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우리 경제는 지난해 3.1% 성장, 17개월 연속 수출증가, 신설기업 월 1만개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
지난 5월 10일 정부는 ‘문재인 정부 1년-국민께 보고 드립니다’란 자료집을 배포하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알렸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9725불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국민소득 3만불을 무난히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 경제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환율 등 큰 이변이 없는 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6년 2만불 시대를 맞은 지 12년 만에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최빈국이던 1945년 광복 이후 73년 만에 세계사에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게 됐다. 국민소득 3만불은 선진국 진입을 의미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 전 세계 25개국 만이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섰다. 이 중 인구 2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호주, 미국, 독일, 일본 8개국.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캐나다와 호주를 제외한 6개국에 불과하다. 이른바 3050클럽의 일곱 번째 멤버가 된 셈이다.
선진국이 되면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까. 트렌드 전문가들은 우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지목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3000불에 불과했던 1980년대 초·중반의 소일거리가 화투나 카드놀이였다면 1만불 당시엔 등산, 2만불을 넘어섰을 땐 골프 열풍이 찾아온 게 이를 방증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형태는 물론 트렌드와 취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유통업계에는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불 시대에는 집을, 3만불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속설(?)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차를 바꾸고 집도 넓히는 경제적 안정을 이룬 뒤 가구와 생활소품을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성장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가족’ ‘삶의 질’ ‘자기만족’ 등의 요소가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등장했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소득 3만불 시대에 이른바 뜨는 비즈니스, 뜨는 트렌드를 살펴봤다.
홈퍼니싱·멘즈테리어·가드닝산업 후끈
Part Ⅰ| 워라밸 시대의 소확행, P.S(Private Space)에 주목
지난해 불기 시작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여기에 최근 법정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며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다. 일상에서 자신만의 소박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이들이 소비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관련 사업도 들썩이고 있다.
우선 집, 차, 명품을 구매하는 대신 가구와 조명, 침구 등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꾸미는 이들이 늘며 유통기업들이 속속 홈퍼니싱(Home+Furnishing)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올 1월 신세계그룹은 국내 중견가구 업체 ‘까사미아’를 1837억원(지분 92.35%)에 인수하며 가구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 측은 5년 내 매장 160여 개, 매출 4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까사미아 인수로 신세계백화점은 ‘홈 토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그룹도 지난 2012년 가구 브랜드 ‘리바트’를 인수하며 꾸준히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수 이후 ‘리바트 키친’ ‘리바트 키즈’ 등 11개의 B2C 브랜드와 ‘리바트 빌트인’ ‘리바트 하움’ 등 4개의 B2B 브랜드로 분야를 세분화했다. 최근엔 인기배우 송중기를 현대리바트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B2C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리바트가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선정한 건 2004년 김남주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소노마’의 국내 판권을 획득하고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297㎡ 규모로 첫 매장을 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도 자체 리빙편집숍 ‘엘리든 홈’을 론칭했다. 이 편집숍에선 칼 한센, 에릭 요겐슨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 3000여 개를 만날 수 있다. 이케아와의 협력도 돋보인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이케아 광명 1호점에 롯데아울렛을 오픈한 데 이어 고양 2호점에도 동반 출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기업의 홈퍼니싱 사업 진출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며 “이미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경험한 선진국의 경우 나만의 공간, 방이나 집을 꾸미는 관련 제품의 소비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대에서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관련 업계에선 2023년 1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속도에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이케아를 필두로 북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H&M홈(스웨덴)’ ‘자라홈(스페인)’ ‘무인양품(일본)’ ‘니코앤드(일본)’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덴마크)’ ‘미니소(중국)’ ‘윌리엄스소노마(미국)’ ‘마샤스튜어트(미국)’ 등이 그 주인공. 각 브랜드마다 조립식 가구, 생활용품, 의류, 아이디어 소품, 주방용품 등을 내세우며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홈인테리어 시장도 후끈, 시장 규모 갈수록 늘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도 열기가 후끈하다. 시장 규모가 20조원까지 늘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후주택 증가, 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변화, 건축 자재 시장 재편 등을 인테리어 시장 확대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20~30년 된 집에 입주하며 올 수리 비용으로 3000만원 이상 지불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며 “오래된 집에서 자신이 원하는 새집 분위기를 느끼는 셈”이라고 전했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터줏대감은 한샘과 KCC, LG하우시스. 여기에 중견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며 움직임이 활발하다. 1위 업체 한샘은 ‘한샘리하우스(Rehaus)’ 사업 부문을 전사적으로 육성, 지난해(매출 4112억원) 대비 매출을 2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직접 리모델링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150~4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을 전국(인천·양재·부천·부산·고양스타필드·용산아이파크몰) 단위로 확대 운영하고, 시공 부분에선 ‘원스톱 오더’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 2월에는 용산 아이파크몰에 ‘한샘 디자인파크’를 열어 대규모 B2C 인테리어·건자재 유통 마켓 시스템을 갖췄다.
