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 60만~140만불(弗) 한번 경주 1259억원 걸려 은퇴 뒤 종마로 더 큰 돈
프로야구·프로농구·프로골프 등의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몸값을 받는다. 말(馬)도 예외가 아니다. 경주마들도 몸값을 천정부지로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다.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6월 첫째 주 토요일까지 2~3주 간격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 프리크니스 스테익스(Preakness Stakes), 벨몬트 스테익스(Belmont Stakes) 3개 대회가 바로 그 무대다.
이 3개 대회를 합쳐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으로 부른다. 우선 각 대회 우승마에게는 60만~140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는 약과다.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말은 '트리플 크라운 위너(Winner·三冠馬)'라고 하는데, 이 말이 종마(種馬)로 변신할 경우 무려 수천만달러의 귀하신 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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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탄생한다. 지난 2일 열린 올해 트리플크라운의 첫 대회 켄터키 더비에서 경주마‘마인 댓 버드’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마인 댓 버드는 대회에 참가한 20마리 중 우승확률이 가장 낮다고 예상됐지만 이변을 일으키며 상금 142만달러를 거머쥐었다./로이터 뉴시스
■2분 경주에 베팅액 1259억원
올해 트리플 크라운의 두번째 대회인 제134회 프리크니스 스테익스가 16일 미국 메릴랜드주 핌리코 경마장에서 열린다. 지난 2일 열린 트리플 크라운 첫번째 대회인 제135회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한 '마인 댓 버드(Mine that bird)' 등 상금순위 정상급의 13마리 말들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100만달러, 우승상금은 65만달러이다.
트리플 크라운 대회에는 3세 이하의 말들만 출전할 수 있다. 경주마의 전성기는 4~5세쯤이지만 일찌감치 스타급 경주마를 발굴해 몸값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트리플 크라운이란 말은 1930년에 비롯됐다. 3개의 경마대회는 1860~ 1870년대부터 시작해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반(反)도박 정책을 피해 명맥을 유지한 대회들인데, 그해 처음으로 3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스타가 탄생하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전 세계 경마(3세 이하) 중 최고 수준이다.
트리플 크라운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생중계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일의 제135회 켄터키 더비에 걸린 베팅금액이 1259억원에 이르렀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켄터키 더비는 '2분간 가장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불린다.
■종마로 변신하면 귀하신 몸
3개 대회 우승을 휩쓴 '트리플 크라운 위너(삼관마)'는 지난 1978년 이후 30년간 명맥이 끊겨 있다. 경주마(체중 450~500㎏)가 1800m 경주를 전력 질주하면 체중이 15~20㎏이나 빠질 정도로 체력소모가 커 한번 경주를 치르면 보통 4주간 쉬어야 한다. 따라서 2000m 안팎의 장거리 경주를 2~3주 간격으로 3번이나 연속 치러야 하는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지난 2일 켄터키 더비 우승을 차지한 경주마 '마인 댓 버드'는 142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우승상금이 아니라 스타 경주마가 2~3년쯤 뒤 은퇴한 이후의 몸값이다. 작년 트리플 크라운 중 2개 대회에서 우승했던 '빅 브라운(Big Brown)'은 은퇴 후 5000만달러(약 630억원) 씨수말(종마) 계약을 맺었다. 빅 브라운이 한 번 교배를 할 때 받는 금액은 6만5000달러(약 8200만원)를 호가한다. 2007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우승마인 컬린(Curlin)의 1회 교배료는 7만5000달러(9500만원) 정도였다. 종마는 1년에 최대 100번 정도 교배를 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