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보다 조직 와해 걱정 우선시"…방조·묵인 부추겨 [기획]직장내 성범죄 '우리도 공범'③ "외부감시 필요"전문가 "내부 문제 은폐 분위기 만연…개선해야"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강수련 기자 | 2020-08-17 07:00 송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8년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박 전 시장의 의혹에서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알고도 모른 척 했다는 '방조·묵인' 혐의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양 갈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직장 내 성추행 또는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비롯한 개인적 이유, 사건을 무마하려는 특성을 가진 조직 내 문제, 남성 우월주의적 사회적 분위기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주변인들의 방조·묵인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남 일' 관여하고 싶지 않은 개인주의 성향…목소리 내지 않아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성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주장 또는 의견이 강한 성향의 사람들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대들은 예전 세대와는 달리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점도 이유로 꼽혔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방조하는 것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소위 말하는 '나이 든 꼰대'들처럼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범죄 등) 현재의 위치나 미래를 걸고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더더욱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보다 조직에 대한 생각이 우선…분위기 개선해야
국내 기업 또는 공기관 등 여러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를 숨기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 교수는 "조직 내에서 이런 성범죄를 덮으려고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가해자에 대한 별다른 처벌 없이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게 하려는 데 급급한 조직적인 분위기인데, 이런 경우 재발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들을 숨기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조직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며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보다 중요한 게 조직의 유지와 관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조직이 와해하거나 조직에 충격이 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나한테 해가 될 수 있으니 암묵적으로 숨기도록 하려는 왜곡된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짚었다.
이어 "숨기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나 절차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력에 대한 맹신…견제 기관 필요하다
곽 교수는 "위계에 의한 성범죄의 경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이 있고, 내가 이런 식의 행동을 해도 '외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아랫사람 입장에서도 윗사람의 행동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옴부즈맨 제도, 시민단체 등 기관장의 행동을 정기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외부의 감시 방안이 마련될 필요 있다"고 제안했다. 내부적으로는 견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외부기관의 개입에 대한 중요성도 제기됐다.
공 교수는 "공개적으로 추천을 받거나 지원하는 등 외부에서 감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 또는 시민단체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위탁해 조사 또는 감사가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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