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 탈출(작골 입구 완택산기도원→완택산→고고산→원덕천)

[드류]

고고산 내리면서, 가야 할 산릉

관중이 한명이라도 프로는 프로다운 야구해야지. 프로라고 하는 것은 최고의 기술을 보이는

게 프로인데, 그래서 돈 받는데, 안 그래? 아마추어하고는 다른 거야. 아마추어는 에러를 하

면 애교라고. 하지만 프로는 에러를 하면 실력이야. 운동장이 나쁘면 나쁜데서 그걸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운동장 나쁘니까 에러한다는 건,  그건 타협이야.  아마추어나 하는  생각

이야.

--- 전 SK야구감독 김성근

▶ 산행일시 : 2012년 6월 23일(토), 맑음, 박무, 염천

▶ 산행인원 : 22명(1진 : 대간거사, 드류, 산그림애, 제임스, 승연, 시현아빠, 달님, 가자산,

                     하늘재, 2진 : 버들, 스틸영, 숙이, 미선, 안개비, 화은, 감악산, 남당, 송주,

                     상고대, 도자,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8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2.2㎞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와 스틸영 님 9인승 차에 분승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02 -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三玉里) 작골 입구 완택산기도원, 산행시작

10 : 59 - 895m봉, 완택산 전위봉, Y자 능선 분기

11 : 45 ~ 12 : 03 - 730m봉 근처, 점심

12 : 29 - 828m봉

13 : 10 - 935m봉

13 : 50 - 고고산(高古山, △854m)

14 : 38 - Y자 능선 분기봉, 오른쪽은 신병산 가는 길

16 : 02 - 758m봉 전위봉

17 : 03 - 다시 Y자 능선 분기봉

17 : 50 -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德川里) 원덕천, 산행종료

1. 감자란 꽃(?)

▶ 완택산 전위봉, Y자 능선 분기

예로부터 강산이 아름답기로는 ‘강은 동강, 산은 설악’이라고 했다. 협곡 아래 동강 강줄기를

굽이굽이 산자락으로 돈다. 요사이 심한 가뭄이라 곳곳의 래프팅 간판이 썰렁하게 보인다. 완

택산 산행 들머리로 잡은 ‘완택산기도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골을 지나쳤다가 뒤돌아서

다시 지나친다. 완택산기도원이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

작골 입구 ‘동강훼밀리래프팅’ 마당으로 들어간다. 골짜기 왼쪽으로 등산로 방향표지판이 보

인다. 완택산기도원일까?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 등산차림한 우리를 보더니 등산로를 안내한

다. 뜨락에 붉은 접시꽃이 활짝 핀 건물 뒤로 임도가 나 있다. 이 길 따라 200m쯤 가면 돌탑이

있고 오른쪽으로 꺾어 완택산을 간다고 한다.

길섶에는 여름 산의 상징이기도 한 큰까치수영이 피었다. 더운 기억만 있는 큰까치수영을 보

니 산행시작부터 덥다. 돌탑이 있다는 능선을 오르기 전 오른쪽으로 사면 지르는 소로가 보여

임도 버린다. 한 피치 올라 능선 마루금이다. 길 좋다. 대로다. 우리가 완택산 오르는 길을 몰

라서가 아니고 인적 드물려니 고르고 고른 능선인데 실망이다.

숲길이 완만하다. 하늘 가린 숲속이어도 바람 한 점 없어 더운 날이다. 금세 땀을 낙수로 줄줄

흘린다. 등로 주변에 흔히 보이는 우산나물과 단풍취는 데쳐 놓은 듯 풀이 팍 죽었다. 저기 공

제선에 올라가서 쉬어야지 하며 다가가면 공제선은 자꾸 뒤로 물러나고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하여 612m봉을 넘는다.