KCC도 ‘홈씨씨인테리어’를 앞세워 올해 주요 지역에 직영점과 제휴점을 연이어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엔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296-124 일원에 연면적 1만6000여㎡, 지하 1층~지상 2층 2개동 규모의 인테리어 복합시설 건립을 논의 중이다. 홈씨씨인테리어 전시·판매장을 중심으로 전시행사장과 판매시설,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욕실 시공 업체인 대림바스도 지난 2월 홈 인테리어 브랜드 ‘대림디움’을 론칭하며 욕실 인테리어에서 홈리모델링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1위 레미콘업체 유진기업도 홈인테리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자재 유통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레미콘과는 달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데이’를 론칭한 유진기업은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에 관한 상담부터 시공까지 인테리어 맞춤형 토털솔루션을 선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홈데이는 현재 서울 목동, 잠실, 경기도 고양시에 연이어 대형 매장을 출점한 상황이다.
Part Ⅱ |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훌쩍 성장한 홈가드닝
“평소에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게 꿈이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실행에 옮기려고 아파트 내 테라스 하우스나 수도권 외곽의 타운하우스를 찾아보고 있어요. 테라스 하우스는 공급이 적고 타운하우스는 직장과 거리가 멀어 살짝 고민되긴 합니다.”
서울 마포에 사는 김형중(43) 씨가 테라스가 넓은 아파트나 공간 활용도가 높은 타운하우스를 찾는 이유는 직접 가꾸고 싶은 ‘나만의 공간’ 때문이다. 테라스 하우스는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지은 집이다. 경사면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랫집의 옥상을 윗집에서 넓은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었는데, 최근 넓은 공간에 대한 인기 높아지며 수요가 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아파트 트렌드는 호텔식 조식 서비스 등 편의시설이 한몫하고 있지만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높았다”며 “분양 후 프리미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비단 테라스 하우스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를 달리한 공간이 늘며 테라스가 단독주택의 마당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테라스의 활용도가 높은 분야는 단연 홈가드닝. 집안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텃밭을 만들거나 화분을 놓는 등 식물을 돌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연과 휴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산호초, 아이비 등 미세먼지를 줄이는 식물은 ‘천연 공기청정기’로, 심신의 안정을 주는 나만의 식물은 ‘반려식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플랜트(Plant·식물)와 인테리어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플랜테리어’ 해시태그 게시물 수가 약 10만 건을 넘어설 정도다. 관련업계에선 국내 홈가드닝 관련 시장규모를 1조4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식물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인터넷을 꼽는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식물을 국내에서 바로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인터넷을 통한 구매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마켓이 올 식목일 전후 일주일(4월 4~10일) 동안 원예용품 판매를 집계한 결과, 꽃나무 묘목은 전년 동기 대비 395%, 관상수묘목은 106% 늘었다. 채소씨앗과 꽃, 채소모종도 각각 16%, 33%, 미세먼지에 따른 공기정화식물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8% 판매가 늘었다.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흙과 식물영양제도 각각 6%, 18% 늘었다.
