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 보도자료
지혜사랑 265
<<북극 항로>>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춘래불사춘出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이 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소련과 중국과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자원전쟁과 보호무역주의, 저출산-고령화의 덫, 세계일등국가와 문화선진국의 길은 더욱더 요원하기만 하다.
북극 항로, 북극 항로, 이상낙원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을 향하여 43명의 시인들이 가장 힘찬 돛을 올렸다.
― 애지문학회 제17집 『북극 항로』를 펴내면서
바다를 깨뜨려// 나아가야 하니까/ 배가 달려야 하니까/ 개척한다는 것은/ 결국은/
누구에게는 등을 보여야 하는 일
― 김정웅, 「북극항로」 부분
쉽고 빠른 길, 즉, ‘수에즈 운하’로 가는 길은 함께 가는 길이고, 어렵고 힘든 북극 항로로 가는 길은 등을 돌리는 길이다. 만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길은 등을 보이는 길이고, 등을 보이는 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길이다.
김정웅 시인의 “나침반이 N극을 잃은 낯선 북극”: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꿈을 꾸는 자는 명예에 살고 명예를 위해 죽는 자이며, 그는 끝끝내 그 북극 항로를 황금노선으로 개척해 내고 만다.
무겁고 완강한 돌이/ 미풍에 날릴 때까지/ 두드리고 매만지고/ 쪼갠 흔적으로// 예술인줄 몰라/ 예술이 된 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슬쩍 쓸어 올리고 있다
― 정해영, 「응시」 부분
하지만, 그러나 「응시」의 진짜 주인공은 돌도 아니고, 조각가도 아니다. 소설 속의 소설을 격자소설이라고 부르듯이, 「응시」의 진짜 주인공은 그 조각가에게 천재성을 부여한 시인인 것이며, 정해영 시인은 그 ‘응시’를 통해서 “예술인 줄 몰라/ 예술이 된 돌”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슬쩍 쓸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응시는 대상을 바라보는 힘이고, 응시는 대상을 사유하는 힘이며, 이 두 힘의 결합에 의하여 최고급의 「응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봄물결 출렁이는/ 목덜미 붉은 어린 사월이 초상/ 수채화로 완성하고/ 홀연히 떠나가는 화공이다// 싱싱하게 물오르는 오월이년 엉덩짝 그리며/ 지느러미에 근육 만들고 있다는/ 풍문,/ 뜨겁다
― 현순애, 「봄바람」 부분
현순애 시인은 무정형의 「봄바람」을 인간화시키고, 그 봄바람을 너무나도 엄청난 ‘성의 향연’의 주인공이자 명품인간으로 변모시켜, 이 세상의 최고급의 ‘성의 향연을 연출해놓는다.현순애 시인은 하늘도 감동하고, 시신詩神마저도 감동할 만한 명시名詩, 즉, 「봄바람」의 시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반도체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 인공지능 시대의 꽃이요 시다
― 김형식, 「반도체」 부분
내 몸을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 내 아픔 견뎌준 내 사랑 고맙다/ 제 몸의 생살 갈가리 찢고 나서야 고맙다고/ 비로소 환하게 가슴 여는 가시연꽃
― 최윤경, 「가시연꽃」 부분
― 김정웅 외『북극 항로』(애지문학회 사화집),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