노송 옆에 우리 일행 22명을 수용할만한 너른 터 있어 쉰다. 땀을 너무 흘려서인가? 입산주로

들이키는 막걸리가 전혀 술맛 나지 않고 밍밍하다. 오지산행이 언제 기상을 고려했던가? 오

히려 혹한혹서를 덤벼볼만한 호기로 여겼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생각이 들지 몰라 이 앙다물고 일어난다.

오르막길이 차츰 가팔라지고 전망대에 올라서 눈 가린 땀 훔쳐 가야할 길 전망하지만 박무로

가렸다. 차라리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택산이 거벽으로 보이고 895m봉. 여

기서 완택산 정상은 350m 더 가야 한다. 예전에 오른 적이 있거니와 후미와 간격조절을 위해

서 다녀오지 않기로 한다. 신병산과 능암덕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다. 등로는 한갓지다.

895m봉 내림 길이 오를 때와는 딴판으로 가파르다.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다. 뚝뚝 떨어져 내

리고 730m봉 근처. 신병산과 능암덕산 공격조 편성을 위해 이른 점심밥 먹는다. 오늘 산행에

처음 나온 가자산 님 또한 산에 갈 줄 안다. 냉콩국수를 가져왔다. 여러 사람이 시원한 맛본

다. 남당 님은 예고한 대로 소라를 삶아서 가져왔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다.

2. 대간거사 님도 힘들다

3. 맨 앞은 승연 님

4. 시현아빠

5. 가자산 님

6. 도자 님, 땡칠이다

7. 안개비 님

8. 달님, 1진에 동참하였다

▶ 고고산(高古山, △854m)

산중에서 이런 고급스런 맛에 잠시 취해서였음인가? 나도 신병산과 능암덕산 공격조인 1진

에 들어간다. 길 저축하려고 맨 먼저 나선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828m봉 오를 때 희미

하게나마 예감했다. 오늘 산행이 뒤틀어질지도 모른다고. 828m봉은 회양목이 자생하는 첨봉

이다. 주춤주춤 828m봉 바윗길을 잠깐 내리고 오늘 최고봉인 935m봉을 오른다.

되다.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워낙 더워 숨이 턱턱 막힌다. 935m봉 전위봉 내리는 길에서 멈칫

한다. 절벽으로 둘러있어 여기저기 쑤셔보고 왼쪽 사면의 나무숲에 가린 등로를 찾아낸다. 뭉

개 내리고 절벽을 빙 돈다. 935m봉. 퍼진다. 달님과 가자산 님은 2진으로 가겠다고 뒤쳐진다.

그들이 부럽다.

신병산 왕복은 그만 두고 능암덕산으로 바로 가자고 달래어 발걸음 재촉한다. 고고산 가는

길. 등고선으로는 부드럽지만 실제로는 지나기 만만하지 않다. 능선 마루금은 잡목이 무성하

고 바위 숭숭 솟아 오른쪽 사면으로 자주 비켜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지능선 길 유혹에 넘어

가기가 쉽다. 수시로 연호하여 주능선 붙든다. 고고산 가까워서는 약간 가파르게 오른다. 고

고산 정상. 풀숲에 사각 정상표지석이 있고 지형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삼각점이 있다. 예

미 407, 2004 재설.

길은 점점 사나워진다. 잡목에 부대끼기도 하지만 바윗길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리지 닮을 길

을 살금살금 지난다.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길 살피면 대견하고 가야 할 길 살피면 막막하

다. 신병산 가는 Y자 능선 분기봉. 오래 쉰다. 제임스 님은 미리 능암덕산 갈림길인 804.5m봉

에서 배낭 지키고 있겠노라고 자청한다. 무릇 사주경계는 복초가 원칙인 법이라 내가 동참할

수도 있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봉봉 내리고 오르는 굴곡이 매우 심하다. 녹아난다. 암릉 암벽이 나타난다. 바위 울퉁불퉁한

슬랩을 기어오르고 가파른 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하여 암벽을 넘는다. 오르막 숨 고르는 횟수

가 늘어난다. 능암덕산은커녕 804.5m봉도 가물거린다. 산은 발로 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물로 간다. 전도(前途)는 물이 말해 준다.

