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당시 멕킨리산이라고 알려진 북미 최고봉에 도전을 했다가 하이캠프까지 올라 갔다가 날씨로 인해서 실패를 하였고,
2016년 다시 찾은 멕킨리산은 이름이 바뀐 데날리산이 되었고, 캡프4에서 10일을 버텼지만 몇 십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기상으로 인해서 다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23년 원정 한달을 앞두고 같이 가기로 했던 동료 중 한 명의 사고로 인해서 모든 것이 취소 되었다.
이제 언제 갈지 모르던 데날리를 올해 다시 준비해서 가자는 사고를 당했던 친구의 말에 귀가 솔낏하면서도, 왠지 모를 나만의 징크스로 인해서 조금은 망설였다. 지금까지 해외 원정을 다니면서 대체로 짝수년도에는 기상이 좋지 않고 성공 확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어쩔까 하다가 이번에 가지 않으면 어쩌면 영원이 데날리를 오를 일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성공하던 실패하던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길을 나서길 결정하였다.
처음 시도 후 14년이 지났다. 어찌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느껴지질 않았고, 준비를 하면서 내 몸은 그동안 많이 약해졌구나 하는 실감을 하였다.
2024년 5월 22일 집을 나섰고, 25일 데날리 베이스캠프이면서 랜딩포인트 발을 내려놓았다. 25일 캠프1까지, 26일 캠프2에 다달았다. 스키를 준비해서 갔는데 뭔지 모르게 지난 겨울부터 스키 부츠로 인한 발가락 통증이 발생을 하여 정상까지 스키를 가지고 가려던 계획은 오로지 등정을 의한 의도로 캠프2에 스키를 놓고 올라가기로 결정을 했다. 27일 캠프3에 도착하였고, 28일 캠프3와 캠프4 사이의 윈드코너까지 운행을 하여 그곳에 일부 짐을 Cache 하고 캠프3로 복귀를 하였다. 29일 캠프4인 데날리 시티에 입성을 하여 정상 공격을 위한 둥지를 틀었다.
4328m 데날리 시티(캠프4)에 도착한 그날과 그 다음날이 정상 쪽 날씨가 좋았지만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몇일 간의 운행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올라갈 순 없기에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하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갔고 6월 6일 혹은 7일이 날씨가 괜찮다는 정보를 수집하고 , 비록 5일 날씨는 조금 안좋지만 일단 하이캠프로 밀고 올라가서 두 날짜 중에 하루를 잡아서 오르기로 했다. 14년 전에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던 하이캠프 가는 길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경사와 그 경사의 상단에서의 어센더를 이용한 주마 등반, 그리고 이어지는 릿지구간은 내 기억 속의 모습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힘겹게 하이캠프에 도착하여 심한 바람 속애서 캠프를 설치하는데 오른쪽 약지가 심하게 고통스러웠다. 장갑을 벗고 입안에 넣아서 온기를 돌리는데도 고통이 쉬 가시질 않았다. 여기서 손가락이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간절함 덕분인지 오래지 않아서 손가락이 정상임을 확인하고 안도를 하였다.
잠을 자는 동안 바람은 잦아들었고 일어나기 전부터는 무풍지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는 온도가 아닌 바람이 가장 중요하다.
6일 아침, 바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공격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가장 먼저 공격을 나선 우리 팀은 전날 바람으로 모든 길이 눈으로 묻혀버렸기에 러셀을 하면서 길을 만들어 나가야했다. 팀에서 가장 힘이 좋은 친구가 길을 열었고 그 뒤를 따랐다. 데날리 패스에 도착하니 두 사람의 상태가 좋지 않고 길을 만들어 나가던 친구가 그들을 보살펴야 했기 때문에 이젠 내가 앞에 서서 길을 찾아 나섰다. 간간히 길을 표시하는 얇은 대나무를 쫓아서 길을 찾아가야 했다. 가파른 설벽을 오르고, 그리고 흐린 날씨로 인해서 잘 들어나지 않는 대나무 표시를 찾아가면서 어렵게 길을 만들어 가는데, 눈 앞에 나타난 커다란 설벽에 어떻게 해야할 지 한 순간 당황을 하였다. 준비해간 GPS트렉은 조금 다른 경로를 알려주었지만 그 쪽애는 대나무 표식이 없고 오로지 가파른 설벽에만 흐릿하게 길인 듯한 흔적들이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쫓아오던 케나다에서 온 젊은 친구 루카스가 나의 옆에 와서는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을 갖고 움직였다. 우리 둘 다 초행길이었고 그 때 그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의지 하면서 길을 만들어갔다. 둘 다 Solo 스타일로 등반에 임했기에 우리에게는 함께 묶을 줄은 없었지만 앞서는 루카스와 나는 이미 한 팀이 되어서 움직였다. 그리고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 도달하고 능선을 따라 가니 더 이상 오를 것이 없었다. 6일 15시 56분 6190m에 하이 캠프 출발 후 7시간 33분 만에 루카스가 먼저 그리고 내가 다음으로, 우리는 이날 가장 먼저 산에 오른 사람들이 되었다. 둘이 덩실덩실 안고 춤도 추고 사진도 찍고 마치 한 팀인냥 정상 등정을 기뻐했다.
이렇게 세 번째의 도전에서야 나는 데날리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막상 정상에 서면 격한 감정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감정은 없이 단순하게 등정을 즐겼다.
이제 다시 알래스카에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만....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아요
잘했다. 멋지군
멋집니다~~
세 번에 도전 끝에 꿈을 이룬 것 축하 드립니다.
정상에서 그 친구와 얼싸안을때의 감정이 전해온다! 소름이 찌르ㅡ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