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복권에 당첨된 여성의 90퍼센트가 복권을 상금과 교환하기 전까지 브래지어 속에 보관한다고 한다.
복권은 여전히 땀에 젖은 손에 들려 있었다. 누가 내 복권을 훔쳐 가면 어쩌지? 아니면 실수로 잃어버리면 어떡해? 나는 가장 안전한 곳에 복권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숨기기로 정했다. 오늘 입은 브래지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속옷으로 바겐세일 때 산 것이다. 핑크색 리본 장식이 달린 새틴으로 된 청록색 브래지어인데 가슴을 위로 최대한 받쳐 주는 기능성 속옷이다. 복권이 피부에 직접 닿자 까칠까칠한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언덕 아래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가 잠시지만 쉴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럴 때 내 옆에 있어 줄 행운의 친구는 누구일까? 나는 잭과 샤지아라면 나를 보러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잭은 친구들과 밤에 외출한다고 했다. 남은 사람은 샤지아다. 금요일은 이슬람 사원에 가는 날이긴 하지만 날 보기 위해서라면 고모들을 설득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샤지아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어디까지 얘기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었다. 결국 나는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 지금 볼 수 있어? 복권에 당첨된 것 같아.’
답장이 바로 왔다.
‘100파운드보다 더 많이? 그럼 네가 사고 싶은 재킷 살 수 있는 거야? 지금은 못 나가. 친척들이 오셔서 저녁 먹고 있어. 내일 만날래?’
만약 내가 샤지아였다면 단짝 친구가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는 문자에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일 아이콘과 감탄사를 연발하며 문장 마지막에 느낌표를 수도 없이 달았을 것이다. 그런데 샤지아는 아니었다. 샤지아는 소녀티가 나는 여성스러움을 철저하게 경멸한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샤지아를 유독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샤지아는 보통 여자애들과 다르다. -20~21쪽 중에서-
돈은 모든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여러분이 그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뿐이다.
“리아, 너도 래프 알지? 네 생각은 어떠냐? 나타샤가 그 친구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니?”
아빠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한 번도 없는데요.”
“뭐 짐작 가는 부분은 더 없습니까?”
경찰관의 추궁이 이어졌다.
“요즘 나타샤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여러분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혹시 있는지요? 큰 따님이 최근에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 일로 새로운 문제가 생겼나요?”
그 얘기에 엄마의 두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군가가 내 딸을 유괴했나 봐요. 인질로 잡아서 돈을 요구할 거예요. 리아, 그쪽이 원하는 만큼 다 주어도 괜찮지? 그렇지? 불쌍한 나타샤……. 유괴범들이 나타샤를 다치게 하면 어떡해? 불구로 만들어 버리면 어쩌지?”
나는 재빨리 뛰어가 엄마를 안아 주었다. 엄마가 더 이상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타샤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제가 뭐든 다 값을 치를 거예요. 정말이에요, 엄마. 그러니 진정하세요. 다 잘될 거예요.” -33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