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배란을 은폐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배란 은폐와
관련하여 개념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란 광고와 배란 은폐도 있지만 제 3의 가능성도 있다. 즉 배란을 광고하지도 은폐하지도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상품 판매의 예를 들자면, TV나 신문에 돈을
들여서 상품을 광고하는 경우도 있고(상품 광고), 마약처럼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파는 경우도 있고(상품 은폐), 특별히
광고도 하지 않지만 특별히 숨어서 팔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비광고, 비은폐).
따라서 여자가 배란을 요란하게 광고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배란을 은폐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여자가 배란을 은폐하기 위해 어떤 비용을 치른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다른 식으로 배란 은폐를 입증해야 한다. 이것은 실증적인 문제이며 속단해서는 안 된다. 여자가 침팬지처럼
요란하게 배란을 광고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그것이 곧 배란 은폐는 아닌 것이다.
게다가 나는 여자가 배란을 광고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배란 광고에 대한 상당히 가망성 있어 보이는 가설을 하나 생각해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생각해냈다고
해서 이미 다른 학자가 발표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열심히 학술지를 뒤져보지는
않았다.
인간은 일부일처제에 상당히 가깝다. 결혼한 여자가 자기 남편보다 더
잘난 남자와 성교를 해서 임신을 한다면 좋은 유전자(good gene,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여자가 이런 전략을 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는 배란기에 더 바람을 피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런 경향은 여자의 남편이 못 생겼을 때 더 두드러진다.
여기에서 이해 관계가 충돌한다. 못 생긴 남자의 아내가 잘 생긴 남자와
바람을 피워서 임신을 하면서도 용케도 남편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아내는 잘 생긴 남자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얻고 못 생긴 남편으로부터 자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잘 생긴 남자는 한 명의 자식을 거의 공짜로 둘 수 있다. 반면 남편은 남의 유전적 자식을 키우는 번식적 재앙에 부닥치게 된다.
이럴 때 여자는 자신이 배란기에 있다는 것을 남편에게는 숨기는 것이 유리하고 잘 생긴 남자에게는 알리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남편에게는 배란을 은폐하고 잘 생긴 남자에게는 배란을 광고하도록 여자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배란기의 여자의 냄새를 배란기가 아닌 여자의 냄새보다 더 좋아한다고 한다. 어쩌면 여자는 냄새를 신호로 이용하는지도 모른다. 많은 종의 동물이
냄새로 짝을 꼬신다.
내가 만든 가설에 따르면 여자는 배란기일 때 남편에게는 “배란기 냄새”를
되도록 숨기지만 잘 생긴 남자에게는 그 냄새를 일부러 풍긴다.
이 가설을 검증할 방법이 있다. 배란기인 여자가 못 생긴 남편과 있을
때와 잘 생긴 남자와 있을 때를 비교하여 냄새 실험을 하면 된다. 그 여자의 냄새를 채집하여 비싼 분석기로
분석하는 방법도 있고 남자에게 맡게 해서 어느 것이 더 좋은지를 가리는 방법도 있다. 옆에 있는 남자의
냄새와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남편이나 잘 생긴 남자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식으로 실험을 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여자가 냄새 말고 다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도록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배란기일 때 여자는 추파를 더 많이 던진다는 연구가 있다. 이것도 넓게 보면 배란
광고일지 모른다. 남자가 배란기의 여자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는 연구가 있는데 여자의 얼굴이
못 생긴 남편과 있을 때와 잘 생긴 남자와 있을 때 달라지도록 진화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냄새는 정량화하기 쉽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입증하기가 수월한 면이 있다.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