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설픈 헤프닝은 한번으로 족하다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많은 폭탄을 던져 왔어요
그 폭탄은 거의 모두 자신과 정부·여당 안에서 터져 자해만 입었지요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인줄은 몰랐어요
많은 사람이 윤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간곡히 조언하고 고언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반대 행동이었지요
윤 대통령은 결국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정반대 결정을 내렸어요
한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자폭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지난 여름 민주당 의원들이 ‘계엄령 선포’ 주장을 했을 때
‘괴담’이라고 비판했는데 괴담이 아닌 것으로 됐어요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 대통령 집무실로 정했다고 발표했을 때
‘이건 뭐지’ 하고 어리둥절했던 날을 잊을 수 없지요
다른 선택지들이 있는데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라는 거대 조직을
연쇄 이동시키는 무리를 꼭 해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 때 무언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부터 윤 대통령의 자폭은 본격화됐지요
많은 주변 인사와 많은 언론이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일절 무시했어요
그렇게 건의한 사람들은 심한 경우 욕설까지 들어야 했지요
이 하나하나가 모두 자폭 폭탄이었어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이 여당 내부와 싸우고 있는 일,
유죄 판결을 받은 구청장을 즉시 사면해 그 구청장 자리에
다시 출마하게 한 일,
가수 문제로 김 여사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국가안보실장을 경질한 일,
육사 내 동상을 갑자기 옮긴다며 일으킨 평지풍파,
경호처장을 50만 대군을 지휘하는 국방 장관에 임명하는 이상한 인사 등
작은 자폭은 계속 이어졌지요
윤 대통령의 자폭은 가장 중요했던 올해 총선 기간에 집중됐어요
그중에서도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총선 득표용 발언을 하자,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호응하는 대신 사퇴 요구를 한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폭탄이었지요
한 대표 말을 받아 ‘국민의 시선을 유념하겠다’고 하는 것이
선거 시기 대통령의 당연한 처신인데 정반대로 했어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던진 이 폭탄은 거의 테러 수준이어서
많은 보수 우파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관련 보도를 믿지 않았지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대통령이 자신과 정부의 운명이 걸린 총선을 스스로 망치겠다고
자폭 테러를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윤 대통령의 자폭은 놀랍게도 총선 기간 내내 계속됐어요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된 사람을 굳이 대사로 임명하고,
이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큰데도 굳이 그를 출국시키고,
기자에게 ‘테러’ 위협을 한 수석비서관을 즉시 해임하지 않고 버텼지요
마지막으로 의정 갈등을 진화하지 않고 더 불을 지르는 담화를
당에서 반대하는데도 굳이 총선 투표 직전에 발표해
선거 자폭 테러의 정점을 찍었어요
윤 대통령이 이런 연쇄 자폭만 하지 않았어도 총선 결과는
지금과 상당히 달랐을 것으로 볼수 있지요
그랬다면 야당의 폭주는 불가능했어요
결국 총선 때 자폭이 이번 계엄 자폭을 부른 것이지요
자업자득이 아닐수 없어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있어요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지요
인내해서 얻는다는 지혜를 모르고 즉흥적·즉각적으로 반응하지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감(感)이 거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세상이 어떻고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를 모른 채
혼자만의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어요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문을 보면 마치 1970년대를 사는 사람인 듯하지요
우리 사회에 반국가 세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지금 야당의 행태가 도를 크게 넘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계엄을 선포할 정도는 아니며 이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모르고 있었어요
한 국무위원이 “비현실적 공상 영화 같다”고 한 말도 같은 얘기이지요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다음 처신 역시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내용일 듯한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도 하지요
윤 대통령의 다음 결정도 이번의 한밤중 계엄 발표처럼 느닷없이
국민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할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요
어설픈 헤프닝은 이 한번으로 끝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