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일요일.
전날에 지리산을 다녀와 다소 피곤하지만 장마가 끝난 뒤에 농작물을 돌보는 일과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침을 먹고 혼자 나섰다. 아내는 전에 일하다가 모기에 몇 방을 물려 목이 벌겋게 부어 올라 가지 않으려 한다. 같이 일해도 나는 괞찮은데.... 암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 동물의 피가 필요해서 사람을 물고, 숫모기는 나무나 풀의 진을 빤다고 알고 있는데.... 암모기는 내 피를 빨 것이지....
기장읍에 있는 철물점에 들러 잡초 제거에 수월한, 긴 호미를 찾으니 물건이 없다. 호미와 낫의 중간쯤 되는 것으로 긴 손잡이가 달려, 서서 잡초도 제거하고 낫처럼 자를 수도 있어 허리가 아프지 아니하게 작업하기가 좋은 것을..... 남이 쓰는 것을 보고 찾았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만화리에 들어 가니 일요일을 맞이하여 주말농장을 찾은 몇 사람이 보이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부지런히 땀흘리고 있다.
< 미담 음식점 뒤, 서쪽의 풍경입니다>
< 서쪽 밭에는 고추, 콩, 지령 등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동쪽의 우리밭에 오니 안노인이 예초기로 깨끗하게 풀을 베어 놓아 보기에 시원하고 좋다. 전에는 소주에 족발을 접대하였건만 다음에는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나.
오랜 장마에 젖은 회전 의자에는 푸른 이끼가 끼어 있고, 깨감이 떨어져 탁자 위에는 감물이 들어 닦아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대강 주변을 정리하고 쉬다가 서서히 작업에 들어 갔다. 뻗어 나온 토마토의 새순을 정리하고, 무거워 진 토마토의 지주대가 일부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부러진 것도 있어 새로 나무를 구해 지주대를 세웠다. 방울토마토가 제법 붉게 익어 수확을 할 만하다. 오이도 몇 개가 잘 익어 수확하였다.
고추밭에는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수없이 많은 고추를 달고 있다. 작년에는 비닐을 덮지 않고 모종을 심어서 풀때문에 실패했는데, 올해는 거름을 제대로 하고 비닐멀칭을 해 놓으니 풀도 안뽑고 수월하게 많은 수확을 하고 있다. 반찬거리로 풋고추를 따고 이미 커버린 고추는 맛이 매우므로 가을에 붉은 고추를 만들기 위해 남겨 두었다.
지난 달, 감자를 캐고 뿌린 상추가 지난 주에는 빽빽이 올라 왔는데 이번 장마에 많이 녹아 버리고 잡초가 무성하다. 아픈 허리지만 그냥 갈 수가 없다. 쪼그리고 앉아 구슬같이 땀을 흘리며 잡초를 제거하여 본다. 작년에는 상추를 많이 재배하여 이웃에도 나누어 먹었지만 잡초와의 싸움에 힘든 것이 상추라 내년에는 심지 않을 작정이다.
옥수수 밭에는 제법 많은 강냉이가 달리어 자라고 있다. 성장이 늦어서 하모니카 불기가 힘들다고 보았는데 때가 되니 수염을 늘어뜨리고 강냉이가 열리는 것을 보니 자연의 법칙은 어김이 없나 보다. 키가 큰 놈이라 하더라도 늦게 심은 것은 이제 꽃술이 올라 온다. 역시 오뉴월에 하루 볕이 무서운가 보다. 그렇지만 일찍 심어도 키가 자라지 못한 것은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올해 우리 밭의 주요 작물은 옥수수인지라 지리산에 여행 가서도 옥수수 밖에 안 보였는데, 이곳도 부족하나마 그런대로 자라고 있어서 다음에 올 때는 조금씩 수확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또 거름과 비료를 추가로 뿌려 주었다.
옥수수밭 옆에는 올해 옮겨 심은 더덕이 덩굴을 감으며 잘 자라고 있다.
호박도 심은 위치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거름을 좀 넣고 보수성이 좋은 곳에 심은 호박은 무성하게 줄기가 뻗고 잎을 달고 있지만 언덕 경사면에 심은 호박은 아직도 모종 수준이다. 같은 날 같은 사람이 심어도 거름과 땅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가 보다.
깍지벌레가 애를 먹인 감나무에는 이제 깍지벌레는 거의 보이지 아니한다. 약제를 3번이나 뿌리고 손으로 보이는 대로 잡았더니 다행히도 두 그루는 새잎이 나서 안심을 시켜 준다. 그렇지만 올해는 수확이 가능하리라 보았던 대봉감은 아직도 제대로 자라지 않고 한 개의 감도 수확할 수가 없다. 나무 주변에 거름을 조금씩 부려 주며 잘 자라기를 고대해 본다.
점심은 간단히 라면으로 떼우고 한참을 쉬다가 방울 토마토와 일반 토마토를 수확하였다. 방울 토마토는 줄기에 달린 부분부터 익어 가는 모습이 앙증맞고 큼직한 토마토는 아직 익지 않아 다음 주에나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바람에 가지가 꺽여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열매만 몇 개 따 보았다.
< 왼쪽에 무성하게 보이는 부분은 참깨입니다>
오후가 되자 날이 더워지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에는 땀이 흐른다. 칠월 염천에 힘들게 일하는 농부들의 수고를 이제야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건너편에 바라 보이는 주말 농장 터에도 가족들이 와서 열심히 일하며 수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래 편 개울가의 주말 농장터에도 차량이 들어와 한참을 놀다가 가는 것 같다. 도시민들이 차량을 몰고 마을에 와서 일하다 놀고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의 기분은 어떠할까? 혼자서 여러 가지를 경우의 수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첫댓글 봄부터 땀흘려 일한것이 이젠 조금씩 조금씩 수확으로 보답을 하는듯합니다... 고라니가 이곳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지 작물들이 건재해 보입니다... ^^
땀과 정성이 묻어있네요....우리밭에도 다음에는 큰토마토대신 방울 토마토를 심어야겠습니다..
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요즘 밭에서 따온 풋고추로 여러가지 반찬할때 넣어 잘먹고 가지도 길쭉한게 얼마나 참한지 정말 일할땐 힘들어도 수확할때의 그기분 정말 좋답니다.오늘도 가고 싶어 퇴근한 남편한테 가자고 졸랐지만 피곤해서 싫다네요 일요일날도 갔다오면서 싫은 내색이 역력해서 더이상 말하지 않기로 햇죠,샘물님같으면 좋은데.
블로그에서 500픽셀로 축소된 사진이 다음에서 편집해서 올리기로 460으로 축소된 사진보다 훨씬 선명하군요. 자기 블로그에서 작성하니 올리기도 수월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일부 카페에서는 연결 사이트는 금지하지만 자기 블로그는 괞찮을 것 같습니다. 상대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 가능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