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신사작가님께서 주신글]
우리가 사랑하는 윤정희 씨가
치매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는데,
며칠 전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통영에서 공연을 가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광이 걸출한 인걸을 만든다고 했던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은 통영 출신이다.
청마 유치환은 통영이 배출한 시인이다.
가고파, 이은상은 마산 출신이다.
꽃 시인 김춘수도 마산 출신이다.
김용주 화가, 토지 작가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이름 있는 문인들은 남해 통영 출신이다.
선사시대부터 맥을 이어온 채화칠기와 나전칠기공예는 통영을 대표하는 문화의 꽃이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일컫는 말이다.
귀천 (歸天) 시인 천상병
천상병은 마산중학교 다닐 때 담임선생인 김춘수에게서 시를 배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
천상병 별명은 천희갑이었다. 동백림 사건으로 취조를 받을 때, 희극배우 김희갑을 닮았다고 수사관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노을빛 함께 단 둘이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천진난만한 삶
천상병이 몇 달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죽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실은 영양실조로 쓰러져 서울시립정신병원에서 누워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불쌍한 그를 위해 시집이나 발행해주자는 갸륵한 뜻을 내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시집 새'를 펴냈다.
이런 미담이 신문에 실리자 한 병원에서 '천상병 시인이 여기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비단 보자기에 양장본으로 꾸민 시집을 들고 병문안을 갔는데. 천상병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 인세는 어찌 되었노? " 돈 알기를 돌로 보는 그가 아닌가?
“저승 가는 길에 노자가 필요하면 어떻게 하노?”
커피 한 잔과 봉지 담배, 막걸리 한 병을 사고서도 버스 요금이 아직 남았다고 행복해 하던 그였는데.
무소유였지만 가난에 주눅 들지 않고 늠름한 그가. 많은 것을 거머쥐고 허덕이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다.
국사범으로 몰리다.
그는 정치와 무관했는데 뜻밖에 동베를린 사건으로 국사범에 몰렸다. 친구로부터 3만 6500원을 갈취한 혐의다.
술을 좋아해서 친구로부터 술값으로 백 원, 오백 원씩 받은 것이 큰돈이 되었다.
향수를 마시다
서울대학교에 다닐 때였다. 하루는 교수님 집 화장대에 멋있는 병이 있어 양주인 줄 알고 마셨다.
무슨 향이야? 좋은 술은 향기부터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향수였다.
술값이 세금
술 생각에 세금(?) 명목으로 지인으로부터 500원, 1000원씩 받았다. 짝이 있으면 1000원, 혼자 사면 500원, 결혼 여부에 따라 받는 세금이 달랐다.
지인 말에 의하면 친한 사람이 아니면 돈을 걷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돈을 뺐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이발소에서
머리가 덥수룩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지경이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친구가, 돈을 주면 술 사 먹을까봐 이발소에 데리고 갔다.
이발삯을 지불하고 머리를 자르는 걸 본 친구는 안심하고 자리를 떴는데, 친구가 나가자마자, 이발한 비용을 제외하고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발사는 돈을 돌려주고 머리는 그냥 잘라주었다. 그 돈으로 술을 사먹었다고 한다.
술친구 신경림의 회고
천상병은 험하게 살아서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건강했다. 먹성도 좋고 주량도 컸다.
자신이 학원 강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워, 취직시켜주겠다고 여기 저기 알아보다, 일자리를 알선해 주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그가 지 걱정은 안 하고 남 걱정만 하는 것이 우스워 한마디 했더니, 너와 나는 타고난 생리가 다르다. 나는 남들보다 시를 잘 쓰니 먹고 살 수 있다.
남자가 임신을?
간이 부어 복수가 차 누워있는데, 왜 배가 부르냐고 묻자 임신을 했다고, 병원장인 친구 말이다.
포장마차
미망인 목순옥 여사는 인사동에서 귀천이라는 민속 찻집을 운영했다.
단골손님이 빌린 돈을 언제 갚을 거냐고 천상병에게 묻자,
"죽으면 천국과 지옥 갈림길에서 포장마차를 할 테니, 빌린 돈 만큼 술로 주겠네!."
세계 유명인의 명언에서
이외수와의 인연
춘천의료원에 입원했을 때, 소설가 이외수가 문병 왔는데 초면인데도 대뜸 너 외수지? 이제부터 너는 내 동생이다!
이외수의 말, 만나고 싶었지만 기회가 나지 않았는데, 뒤늦게 병문안을 가서 뜬금없이 환대를 받았다. 그 후에도 자주 만났다.
이외수가 물었다. 중광 형님 나이가 몇이래요?
마흔이야!
저는요?
서른 살이지! 아니다. 예순 하나야!
상병 형님 나이는?
세 살이지!
때가 뭍은 햇수로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해맑은 웃음을 보니 수궁이 갔다.
부인의 간절한 기도
입원했을 때, 5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놀랍게도 병원에서조차 가망이 없다던 그가 완쾌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정확히 5년 후인 1993년 거짓말같이 세상을 떠났다.
"5년이 아니라 10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는데!“
장례식장에서
영혼을 울리는 소리꾼 장사익은 귀천을 불러, 조문객들로부터 앵콜을 3번이나 받았다, 마지막에는 망부가를 불렀다.
수줍은 충청도 사투리로, 아무리 세상이 힘들어도 정이 오고 가야 살맛나는 거예유
최백호는 시인에 어울리는 노래라면서 ‘낭만에 대하여’를 처연하게 불렀다.
벗들에게 얻은 1000원으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우리들의 벗 천상병을, 의정부 수락산 자락이 아니라 이제는 의정부시립묘지에 가서나 만날 수 있다.
더러 아시겠지만 영국 신사는 전에 빈배 허주(虛舟)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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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EnwrmZ-v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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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