G마켓 측은 “최근 공기정화나 실내 장식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상추, 로메인, 케일 등 쌈채소와 고추, 가지, 토마토 등 열매채소 등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홈가드닝 강좌도 인기
집에서 제대로 정원을 가꾸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홈가드닝 강좌도 인기다. 몇 년 전까지 인문학과 쿠킹클래스 등이 주를 이뤘던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지난해부터 홈가드닝, 플랜테리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과거 단편적인 꽃꽂이 강좌에서 그린인테리어, 가드닝클래스, 다육식물, 여름부케, 센터피스 만들기, 생화 벽걸이 장식 등 분야도 세분화됐다. 현대백화점의 올 봄학기 문화센터 강좌 가운데 홈가드닝, 플랜테리어 관련 비중은 13%로, 지난해 봄학기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홈 가드닝 관련 강좌를 13~15% 비율로 편성했다.
나만의 공간에 지갑 여는 남자, 멘즈테리어 1인가구의 싱글남뿐 아니라 30~50대 가장들 사이에서도 집 꾸미기가 새로운 취미다. 이들을 겨냥해 맨과 인테리어를 결합, ‘멘즈테리어(Mensterior)’란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성 고객 중심의 가구 시장에 남성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커진 것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 지금까지 가구업계의 주요 공략점이 주방이었다면 최근 남성을 겨냥한 책상, 소파, 리클라이너 등이 출시되며 서재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인테리어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온라인 오픈 마켓 ‘G마켓’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 22일까지 남성의 인테리어 관련 상품 구매율은 2015년 동기 대비 75%나 상승했다. 인테리어 관련 제품 구매 비중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 DIY 가구 비중이 61%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워라밸 맞아 와인판매량도↑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로 떠오르며 최근 백화점 등 고급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잦은 야근으로 퇴근시간이 들쑥날쑥했던 직장인들이 워라밸 바람에 여유를 누리기 시작한 덕분이다. 롯데백화점이 주류 코너 시간대별 매출을 확인한 결과 퇴근 후 고급 주류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지난 1~4월 시간대별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1%,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매출은 5.7% 늘었다. 주류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에서 시간대별로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다.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의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17.9%로 하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워라밸 열풍이 주류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의 분석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매출이 약 30% 수준으로 주로 2만~3만원대 스파클링 와인과 5만~7만원대 샴페인이 많이 팔렸다.
Part Ⅲ | 나를 위한 휴식과 투자에
동네서점·하이엔드 오디오 부활
“아들, 딸이 모두 대학생이에요. 평일은 고사하고 주말에도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아내랑 이곳저곳 산책을 다니는데 둘이 취미를 가져볼까 궁리하다 요즘 동네책방에 다닙니다. 좀 이상할 만도 한데, 지하철 타고 시내로 나가면 내로라하는 대형서점들이 번쩍번쩍하잖아요. 거기 가면 얼마나 좋아요. 책도 많고 쇼핑할 것도 많고 맛집에 관광명소에… 그런데 동네책방에 앉아 있으면 편안해요. 우리 집만한 거실이라고 생각하면 다를 게 없더군요. 여긴 시집 전문 책방이라 관련 책들이 있는데,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편합니다. 간간이 공연도 하고 작가와 만날 수도 있고, 우리에겐 소중한 사랑방이죠.”
50대 후반인 김상태(가명) 씨는 아내와 함께 이화여대 앞에 자리한 서점 ‘위트앤시니컬’에 들르곤 한다. 시집을 주로 다루는 이곳은 크게 책과 팬시용품, 음악 CD와 LP를 판매하는 공간과 카페,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서점은 1층에 자리해야 장사가 잘된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이 서점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건물 3층에 자리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책이 많은 것도 아니요, 베스트셀러가 진열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평일 오후 서점 안에 사람들이 촘촘하다.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홍대 주변에는 이보다 규모가 작은, 말 그대로 동네책방이 색다른 문화를 뽐내고 있다. 서교동의 ‘유어마인드’, ‘땡스북스’, 연남동의 ‘헬로 인디북스’, ‘라이너노트’, 상암동 ‘북바이북’까지 아는 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책방이자 문화공간이다.
