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여행] 셜록 홈즈, 빅토리아시대의 사회학
UNDERGROUND 타워힐 역에서 노란색 Circle Line을 타고 베이커스트리트 역에서 내렸다. 베이커스트리트 221B 앞에는 거의 100m 이상 늘어선 대기줄이 보였다. 웨이팅 중인 사람들은 옷차림도 제각각, 인종과 민족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여행 첫날(혹은 마지막날)인듯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움직였다. 모두 티켓카운터를 들렀다가 입구로 들어가는데 입구에는 정복차림의 경찰관이 서 있었다. 셜록 홈즈 뮤지엄을 보게 되었다.
코난 도일이 창조한 캐릭터 셜록 홈즈는 이 건물에서 1881년부터 1904년까지 살았다고 설정되었다. 이 시기는 동아시아 3국의 격렬한 역사적 격변만큼이나 영국에 있어서도 변화가 많은 시기였다.빅토리아시대의 후반부에 해당되는 시기였다.
칼 마르크스가 프로이센에서 태어난 지 1년 후인 1819년, 빅토리아 여왕이 태어났다. 그녀가 에드워드공작의 딸로 태어났을 때 왕위 계승과는 무관할 정도의 서열이었는데, 에드워드 공작의 형들과 조카들이 잇달아 후계 없이 죽거나 자녀를 남기지 못하면서 아직 어린 빅토리아는 1837년 18세의 나이에 영국의 여왕이 되었다. 이후 1901년 사망하기까지 63년을 통치하였는데 이 시기가 영국의 가장 발전한 시기로 평가 받아 왔다.
이 시기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만큼 그야말로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그 배경으로는 산업혁명의 확산이 절정에 이르렀고, 인도식민지의 경영을 비롯한 유럽, 중동과 동아시아에서의 이권 개입으로 전 세계의 패권국으로서 위상을 과시하였다.
한편 칼 마르크스는 1844년 '경제학 철학 초고'를 시작으로 경제학연구를 시작하여 런던으로 망명한 뒤에 본격적으로 '자본론'을 집필하게 된다. 대영박물관의 도서관 열람실에서 칼 마르크스가 바라본 당시의 영국은 급격히 늘어난 도시 노동자로 인해 도시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하게는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이에 따라 계급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었다. 당연히 치안은 열악하고 범죄는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라 사회를 분석하고 계급투쟁을 통한 노동자들의 헤게모니 쟁취를 모든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자본론'과 '공산당선언'을 발표한다.
그러나 빅토리아시대의 영국 런던은 당시 세계 최대의 산업도시였으며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그는 발달된 공업생산기반의 노동자 계급에 의해 자본주의가 전복되고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을 예언했지만 산업혁명이 미진한 농업국가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오히려 빅토리아시대의 런던은 관찰과 추론을 통한 과학적 사고와 질서의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이를 맡을 만한 적임자로서 '셜록 홈즈'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근대사회의 이상적 인간으로서 관찰과 과학과 논리에 기반한 실험과 데이터 분석으로 통해 혼란을 통제하고 균형을 회복하며 빅토리아 시대의 기존 사회를 현명하게 유지시키는 존재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셜록홈즈의 서재로 들어서게 되면 빅토리아 시대에 있을법한 오래된 가구와 장식 드리고 당시로서는 신문물일법한 도구들이 특징적으로 보여지게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사건과 관련된 장면을 재현해 놓은 전시물들이 많았다.
셜록홈즈의 과학적 추리방법을 암시하는 실험도구들이 잘 보이게 전시되어 있었고 전문 서적의 중요부분이 펼쳐진 채 셜록 홈즈의 전문성을 함시하고 있었다.
또한 전문직 신사 계급으로서의 셜록 홈즈의 캐릭터를 나타내 줄만한 소품들도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당시 시대에서 추앙받았던 과학실험을 강조하듯 각종 실험도구와 약품 보관용기들이 두꺼운 서적들과 함께 선반에 일상적인 것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과학실험과 경험적 사건해결방법은 틀림없이 대륙에서 보편적이면서 본질적인 사회문제해법을 연구해 온 칼 마르크스와는 분명히 대립적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미 당시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다이얼식 전화기였다. 이것은 단지 서재의 장식으로서가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발전의 사회적 성과물로서의 장치와 이를 적절히 상황에 등장시키려는 시대적 희망사항을 강하게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셜록 홈즈는 권총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지만 전시물 중에는 두꺼운 책 속에 숨겨진 권총이 있었다.
그 밖에, 소설 속의 장면을 연출하는 마네킹들이 등장하거나 소설 삽화 등이 전시되었다. 전반적으로 전문직 신사계급의 고급스런 일상 아이템과 함께 빅토리아시대의 경험론적 과학감성을 돋보이게 하는데 치중하는듯 보였다. 마치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가 영국의 번영과 함께 딸려 온 빈곤과 계급대립의 문제를 경험론적 과학방식으로 차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륙이 이성과 역사, 사회와 의지를 기반으로 인간정신의 본질을 다루고 있는 사이 셜록 홈즈는 과학주의와 실용주의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영국의 우월함을 설파한다. 때문에 런던에서 탄생한 칼 마르크스의 이론은 산업사회를 분석하고 설명하는데 그치고, 실제 행동은 그의 이론과 달리 농업국가에서 최초로 일어나게 된다.
셜록 홈즈는 지식인이었고, 영국의 시민은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영국은 과학주의와 실용주의에 의해 사회문제 해결을 현상적으로 이해하고 다루려 했다. 이러한 선언들을 코난도일은 셜록홈즈를 통해 선언하고 영국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학이자 미래학이었다. 이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 대한 찬송이었고, 사회 정책에 대한 방법론적 제안이었던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는 위태롭게 즉각적인 위기는 피해갔지만 이 무렵이 영국으로서는 정점을 달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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