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의 토지평등권>
전도서는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1:1)이라는 서언에 이어 모든 것이 헛되며 모든 수고가 무익하다는 탄식으로 시작한다(1:2-3). 그런데 그 탄식 후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1:4)라는 고백이다.
이 고백은 사람의 유한성과 땅의 영원성을 대조하면서, 토지평등권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는 언젠가 죽어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갈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사람이, 이 세상에 영원히 있는 땅을 탐내어,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정해 주신 자기 가족 몫의 땅을 초과하여 더 많은 땅을 갖기 위해, 또 그 땅에서 자기 나름의 계획을 세워 자기 사업을 더 크게 하기 위해, 수고하는 모든 것이 헛되고 무익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다윗의 아들”이요 “예루살렘 왕”인 이 전도자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도 하다. 곧 그는 자기 사업을 크게 하여 집들을 짓고 포도원을 비롯해 많은 과수원을 만들었으나 그 모든 일과 수고가 다 헛되고 무익하다고 탄식한다(2:4-11).
특히 이 본문에서 반복되는 “나를 위하여”(2:4, 6, 7, 8)는 ‘어리석은 부자’의 특징인 “자기를 위하여”(눅 12:21)를 연상시킨다. 곧 이 전도자는 어리석은 부자로 산 것이다.
요컨대 전도자는 노년에 이르러, 그 동안 자기를 위하여 집들을 짓고 많은 과수원을 만드는 등 땅으로 자기 사업을 크게 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유한한 사람이 영원한 땅을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눠주신 몫을 넘어 더 많이 소유하고 또 그 땅에서 자기 사업을 크게 하면서 들인 자신의 모든 수고가 헛되며 무익하다고 탄식한다. 그리고 이 반성과 탄식이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1:4)라는 고백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도자는 땅에 대한 탐욕 때문에 함정을 파서 이웃의 기업인 포도원의 담을 헐고 밭의 경계표인 돌들을 떠내고 나무들을 쪼개는 악인들은 벌을 받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한다(10:8-9). 이 경고는 하나님이 출애굽 이스라엘의 레위 지파를 제외한 모든 지파의 모든 가족에게 땅을 평등하게 분배하라고 말씀하신 후에(민 26:54; 33:54), 그 평등하게 분배된 땅의 경계표를 옮기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명령에 근거한다(신 19:14; 27:17). 다시 말해서 전도자의 이 경고에는 토지평등권이 명백하게 담겨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도서의 결론은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키는 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라는 말씀이다(12:13). 그런데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본분으로 알고 반드시 지켜야 할 하나님의 명령에는 하나님이 모든 가족에게 평등하게 분배해 주신 땅의 경계표를 옮기지 말라는 명령이 포함된다. 전도서에 의하면 만인의 토지평등권을 수호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자 모든 사람의 본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