▶분위기 즐기며 동네 사랑방으로
이미 핫한 동네로 떠오른 연남동, 그곳 주택가에 자리한 재즈 전문 서점 ‘라이너노트’는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커다란 오디오와 피아노를 들여놨다. 공간의 실체는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의 작은 주차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재즈 음악이 은은하다. 진열된 책들을 둘러보면 재즈를 비롯해 뮤지션과 음악 관련 책이 전부다. 서점 중앙에 놓인 탁자에 앉아 음악을 들어도 좋고 한동안 책을 읽어도 누가 뭐라는 이가 없다. 말 그대로 동네 중심에 떡하니 책방을 낸 이는 음반기획사 페이지터너의 홍원근 대표. 그러니까 이곳은 그에게 서점이자 공연장이자 강연 공간이다. 음악 관련 행사나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차나 와인을 가져와 즐기는 이도 있다.
개성이 묻어나는 동네책방 부활에는 유명인들의 참여도 한몫 단단히 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 익히 알려진 광고 카피를 탄생시킨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최인아 씨도 그중 하나. 그가 차린 ‘최인아 책방’은 서울 강남 선릉역 주변에서 명소가 됐다. 이곳에선 저자와의 대화, 연주회 등을 열며 복합문화공간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서점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영명 씨는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 한 곳에 모인 대형서점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특화된 곳에 들르게 된다”며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끼리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휴식, 오디오
그런가 하면 나만의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중 하나로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상담하신 분은 집에서 모임이 있는데, 초대한 분들과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다며 홈시어터 설치를 문의하시더군요. 서재에 16.1채널 시스템을 꾸며드리기로 했는데, 스피커만 2000만원가량 됩니다.”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한 오디오 컨설턴트가 꺼내 놓은 상담일지 중 한 토막이다. 그의 일지에는 최근 이런 식의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디오를 잘 모르는 이들은 홈시어터를 주문하고, 잘 아는 마니아들은 집 안에 극장을 꾸민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 수준이 높은 분들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주문이 살짝 늘었다”며 “예전엔 가격보다 브랜드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 시장에도 가성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바로 옆 동네에서 쇼룸을 오픈한 또 다른 오디오 컨설턴트는 ‘집’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엔 먹어도 내 입에 맛있는 음식, 살아도 내 취향에 딱 맞춘 집에서 살겠다는 트렌드가 확고해졌다”며 “그런 이유로 오디오도 인테리어로 접근하는 고객들이 늘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제대로 취미생활을 즐기겠다며 문의가 오곤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을 상대하는 PB센터나 각 기업의 고객휴게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각 금융사의 PB센터 상담실 혹은 휴게실에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오디오가 고객을 맞는다. PB들은 고객들이 편안한 자세에서 여유 있게 음악을 감상하며 투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객들의 불만접수가 이어지는 상담창구의 고객휴게실도 하이엔드 오디오가 설치돼 있다. 편안한 음악으로 마음을 안정시킨 뒤 상담창구에 앉을 수 있게 동선을 고려한 마케팅이다.
도심에 등장한 플랜테리어, 롯데백화점 그린 플랜 소비자의 트렌드에 민감한 백화점 업계가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가드닝에 집중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건물 옥상에 유리온실을 짓는다. 롯데백화점은 올 12월에 오픈할 안산점 옥상 공간에 실외 정원, 유리온실 등으로 구성된 760㎡(약 230평) 규모의 공원을 꾸밀 계획이다. 건물 옥상에 작은 화단을 가꿔 고객 휴식공간으로 활용한 예는 있지만 원예와 접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은 안산점 옥상 공원에 ‘소공주(小公主)’란 이름을 붙였다. 유리온실은 문화센터와도 연계해 활용한다. 화분이나 원예도구, 꽃 등을 구매하거나 개인이나 기업 대상 교육과 컨설팅 장소 등으로도 쓸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온실을 짓기 위해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국내 최대 조경 업체인 센티에레가 설계를 맡고 산림청이 인가한 가드닝 전문 교육기관 ‘키덴’이 아이를 위한 정원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파티·케이터링 서비스 전문 업체 ‘크라운힐’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클럽G’가 꽃이나 식물을 정기구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원에는 아이들이 가드닝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 가든도 만든다. 롯데백화점은 가드닝 플랜을 확장하기 위해 올 8월 분당점에 시범적으로 211㎡(64평) 규모의 가드닝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