고작이다. 758m봉도 아닌 그 전위봉에서다. 탈출을 모의한다. 무엇보다 물이 부족하다. 가장

빠른 길은 어디일까? 가장 빨리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도가 해어지게 찾는다. 지

나온 길을 되돌아 신병산 능선을 돌파하여 원덕천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란다. 지나온 봉봉을

다시 넘을 일과 암릉 암벽을 다시 통과할 일을 생각하면 갑갑하지만 별수 없어 되돌아선다.

뒤늦게 1진에 합류하겠다고 달려온 하늘재 님과 가자산 님, 달님을 분하겠지만 돌려세운다.

오늘 산행 유일하게 등산객을 마주친다. 비박장비가 들었는지 큼지막한 배낭을 짊어지고 혼

자 간다. 우리는 탈출하는 중. 조금은 쑥스럽다. 암릉 암벽. 방금 오른 길을 못 찾겠다. 슬링

걸어 내린다.

신병산 분기봉 오르기 직전 안부. 왼쪽 사면으로 돌아 신병산 능선을 돌파하기로 한다. 대간

거사 님의 작품이다. 오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수적(獸跡)일까? 우리 선두가 지나간 흔적

일까? 비탈 사면을 뚫었다. 풀숲지대를 지난다. 곰취가 흔하다. 약간 쇠었지만 살짝 데쳐서

쌈으로 먹으면 곰취의 또 다른 깊은 맛이 낫다.

날이 어두워진다. 신병산 능선에 올라서고 멀리서 우르릉 천둥 치던 소리가 가까이 왔다. 천

륜이 중하니 하늘이 무심하지 않나 보다. 장모님 부음을 듣는다. 어제부터 물 한 모금조차 삼

키기 힘들어하시던 게 초읽기였다. 향년 99세. 호상이라고 하지 마시라. 호상이란 애당초에

없는 것이다. 사위도 오죽한 자식인데 얼마나 섭섭했을까? 통곡이다. 천둥소리 멎고 비 뿌리

기 시작한다.

지능선 잡목 헤쳐 내린다. 잦은 슬랩을 갈지자 그려가며 비키고 마침내 가파름 수그러든 사면

은 낙엽이 수북하다. 산기슭 덤불 뚫어 머리 내미니 콩밭이다.

비를 피할까? 얼굴 들어 맞는다.

9. 고고산 정상에서, 제임스 님

10. 오른쪽은 완택산, 왼쪽은 935m봉

11. 935m봉

12. 완택산

13. 가운데가 능암덕산 가는 길의 758m봉

[金錢無]

산행 중에 비보를 접하신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맥따라]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길을 열어가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임스(이성렬)]

무더위에 줄곧 선등하시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산행중 귀한 카메라 떨구어져 고장난 것이 비보의 전조였던 모양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악산(임동철)]

산행중에 비보를 받으셨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자산(김장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 산행기를 읽으면 한편에 소설을 읽을것 같습니다..

[한니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빙모상 애통함에 위로를 보냅니다

[인샬라(정도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부라백작(오호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진만 봐도 힘든 산행인지 알겠네요...

[드류]

회원님들의 조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그날 산에 가지 않았어야 했는데
사람 목숨이 그리 허망할 줄 몰랐고,
또한 지난주 설악산 산행기에 제가 언급한 아래 자구가 대번에 저에게 부메랑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자 함도 작용했습니다.

“※ 산행에 참석하겠다고 하고서는 뒤늦게 못 간다고 하여
대기명단 올린 사람이 가지 못하고, 차량도 괜히 두 대를 준비했다.”

[메아리(김남연)]

아~ 그러셨군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캐이]

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감자란은 아닌게 분명한데 닭자들어가는 난초같은데/닭의난초도 아니고...기억이 안나니

[松柱(송주용)]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위로서의 장인장모님 사랑도 깊이 묻어남이 따뜻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