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신발 수선, 김용비, 오정이 부부
신발의 달인이 있다. 평생을 구두 만드는 일과 신발 수선하는 일만 한 우직한 이가 있다. 부부가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천직으로 여기며 오직 한 길 만을 걸어왔다. 김용비(59세)씨와 아내 오정이(56세, 노송동)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용비씨는 중학교 3학년 때인 16세에 생활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고 사촌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 구두일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양화점에 다니고, 부산 범일동 신발 공장에서 신발 만드는 일을 했다. 전주에 내려와서는 그린양화점, 신세계양화점 등에서 일을 계속했다. 양화점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부터는 구두를 만드는 일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일에 뛰어 들었다. 오정이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나서는 금암아파트 앞에서 15년간 수선 일을 했다. 또한 동산초등학교 앞, 우체국 앞에서, 삼례터미널에서도 수선 일을 계속했다.
현재는 기린중학교 후문, 우아아파트 건너편 대로변에서 20년째 신발수선을 하고 있는 중이다. 20년 터줏대감이다 보니 단골손님도 제법 많다. 꼼꼼이 잘 고친다는 입소문이 나서 단골들이 찾아준다. 그러나 일거리가 예전만 못해서 칼 가는 일도 겸하고 있다. 9시 30분에 출근하고 19시에 퇴근을 한다.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배려에서이다. 토요일도 근무하고, 일요일만 쉰다고 한다.
김용비씨는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는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누나만 출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결혼해서 동생들을 모두 출가시키며 어머니 역할을 했다. 안식구는 학교도 초등학교만 다닌 상태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다녔으며, 1남1녀 자녀들 뒷바라지로 대학은 가지를 못했다. 아들은 현재 전북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며 아내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곳에 일터를 가지고 있는 아내 오정이씨는 인후3동 아중2차 부영아파트 앞 큰길가에서 수선 일을 한지 15년째이다. 금암아파트에 살던 신혼시절 틈틈이 남편을 도와주다가 일을 배웠다고 한다. 오정이씨는“ 꼼꼼하게 수선하기는 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평생 한길만을 걸은 남편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신발을 만들 줄 아는 남편은 신발에 관한한 모르는 게 없다. 남편이 기술적인 면을 보완해준다. 남편의 그런 면을 믿고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남편은 잘 쉬지도 않고 아주 성실하다”며 남편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각별했다.
또한 오정이씨는 “주부이다 보니 일을 쉴 때가 자주 있어서 손님들에게 미안하다. 얼마전에는 딸의 산후조리를 해 주느라 3주일을 쉬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줘서 미안하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5년만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15년이 되었다.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얼굴가득 웃음을 놓지 않았다.
부부는 “손님들이 오래 잘 신었다고 하며 고맙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요즘은 경기도 좋지 않지만, 운동화를 많이 신는 편이라 일거리가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혜숙 도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