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4071]稼亭가정李穀이곡先生-新年[신년]
新年
稼亭 李穀
此行眞欲賦歸來 차행진용부귀래
이번 길에 귀거래사 진정으로 읊고 싶어
便好茅堂勝處開 변호모당승처개
경치가 좋은 곳에 초가 짓고 살고 싶네.
半斷樹根仍作枕 반단수근잉작침
나무뿌리 반쯤 잘라 그대로 베개 삼고
曲防溪水爲流杯 곡방계수위류배
냇물을 둥글게 흘려 술잔을 띄우리라.
此行차행= 이번 길에
眞欲진욕=진짜 하고 싶어
賦歸來부귀래=귀거래사 읊고 싶어. 賦= 읊다. 영송(詠誦)함.
便好변호=얼마나 좋을까. 便= 곧. 즉. 즉시. 바로.
茅堂모당=초가,띳집.
勝處開승처개=승경(경치가 좋은 곳)에 勝處=경치가 좋은 곳.
半斷반단=반쯤 잘라
樹根수근=나무뿌리
仍作枕잉작침=그대로 베개 삼고.
仍=인할 잉. (그대로) 따르다 ② 빈번하다 ③ 아직도 ④ 누차
曲防곡방=둥글게 만든 제방. 물길을 돌리는 제방
無專殺大夫라하고 五命曰 無曲防하며 無遏糴하며 『맹자』 「고자장구 하」 7장
“임금 마음대로 대부를 죽이지 말라는 것이었고,
제5조는 ‘물길을 돌리는 제방을 쌓지 말고,
흉년이 든 이웃나라에서 식량을 수입해 가는 것을 막지 말며,”
당시 사회는 농업사회이다. 토지와 물이 중요한 자원이 된다.
농사를 짓는데 물은 중요한 자원으로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당시의 환경이었다.
曲防은 물줄기를 나의, 우리의, 우리나라의 농토에만 잘 흘러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너의, 너희의, 너희 나라의 가뭄 때는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되어 흉작이 되고 장마 때는 홍수로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분명 바른 길이 아니다.
一簞食一豆羹을 편안히 여기며 禮을 잃지 않으신 顏淵같은 聖人이 아닌
보통사람들은 곳간에서 인심이 나고 환경이 어려워지면 禮도 사라진다는 것은
아래 글 『맹자』 「고자장구 상」 7장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으니,
曲防의 曲은 人之常情으로 여겨본다. 그러나 曲防은 壅泉激水하니
물을 담을 수 있는 이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激水에 의하여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溪水계수=시냇물 냇물
爲流杯위류배=술잔을 띄우리라.
원문=가정집 제18권 / 율시(律詩)
稼亭先生文集卷之十八
新年
新年風雪斷人來。三日山扉掩不開。
臘酒浮蛆春滿室。綵衣堂上獻深杯。
此行眞欲賦歸來。便好茅堂勝處開。
半斷樹根仍作枕。曲防溪水爲流杯。
신년(新年)
사람의 왕래도 끊어 버린 신년의 눈보라 / 新年風雪斷人來
사흘 동안 닫힌 채 열리지 않는 사립문 / 三日山扉掩不開
납주에 흰개미 둥둥 방 안에 봄기운 가득 / 臘酒浮蛆春滿室
색동옷 입고 당상에서 넘치게 올리는 술잔 / 綵衣堂上獻深杯
이번 길에 귀거래사 아예 읊고 싶어 / 此行眞欲賦歸來
승경에 띳집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 便好茅堂勝處開
나무뿌리 반쯤 잘라 그대로 베개 삼고 / 半斷樹根仍作枕
냇물 둥글게 흘려보내 술잔 둥둥 띄우고 / 曲防溪水爲流杯
[주-D001] 납주(臘酒)에 흰개미 둥둥 : 설에 마시기 위해 섣달에 빚어 놓은 술이 막 익어서 금방 걸러 냈을 때 술의 표면에 흰개미나 구더기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쌀알이 떠 있는 것을 말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