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동산고하면 류현진을 떠올리게 됩니다.
국내를 넘어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한국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최고의 투수.
그런 대선배의 기를 받아서 인지 동산고는 꾸준히 프로직행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2014년 이건욱(SK1차), 2015년 김택형(넥센 2차2R 현재 SK),손준영(롯데 2차 10R)에 이어 2016년엔 김찬호(SK2차 4R)-안정훈(넥센2차 2R)-최민섭(넥센2차 3R) 3명의 투수가 지명됐습니다.
작년엔 내야수 김혜성(넥센2차 1R), 포수 박유연(두산2차 6R) 투수 송창현(롯데 2차 10R)로 역시 3명.
올해도 역시 3명이 부름을 받았습니다. 3루수 겸 투수로 나섰던 김정우가 SK1차 지명 선수로 뽑혔고 우완 김승범과 외야수 장두성이 각각 KIA 6라운드,롯데 10라운드를 받았습니다.
지난 28일 인천 동구 동산로에 위치한 동산고등학교를 방문, 이들을 만났습니다. 오전엔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엔 개인훈련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김정우 (SK 1차 지명)
‘투수꿈, 프로에서 펼칠 수 있어 행복,
많이 맞으며 성장 하겠다’
투타를 병행한다는 것은 팀 입장에선 활용의 폭이 넓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그만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도 힘들어도 병행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그리 추천할 일은 아닙니다.
확실한 자기 포지션에서 전력을 다해 실력을 인정받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다재다능한 것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도 있고 더 나아가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우는 2학년 때부터 3루수로 뛰다 게임 후반엔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섰습니다. 올해도 공수를 병행했습니다.
스카우트들은 그의 이상적인 포지션에 대해 설왕설래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1차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라 SK는 그를 예의주시하며 많은 게임을 지켜보며 최적의 자리를 예상하고 고민했습니다.
야탑고 좌완 이승관, 야탑고-연세대 사이드암 김동우 두 후보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터라 당시 SK의 선택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혼전 그 자체였습니다.
마침내 6월 26일 1차 지명 발표일. SK는 김정우를 지목했습니다. 이름 앞에 붙은 포지션은 ‘투수’였습니다.
지역 연고팀의 지명을 받았다는 것. 선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일. 더구나 크게 기대하지 않은 경우라면 기쁨이 몇 배 더 컸을 것입니다.
김정우는 바람대로 내야수가 아닌 투수라는 점에 더 기뻤다고 합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쟁쟁한 동갑내기 투수들에 밀려 타자로만 출전했습니다. 팬들 입장에선 그의 피칭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본인도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속상했을 것입니다. 그 아쉬움을 멋진 수비로 대신했습니다. 투수면 투수, 수비면 수비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재주꾼.
요즘 젊은 투수 치고는 큰 키(183cm)는 아니지만 키가 최근 체중을 7kg정도 늘어서 인지 한결 다부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짱구 눈썹의 김정우. 그는 투수로 꼭 성공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SK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대성하길 바랍니다.
김승범 (KIA 6R)
‘ 고향팀 KIA, 빨리 합류하고 싶다’
1학년 때 단 한 경기 등판. 2학년 땐 팔꿈치 수술로 한 시즌을 쉬며 유급까지 했을 때 까지만 해도 프로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올해 김승범은 재기에 성공, 당당히 프로의 벽을 넘었습니다. 광주에서 중학교를 졸업 한 뒤 동산고로 전학을 왔는데 KIA에서 불러 줬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지난 9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신인 입단식 때에도 카메라 앞에서 수줍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던 김승범.
다시 만나 다시 인터뷰를 해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실점 위기 때 마운드에 서 있을 때 보다 더 떨린다’ 라며 안절부절 했습니다.
야구 선수가 야구만 잘 하면 그만이지 하면서도 조금은 안타까웠답니다. 김정우, 장두성에 비하면 영상 제작이 무척 어려웠답니다.
개인 운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마음이 편해서 인지 체중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살이 아닌 근육?’ 이라는 질문에 수긍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고교 시절 마지막 대회였던 전국체전에서 대전고 타자들을 맞아 3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2자책)으로 다소 부진했습니다. 물론 삼진을 4개나 잡아냈지만 자기 탓을 하며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야구를 한 이래 가장 맘 편하게 지내고 있는 요즘. 여유롭고 자유롭지만 그는 빨리 팀에 합류해 야구를 하고 싶다는 밝혔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배워 성장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보고 싶다면서 말입니다.
김승범은 수술과 재활을 경험 한 만큼 자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부상에 대한 염려는 내려놓아도 좋은 듯싶습니다.
잘 웃고 장난기 많은 김승범. 과연 프로 입단 후 어떻게 진화하고 얼마나 성장 할지 궁금합니다.
장두성 (롯데 10R)
‘ 빠른 발로 승부, 10라운드의 반란을 꿈꾸다 ’
장두성은 1학년 때부터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나설 만큼 주루와 수비는 인정을 받은 우투좌타 외야수입니다.
체격(177cm 69kg)은 크지 않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올 시즌엔 주로 1번 타자겸 중견수로 나서며 타격도 좋았습니다. 주말리그 전반기와 후반기 인천&강원권 도루상을 연거푸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창 체중이 늘 때지만 그는 잘 찌지 않는 체질이고 또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최대 무기인 발이 무뎌질 것 같아서라고 합니다.
야구가 체격이 크고 힘이 좋은 선수들만 가능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 틈새를 공략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10라운드에서 롯데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대학을 기웃거려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운이 좋은 편입니다.
장두성은 롤모델로 이종욱선수를 꼽았습니다. “어렸을 때 야구를 하고 싶게 만드신 분입니다. 허슬플레이 하는 모습에 꽂혔죠. 이종욱 선배님처럼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보탬이 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도 오랫동안 야구 하고 싶어요.”
다부진 표정, 차분히 자신의 생각과 각오를 밝히는 모습이 퍽 인상적.
지명 순번이 성공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단지 낮은 순번에겐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불리함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롯데가 뽑은 신인 중 가장 적은 몸값(계약금 3천 만 원)이지만 가성비는 최고 일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부디 10라운드 반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