기지만
그래도 내가 세운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는 것은
수시로 내 마음을 바라보고 성찰하는
바라보기 명상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아직은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내 스스로 생각할 때 바라보기 명상을 통한
자녀 교육은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 저녁도 다섯 명의 식구가 같이 식사를 하면서
듬직한 세 아들이 밥먹고 서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밥 먹지 않아도 배가 든든해지는 것 같다.
너른돌
첫댓글 모처럼만에 와서 아들 자랑 한번 하고 갑니다.^^
차근차근 아들에 대한 글들 모아 두셨다가..낭중에 책 한권 내세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제목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좌충우돌 한국에서 아들![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7.gif)
형제 키우기'
사실 그렇지 않아도 출판사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제의받았답니다. 둘째가 대학에 가고 난 뒤에 쓸려고 미루는 중.^^
부럽습니다. 막내 아들도 뭔가 크게 일을 벌일것(?) 같다는생각이 드는군요.
막내는 언제나 아무 생각없이 그저 귀여운 막내라고 생각하였는데 요즈음은 한번씩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놈이 많이 컸구나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답니다.^^
자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기반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속에 자신의 성급한 욕심이 뒤섞여 있는 것이 문제지요. 고것만 잘 알아차려도 자식교육 문제 절반 이상을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개성이 분명한 3 아들을 두신 너른돌님은 그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보물을 3개씩이나 가지신 행복한 분이십니다.그 세 아들의 미래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므흣](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8.gif)
감사합니다. 모든 자식은 모든 부모들께 정말 소중한 보배들이지요. 저도 간혹 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궁금한 마음이 들곤 하지요. 미래는 오직 신만이 알겠지요.
부럽습니다. 자제분들께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넘 잘키우셨네요.....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의 모든희망과 꿈이 자녀들이란걸 부인할수없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잘 살아다오 아들딸들아, 나의 꿈나무...^^
든든하시겠어요~~ 부모가 믿을수 있도록 아이들이 스스로 잘해주니.. 더 이상 바랄께있나요~~
감사합니다. 잘 해주어서 믿는 것인지 믿어주어 잘하는 것인지...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네요.^^
집에 도둑들 염려는 없겠네요... 4부자가 든든하게 지켜주는 안전한 집... 부인께선 네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행복한 왕비...
딸이 없어 삭막하다는....ㅠ,ㅠ 아내는 자기가 왕비가 아니라 하녀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
아이들의 성격과 개성을 낱낱히 파악하고 계신 부모님의 관심 덕분에 아이들이 스스로의 품성을 개발해 나아가는듯 싶군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세심한 부모의 노력이 무척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제각기 개성있게 자라난 것은 아내의 공이 큰 것 같애요.
자녀가 하고싶은것을 하도록 기다려주는것이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하십니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하네요.
원래 저의 장기 가운데 하나가 기다리는 것이라는....^^ 명상의 공덕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너른돌님은 고수, 세아드님은 소리꾼.. 그 깊은 어울림을 듣는듯..... 훌륭한 이력에 끊임없이 정진을 더하시는 너른돌님의 모습을 뵐때마다 감동 먹습니다. 너른돌님 가족의 홍복을 함께 기뻐하오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0.gif)
감사합니다. 고수와 소리꾼, 비유가 참 좋네요. 반달님이 아니면 낼 수 없는 멋진 비유입니다.^^
너른돌님 같은 분이 교육부 장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 너무 한심한 것 아닌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요즘 젊은 아이들 중 대학은 좋은대 나왔지만 인성 교육이 전혀 안돼있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됩니다. 특히 여자 학생인듯 한데 저를 위 아래로 훌터본다든가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이런 것 생각하면 답답해진다는... ![쿨쿨](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72.gif)
요즘 아이들 인성 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것은 제도를 탓하기 전에 부모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분위기 전체의 문제겠지요. 아무튼 저도 교육의 현장에 있으면서 참 답답하다는 마음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