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인가 왜가리인가?
우리 주위에는 철새가 텃새가 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 장산계곡과 대천을 휘젓고 다니는 하얀 새 한 마리도 그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외로이 홀로 날아다니길래 철새인데 떠날 때를 놓쳤거니 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 눈에 띄는 것이 짐작컨대 텃새가 된 놈이다. 이젠 제법 사람과도 친숙해져 근처에 다가가도 쉬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러다 가끔 계곡이나 대천을 따라 비행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우아하기 짝이 없다. 몇 년째 홀로 날고 있어도 둥지가 어디인지, 나이는 얼마나 되었는지 몇 마리나 있는 지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백로’다 ‘왜가리’다 하며 정확한 정체도 알려져 있지 않다.
우선 이 놈의 정체는 백로다. 전 세계에 68종이 있다. 한국에는 약 15종이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28~142cm이며 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날개는 크고 꽁지는 짧다. 다리와 발은 길며 목도 길고 S자 모양으로 굽는다. 넓은부리왜가리를 제외하고는 부리가 길고 끝이 뾰족하다. 깃털 빛깔은 흰색·갈색·회색·청색 등이며 얼룩무늬나 무늬가 있는 종도 있다.
수목이 자라는 해안이나 습지(민물과 바닷물)에 서식한다. 종에 따라 단독 또는 무리 생활을 하나 번식 기간 중에는 무리 생활을 하는 종이 많다. 대개 새벽이나 저녁에 활동하며 일부 종은 야행성이다.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고 서 있는 상태에서 또는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각종 수생동물, 소형 포유류, 파충류, 새, 곤충 등도 먹는다. 번식할 때는 무리를 지어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지만 드물게는 땅 위에도 튼다. 흰색·파란색 또는 연노랑색 알을 3~7개 낳는데, 암수 함께 품고 어미가 토해낸 먹이로 약 2개월간 기른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백로가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를 상징해왔으며, 시문(詩文)이나 화조화(花鳥畵)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백로와 왜가리 구별법
백로와 왜가리는 여름철새로서 긴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날 때 목을 S자로 굽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네 번째 발가락이 길어서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고 나무 위에서 휴식을 한다. 백로와 왜가리는 함께 집단으로 나무에 둥지를 짓고 번식한다. 백로는 다리와 부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거의 하얀 깃털로 덮여 있고, 왜가리는 전반적으로 회색을 띠는 깃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백로는 두루미로, 왜가리는 재두루미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